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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우주’ 섹션에 전시 중인 ‘고양이의 입맞춤’ ©이정민 -
‘개의 우주’ 섹션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 ©이정민 -
사람과 교감하는 반려견의 모습을 담은 ‘동물들의 우주’ 섹션 ©이정민
도심 속 비밀공간, 여의도 지하벙커에서 만나는 '캣츠 앤 독스' 사진전
발행일 2025.11.28. 10:12

<캣츠 앤 독스> 전시가 열리고 있는 여의도 지하벙커 ©이정민
여의도를 대표하는 행사나 장소로는 벚꽃축제와 한강공원, 불꽃축제 등을 들 수 있다. 거기에 덧붙여 세계적 사진작가와 함께 돌아온 여의도 지하벙커를 추천하고자 한다. 서울시가 그동안 제한적으로 운영하던 이 공간을 다시 한번 시민에게 개방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시 첫날 여의도로 향했다. ☞ [관련 기사] 다시 열린 '여의도 지하벙커'…세계적 작가 전시 '캣츠 앤 독스' 개최

IFC 몰과 여의도 환승센터 사이에 위치한 여의도 지하벙커 입구 ©이정민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역에서 약 10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캣츠 앤 독스 : THE GREAT CIVILIZATION> 대형 포스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IFC 몰과 여의도 환승센터 사이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생각에 어떤 곳일지 더 궁금해졌다.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인 전시장 앞을 지나는 시민들도 전시 포스터를 보기 위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여의도 지하벙커 입구에서 전시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이정민
제법 길고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안내 데스크가 나온다. 마침 이번 전시 오픈을 기념해 온라인으로 얼리버드 티켓을 12월 31일까지 판매하고 있다. 정가인 1만 3,000원보다 할인된 가격(9,900원)에 구매한 예매 내역 확인 후, 종이 티켓을 건네받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 손잡이에 시각장애인 안내표시판이 부착되어 있다. ©이정민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에 관한 설명글로 시작되는 <캣츠 앤 독스> 전시 ©이정민
안내 데스크 맞은편에는 이 전시의 작가인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을 ‘신의 시선으로 지구와 지구의 생명을 기록해온 세계적 항공사진작가, 다큐영화감독, 환경운동가, 사회운동가’라는 문구로 그에 관한 설명이 이어진다. 세상의 모든 개와 고양이, 그 숨은 이야기를 담았다는 전시 <캣츠 앤 독스>는 이렇게 시작된다.

낮은 천장을 가득 채운 파이프들을 노출시킨 모습이 인상적인 여의도 지하벙커 내부 ©이정민
여의도 지하벙커는 과거 냉전 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설이다. 그런 까닭에 도심 속 저이용 공간으로 지난 수십 년간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장소가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기존 전시장에 들어설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우선 낮은 천장을 가득 채운 파이프들을 그대로 노출시킨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면서도, 그런 벙커 안을 거닐며 감상하는 동안은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고양이의 우주’, ‘개의 우주’, ‘동물들의 우주’라는 3개 섹션으로 분류되어 200여 점에 이르는 사진 작품들과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사람과 함께 있는 친숙한 반려동물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따라서 작품 설명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지 않아도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도나 내용이 비교적 쉽게 전달된다.
분명 사진임에도 감성 충만한 그림보다 아름다운 작품들의 매력에 빠져 미로 같은 벙커 안을 걷고 또 걷는다. 그러다 전시가 끝났나 싶은 생각이 드는 좁은 복도가 나오고, 이내 우측에 나타나는 비상구 표시와 좁다랗고 어두운 계단은 영화 <기생충> 속 공간과 닮아 신기했다.

네 번째 섹션인 ‘철학자들이 사랑한 고양이와 작가들이 상상한 개’ ©이정민

작가 히스토리와 미디어 영상을 보여주는 ‘작가의 우주’ 섹션 ©이정민
계속해서 네 번째 섹션인 ‘철학자들이 사랑한 고양이와 작가들이 상상한 개’,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가의 우주’에선 작가 히스토리와 미디어 영상을 보여준다. 이 영상의 모든 장면은 사진자료를 기반으로 해서 AI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촬영 당시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전달하고자 했다는 제작 의도를 보면서, 사진 속 정적인 인물들의 섬세한 움직임과 표정의 변화 등을 통해 작품에 담긴 의미가 더욱 마음 깊이 와닿았다.

캐리어 지참 시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이 가능한 이번 전시에서 마련한 ‘댕냥이에게 보내는 톡톡’ 코너 ©이정민
무엇보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캐리어 지참 시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시민을 위한 인문학 무료 강연과 반려동물과의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댕냥이에게 보내는 톡톡’ 같은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특히 서울시는 내년부터 지하공간의 단점을 보완하는 리모델링을 추진해 여의도 지하벙커가 가진 역사적·공간적 정체성을 극대화하고, 내·외국인 관광객과 가족 단위 방문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라고 하니 더 기대가 된다.

여의도 지하벙커와 가까운 여의도 공원 ©이정민
모처럼 멋진 사진전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니, 길 건너편 여의도 공원의 늦가을 오후 풍경이 일품이다. 그 많던 단풍들이 어느새 떨어져 아쉽기도 했지만, 공원 산책로에 흩어진 노란 은행잎들과 구름 사이로 드러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 기분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여의도 지하벙커에서 열리는 <캣츠 앤 독스> 전시는 내년 5월 14일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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