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문장과 만나다! 35돌 '광화문글판'과 정독도서관 '노벨문학라운지'
발행일 2025.11.14. 09:22
현재 광화문글판에는 최승자 시인의 시구가 적혔다. ©박지영
서울 중심 광장인 광화문광장과 주변엔 세종대왕·이순신장군 동상 외에도 현재까지 잘 유지되고 있는 상징적 공간들이 있다. 광화문광장과 인접한 문화 예술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은 1978년 준공 이래 줄곧 서울의 대표 공연장으로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고,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 서점인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1981년 개점 이래 서울 대표 대형 서점이자 도서를 테마로 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사랑 받고 있다. 두 곳 다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40대 중 후반이라 서울토박이라 부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이외에도 반듯하게 잘 자란 서울 청년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 있는데, 바로 35년 간 교보생명 사옥 외벽에 걸린 ‘광화문글판’이다.
그 자리에서 35년 간 변함없이, 서울 시민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광화문글판'
광화문 교보생명 사옥 외벽에는 짧지만 오랜 여운을 주는 글이 자리한다. 하얀 색 바탕에 적힌 30자 남짓의 글과 그림은 ‘광화문글판’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광화문광장이나 그 앞을 지나는 시민들은 대부분 이 글판의 존재를 알뿐만 아니라, 어떤 글이 걸려 있을까 일부러 확인하러 오는 분도 많다. 필자도 광화문광장을 지날 때면 늘 어떤 글이 걸려 있을까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확인할 정도로, 광화문글판을 읽는 건 하나의 습관처럼 굳어졌다. 그 자리에 너무 당연한 듯 있었기에 오래되었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얼마 전 광화문글판이 35년의 역사를 지녔다는 걸 알게 됐다.
광화문글판은 1991년 교보 창립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1991년 최초의 광화문글판 글은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 활력 다시 찾자”로, 당시엔 표어와 격언 등의 메시지가 적혔다. 하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당시 상황으로 고통을 겪고 있던 국민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광화문 글판에 시심(詩心)을 담았다고 한다. 광화문글판의 글이 시민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라고. 이후 응원과 위로, 계절을 담은 따뜻한 시들이 이곳에 담겼고, 이후 대중문화인들과의 콜라보도 이어져 2020년 광화문글판 30년과 2021년 100번째 글판은 BTS의 가사가, 2025년 광화문글판 35년 특별편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대사가 쓰였다. 현재는 최승자 시인의 ‘20년 후에, 지에게’ 중 일부가 적혀있다.
광화문글판은 1991년 교보 창립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1991년 최초의 광화문글판 글은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 활력 다시 찾자”로, 당시엔 표어와 격언 등의 메시지가 적혔다. 하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당시 상황으로 고통을 겪고 있던 국민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광화문 글판에 시심(詩心)을 담았다고 한다. 광화문글판의 글이 시민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라고. 이후 응원과 위로, 계절을 담은 따뜻한 시들이 이곳에 담겼고, 이후 대중문화인들과의 콜라보도 이어져 2020년 광화문글판 30년과 2021년 100번째 글판은 BTS의 가사가, 2025년 광화문글판 35년 특별편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대사가 쓰였다. 현재는 최승자 시인의 ‘20년 후에, 지에게’ 중 일부가 적혀있다.
광화문글판 35년 북 콘서트엔 200여 명의 시민이 초청됐다.©박지영
광화문글판에 대한 궁금증은 얼마 전 자리한 광화문글판 35년 북 콘서트에서 해소되었다. 당일 광화문글판 35년 북 콘서트엔 다양한 연령대의 2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해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된 오프닝 퍼포먼스와 작가 시 낭송회, 광화문글판 35년 기념 도서 출간 북토크, 축하 공연을 즐겼다.
행사장 로비에는 광화문글판의 역사 소개와 시민이 뽑은 베스트 문구를 전시했다. ©박지영
염동균 작가의 VR퍼포먼스로 본 행사가 시작됐다. ©박지영
시민이 뽑은 베스트 광화문글판 글들 ©박지영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시민이 뽑은 베스트 광화문글판으로, 나태주, 도종환, 문정희, 장석주 시인의 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광화문글판에 오른 모든 글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2012년 봄에 광화문글판에 적힌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그 짧은 제목보다도 훨씬 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문장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전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베스트 글판으로 뽑힌 나석주, 문정희, 장석주 작가의 시낭송이 있었다. ©박지영
베스트 글판으로 뽑힌 도종환 작가의 '멈추고, 들여다보고, 경청하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박지영
광화문글판에 실린 시인들의 감상도 인상적이었다. 묵묵히 글을 쓰던 나태주 시인을 대중적으로 알린 것도 광화문글판이었고, 시 ‘대추 한 알’을 쓴 장석주 시인에게 매해 ‘대추 한 가마니’의 수확을 가져다 준 계기가 된 것도 광화문글판이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시인들에게도 광화문글판은 동경의 대상 중 하나로, 자신의 글이 오르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현장에 참석한 한 아이의 부모님은 요즘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 아이들의 학습에 고충이 많다면서, 광화문광장에서 뛰어 놀던 아이와 광화문글판을 보며 30분 간 대화를 나눴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그만큼 글을 보는 이에게도, 쓰는 이에게도 광화문글판의 의미는 깊다.
오염되지 않은 우리 말글의 묘미와 정서를 잘 살린 광화문글판의 문구가 선정되는 과정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광화문글판은 문안선정위원회가 있어 시인, 소설가, 평론가, 언론인, 광고인 등 다양한 인사로 구성된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를 통해 선정된다. 선정위원들은 교보생명 누리집에 올라온 시민 공모작과 각 선정위원들이 발굴한 추천작을 놓고 여러 차례 투표와 토론을 거쳐 최종작을 결정한다. 현재는 봄, 희망, 새로움, 도전을 주제로 2026년 봄편 문안을 공모 중이다. 공모는 교보생명 누리집 회원 가입 후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선정시 최대 100만 원의 상금도 받을 수 있다.
