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없는 영등포구, 정원도시로 재탄생! (ft. 이끼정원·꽃밭정원)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5.11.18. 14:52

수정일 2025.11.18. 14:52

조회 2,894

영등포구청 앞에 조성된 청사 화단 ©김윤경
영등포구청 앞에 조성된 청사 화단 ©김윤경
서울에서 산이 없는 자치구는 어디일까? 유일하게 영등포구가 그렇다. ‘영등포’ 하면 대부분 여의도공원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일까, 산이 없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러한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영등포구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의 특색을 살려 색다른 방식으로 녹지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매력·동행 가든 1,007곳을 조성하는 등 ‘정원도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영등포구는 가로변 정원화, 생활 밀착형 정원, 수변 감성 생태정원, 정원 여가 문화 확산 등을 통해 자체적인 정원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영등포구청 정원도시과 담당자의 추천을 받아 지금 즐기기 좋은 영등포구청 인근의 공원 두 곳을 찾아가 봤다.
자체적인 정원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는 영등포구 ©김윤경
자체적인 정원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는 영등포구 ©김윤경

영등포구청사 화단과 이끼정원이 있는 당산공원

영등포구청 근처를 지나다 발걸음을 멈췄다. 구청 앞 화단 정원이 눈에 띄게 잘 조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2023년 만들어진 이곳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산책로와 벤치가 놓여 있고,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문구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구청 직원은 물론 민원을 보러 온 사람들도 가을빛이 물든 풍경을 바라보며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구청에서 마주한 딱딱한 업무가 이곳의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풀리는 듯하다. 영등포구청에 들를 일이 있다면 꼭 한 번 들러보길 권한다.
영등포구청에서 이 길을 걷다 보면 당산공원과 이어진다. ©김윤경
영등포구청에서 이 길을 걷다 보면 당산공원과 이어진다. ©김윤경
오래된 생태연못이 이끼정원으로 재탄생했다. ©김윤경
오래된 생태연못이 이끼정원으로 재탄생했다. ©김윤경
영등포구청 정원을 지나면 당산공원이 나온다. 구청 쪽 입구로 들어서면 특별한 공간이 눈에 들어오는데, 바로 ‘이끼정원’이다. 이끼는 대기 중의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효과가 큰 녹색식물이다. 사실 이곳은 원래 오래된 생태연못이었다. 그러나 노후화로 인해 관리와 유지 비용이 부담스러웠고, 여름이면 파리와 모기가 들끓어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 끝에, 이 공간을 이끼로 채워 살아 숨 쉬는 개방형 녹지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 울긋불긋한 낙엽이 예쁜 당산공원 ©김윤경
    울긋불긋한 낙엽이 예쁜 당산공원 ©김윤경
  • 구청 업무가 있다면 함께 들르길 추천한다. ©김윤경
    구청 업무가 있다면 함께 들르길 추천한다. ©김윤경
  • 휠체어를 타고도 놀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놀이터 ©김윤경
    휠체어를 타고도 놀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놀이터 ©김윤경
  • 울긋불긋한 낙엽이 예쁜 당산공원 ©김윤경
  • 구청 업무가 있다면 함께 들르길 추천한다. ©김윤경
  • 휠체어를 타고도 놀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놀이터 ©김윤경
스프링클러가 가동되면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돼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든다. 이곳을 지나던 어르신 몇 분은 ‘이끼정원’이라는 푯말을 가리키며 관심을 보였다. 나 역시 푸릇푸릇하고 폭신한 이끼를 상상했지만, 실제로는 망으로 덮여 있어 다소 아쉬웠다. 이는 비둘기의 습격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한편, 당산공원에는 서울시와 영등포구가 ‘2019 지역사회혁신계획 협치사업’으로 조성한 무장애놀이터가 있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다.

