호랑이 꼬리에 절을 세운 이유? 호암산 '호압사 설화'를 따라 걷다

시민기자 김도희

발행일 2026.01.23. 09:25

수정일 2026.01.23. 15:20

조회 339

조선 건국 설화를 간직한 호암산 호압사로 들어서는 입구 ©김도희
조선 건국 설화를 간직한 호암산 호압사로 들어서는 입구 ©김도희

호암산 역사문화길에서 만난 ‘호압사 설화’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자리하고 있는 호암산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흥미로운 설화가 깃들어 있다. 산을 오르기 전 이 이야기를 알고 걷는다면, 단순한 등산을 넘어 역사와 상상이 어우러진 시간 여행이 될 것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새 나라의 도읍을 한양으로 정하고 궁궐을 세우려 하던 때의 일이다. 낮에는 멀쩡하던 궁궐이 밤만 되면 이유 없이 무너져 내렸다. 전국의 장인들이 모여 원인을 찾았지만 누구도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깊은 밤, 괴이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반은 호랑이, 반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형체의 괴물이었다. 태조의 군사들이 화살을 쏘았으나, 괴물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채 궁궐을 무너뜨리고 사라졌다.

그날 밤, 깊은 고민에 잠겨 있던 태조 앞에 한 노인이 나타났다고 전해진다. 노인은 한강 남쪽의 한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저 산은 궁궐을 무너뜨린 호랑이 괴물의 머리이고, 그 약점은 꼬리에 있으니 그 꼬리 부분에 절을 세우면 만사가 순조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태조는 그 말을 따라 절을 세웠고, 그곳이 바로 호압사다. ‘호랑이를 눌러 다스린다’는 뜻의 이름에는 이러한 전설이 담겨 있다.
호랑이 괴물을 눌러 다스린다는 의미를 담은 호압사의 전경 ©김도희
호랑이 괴물을 눌러 다스린다는 의미를 담은 호압사의 전경 ©김도희

전설을 품은 산길을 직접 걷다

이 설화를 품은 호암산을 직접 찾아 나섰다. 마을버스 금천01번을 타고 호압사 입구 정류장에서 하차한 뒤, 호압사로 이어지는 등산 코스를 선택했다. 호암산에는 여러 진입로가 있지만, 이번에는 설화의 중심이 되는 호압사 코스를 따라 걷기로 했다.

초행길이었지만 등산로는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었다. 완만한 구간과 가파른 구간이 적절히 섞여 있어 초보자도 무리 없이 산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약 2시간 만에 정상에 도달했다. 산길을 오르며 마주한 숲의 공기와 적당한 햇살은 도심에서 잠시 벗어났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태조 이성계와 호암산 설화를 바탕으로 한 호압사의 건립 배경과 역사를 설명한 안내판 ©김도희
태조 이성계와 호암산 설화를 바탕으로 한 호압사의 건립 배경과 역사를 설명한 안내판 ©김도희

호랑이의 꼬리를 향해 오르는 길

설화 속 이야기처럼 호암산호압사 코스는 생각보다 경사가 있는 편이다. ‘호랑이의 꼬리’를 향해 오른다는 표현이 떠오를 만큼 숨이 차오르는 구간도 있었다. 그만큼 짧은 시간 안에 고도를 높일 수 있으며, 중간중간 들려오는 호압사에서 울려 퍼지는 불경 읽는 소리는 산행의 리듬을 한층 차분하게 해 준다.

호암산 문에서 호압사까지는 약 500m 거리에 불과하지만, 이 구간을 걷다 보면 어느새 이마에 땀이 맺힌다. 단순한 운동을 넘어 전설을 되새기며 걷는 시간은 산길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준다.
호암산 일대가 서울둘레길 코스와 연결돼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 ©김도희
호암산 일대가 서울둘레길 코스와 연결돼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 ©김도희
호압사를 지나 본격적으로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 ©김도희
호압사를 지나 본격적으로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 ©김도희
고도가 높아질수록 시야가 트이며 서울 도심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김도희
고도가 높아질수록 시야가 트이며 서울 도심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김도희

정상에서 만난 서울의 풍경

정상에 오르면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과 함께 시야가 시원하게 트인다. 산 아래로 펼쳐진 서울의 풍경은 힘들게 오르는 동안 흘린 땀을 충분히 보상해 준다. 도심과 자연이 맞닿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과거 한양이 도읍으로 선택될 수 있었던 배경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호압사 설화를 알고 바라보는 호암산의 풍경은 단순한 조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전설과 역사가 겹쳐지며, 지금 서 있는 이 자리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이야기의 일부라는 느낌을 준다.
정상 인근에 위치한 전망대와 흔들바위로 이어지는 산길 ©김도희
정상 인근에 위치한 전망대와 흔들바위로 이어지는 산길 ©김도희
호암산 정상 전망대에서 펄럭이는 태극기 ©김도희
호암산 정상 전망대에서 펄럭이는 태극기 ©김도희
호암산 정상의 상징인 흔들바위는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은 명소다. ©김도희
호암산 정상의 상징인 흔들바위는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은 명소다. ©김도희

역사와 산행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호암산은 정상뿐 아니라 주변에 한우물, 호암산 폭포함께 둘러볼 만한 장소가 있어 코스 선택의 즐거움이 있다. 날씨가 풀리며 가벼운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전설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호암산은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서울시는 서울둘레길 12코스인 호암산에도 스카이워크 전망대를 조성해 다양한 명소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설화를 알고 걷는 산길은 발걸음을 한층 더 깊게 만든다. 운동과 역사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호암산 역사문화길에서 일석이조의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좋다.

호압사

○ 위치 : 서울시 금천구 호암로 278
○ 교통 :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 1번 출구에서 금천01번 마을버스 이용, 호압사 입구 하차
누리집

호암산

○ 위치 : 서울시 금천구 호암로 250
○ 교통 :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1번 출구) 앞 마을버스01번 탑승 후 호압사 정류장에서 하차
서울둘레길 누리집(12코스)

시민기자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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