역사가 느껴지는 문래동꽃밭정원

“문래동이 ‘물레’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어요. 오래전 재봉틀을 돌리며 가족을 부양하던 어머니와 누이들의 애환이 담긴 그곳이 이제는 꽃밭으로 바뀌었죠.” 영등포구청 정원도시과 담당자가 설명했다.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문래동꽃밭정원 ©김윤경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문래동꽃밭정원 ©김윤경
이 시기 영등포구에서 가장 좋은 공원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 담당자는 주저 없이 문래꽃밭정원을 꼽았다. 근대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은 2024년 5월, 서울시 특별교부금을 통해 전체 부지의 절반을 꽃밭으로 조성했다. 원래 이곳은 옛 방림방적 공장터로, 체납 이후 23년 동안 구청의 자재 창고로 방치돼 있던 공간이었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래꽃밭정원 ©김윤경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래꽃밭정원 ©김윤경
문래꽃밭정원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평평하고 넓은 산책로였다. 유모차와 휠체어를 위해 땅 높이를 무려 1.7m나 낮췄다고 한다. 바로 옆 예술센터 부지 높이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유모차가 잘 끌리고 손상되지 않도록 바닥 밑에 벌집 모양의 구조물을 깔아놓은 세심함도 돋보인다. 230m의 황톳길순환 산책로는 건강까지 생각한 설계다.
어린이 놀이터와 운동기구들이 함께 설치돼 있다. ©김윤경
어린이 놀이터와 운동기구들이 함께 설치돼 있다. ©김윤경
어린이 놀이터에는 그물 놀이대와 트램펄린을 설치해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놀이 공간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어린이 놀이터를 시작으로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크로스핏 공간, 중장년층을 위한 편안한 산책로까지 마련되어 있어 모든 연령층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운동기구도 전 연령대가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되어 어린이와 어르신이 함께 운동하는 화목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작가들의 정원 안내판에는 식재된 종류와 설명이 써 있다. ©김윤경
작가들의 정원 안내판에는 식재된 종류와 설명이 써 있다. ©김윤경
무엇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전문 작가가 각기 다른 특색으로 참여한 세 가지 주제의 작가정원이다. ▴초자연정원▴문래동 아이뜰▴문래 크래프트가든으로 구성된 정원은 저마다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각 정원 앞에 놓인 안내판 설명을 읽으며 천천히 걷다 보면 작가들이 담아낸 이야기가 발밑에서 피어난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지는 정원지원센터 ©김윤경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지는 정원지원센터 ©김윤경
문래동꽃밭정원에서는 다양한 꽃들을 구경하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특히 정원 내 마련된 정원지원센터에서는 식물과 정원을 테마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1인당 5,000원으로 날짜에 따라 크리스마스트리, 갈런드 등을 만들 수 있다. 프로그램 예약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에서 신청하면 된다.
문래 예술의전당 부지가 바라다 보인다. ©김윤경
문래 예술의전당 부지가 바라다 보인다. ©김윤경
신발 등의 흙을 털 수 있는 에어건이 설치되어 있다. ©김윤경
신발 등의 흙을 털 수 있는 에어건이 설치되어 있다. ©김윤경
바로 옆 부지는 ‘문래 예술의전당’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지난 10월, 서울시 투자재심사를 최종 통과하며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이 완공되면 인근 예술인들에게는 창작 공간을, 주민들에게는 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도 의미 있지만, 무엇보다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가장 뚜렷한 변화가 될 것이다.

문래동꽃밭정원은 개장 후 1년 반 동안 잔디광장에서 버스킹, 영화 상영, 플리마켓, 크리스마스 빌리지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열어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왔다. 11월 초에 열린 백일장에서도 많은 주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며, 이번 주에는 구민들과 함께 튤립 구근을 심을 계획이다.

영등포구는 지난해 서울시청 브리핑 룸에서 ‘정원도시 영등포’를 선언한 바 있다. 서울시의 ‘시민 참여 녹색 여가 문화 확산’이라는 정책 방향에 발맞춰, 영등포구는 정원문화센터를 설립해 마을정원사를 양성하고 ‘달려라 정원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당산공원에서 문래동꽃밭정원 가는 길 곳곳에 낙엽이 쌓여 있다. ©김윤경
당산공원에서 문래동꽃밭정원 가는 길 곳곳에 낙엽이 쌓여 있다. ©김윤경
산이 없다는 약점을 정원이라는 강점으로 바꾼 영등포구. 지금 이 순간, 울긋불긋한 단풍과 낙엽, 그리고 이끼를 만나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보자. 오래된 연못과 방적공장 창고가 아름답게 새롭게 태어난 공간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무엇보다 가는 길에 밟히는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더 크게 들린다. 겨울로 접어드는 쓸쓸한 가을, 생각지 못하게 주어진 운치는 그 자체로 선물이다.

당산공원

○ 위치 :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로27길 12
○ 교통 : 지하철 2·5호선 영등포구청역 2번 출구에서 110m

문래동꽃밭정원

○ 위치 :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3가 55-6
○ 교통 : 지하철 2호선 문래역 4번 출구에서 459m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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