오염되지 않은 우리 말글의 묘미와 정서를 잘 살린 광화문글판의 문구가 선정되는 과정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광화문글판은 문안선정위원회가 있어 시인, 소설가, 평론가, 언론인, 광고인 등 다양한 인사로 구성된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를 통해 선정된다. 선정위원들은 교보생명 누리집에 올라온 시민 공모작과 각 선정위원들이 발굴한 추천작을 놓고 여러 차례 투표와 토론을 거쳐 최종작을 결정한다. 현재는 봄, 희망, 새로움, 도전을 주제로 2026년 봄편 문안을 공모 중이다. 공모는 교보생명 누리집 회원 가입 후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선정시 최대 100만 원의 상금도 받을 수 있다.
광화문글판은 문안선정위원회가 있어 시민 공모와 발굴 추천작 중 최종 선정작을 결정한다. ©박지영
정독도서관은 50년 가까이 서울시민의 도서문화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박지영
125회 맞은 노벨문학상, 역대 수상 작가들은 어떤 책을 썼을까?
광화문글판의 짧은 글이 아쉽다면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문학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특별시교육청 정독도서관이다. 정독도서관 터는 중등 교육의 발상지로, 1900년 고종 황제 칙령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의 관립중등학교로 건립된 경기고등학교가 있던 자리이다. 정독도서관은 국가등록문화유산인 1938년 건축된 경기고등학교의 본관을 1977년부터 도서관 건물로 사용하고 있다.
정독도서관 본관 입구. 1938년 건축된 경기고등학교 본관을 이어받았다. ©박지영

본관 입구에서 바라본 학교 정원. 계절별로 예쁜 곳으로 일부러 정원만 찾는 이들도 많다. ©박지영
정독도서관엔 노벨문학상 관련 상설 전시공간인 '노벨문학라운지'가 있다. 공공 도서관 최초로 조성된 공간으로, 지난 10월 18일부터 관람이 시작됐다. ‘노벨문학라운지’는 120여 년의 노벨문학상의 역사와 역대 선정 작가,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 여성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성취를 함께 담아냈다.
노벨문학라운지는 공공 도서관 최초로 조성된 노벨문학상 관련 상설 전시 공간이다. ©박지영
언뜻 봐도 정돈이 잘 되어 있는 이곳엔 1901년 첫 수상작부터 2025년까지 122명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문학작품 1,118권이 배치되어 있다. 우리가 알만한 책이 얼마나 될까 싶은데, 전 국민 필독도서인 <데미안>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이고,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작가 한강의 작품들, 올해 수상자인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작품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았다.
100년을 훌쩍 넘어 우리 시대 고전이 된 작가들의 작품을 실물로 보는 것 만도 신나는데, 별도의 예약 없이 운영 시간 내엔 도서관을 찾는 누구나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게다가 공간이 개방형이라 유모차나 휠체어 방문객, 어린이 방문객 등이 불편하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
100년을 훌쩍 넘어 우리 시대 고전이 된 작가들의 작품을 실물로 보는 것 만도 신나는데, 별도의 예약 없이 운영 시간 내엔 도서관을 찾는 누구나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게다가 공간이 개방형이라 유모차나 휠체어 방문객, 어린이 방문객 등이 불편하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역대 수상작가들의 대표작들 ©박지영
개방형 공간으로 유모차나 휠체어 방문객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박지영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책들도 다양하게 구비되었다. ©박지영
이 공간에서 꼭 경험해 봐야 하는 게 있다. 먼저 작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살짝 맛볼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공간이 있다. 이 자리에선 작가 한강과 역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또 역대 수상자를 검색할 수 있는 정보 검색 시스템도 좋다. 역대 수상자들의 대표 서적을 다 모아두긴 했어도 한 눈에 담긴 어려운데, 그런 선택의 어려움을 검색 시스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한강 작가와 그의 문학을 조금 더 가깝게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박지영
책을 보다가 정보 검색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이 잘 설치되어 있다. ©박지영
중앙에 놓인 테이블에선 필사를 할 수 있다. ©박지영
또 공간 중앙에 놓인 필사 코너도 좋다. 책을 읽다 보면 마음에 닿는 한두 줄은 있기 마련인데, 보통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저장해오지만, 이곳에선 자신의 손 글씨로 책의 의미를 한자 한자 옮겨 담아 가져올 수 있다. 디지털이 편안한 생활을 돕고 있긴 하지만, 가끔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그렇게 쌓는 정서가 더 어울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앞으로 이곳에선 작가와의 만남, 인문학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라고 하니, 문학의 좋은 기운과 정서가 가득한 이곳에서 역대 수상자이자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작가들의 좋은 문학적 기운을 마음껏 받아가길 바란다.
앞으로 이곳에선 작가와의 만남, 인문학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라고 하니, 문학의 좋은 기운과 정서가 가득한 이곳에서 역대 수상자이자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작가들의 좋은 문학적 기운을 마음껏 받아가길 바란다.
정독도서관 노벨문학라운지
○ 위치: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5길 48 정독도서관 2동 1층
○ 운영일시 : 월~금요일 09:00~18:00, 토·일요일 09:00~17:00
○ 휴관일 : 매월 첫째·둘째 수요일 및 법정공휴일
○ 이용료 : 무료
○ 누리집
○ 운영일시 : 월~금요일 09:00~18:00, 토·일요일 09:00~17:00
○ 휴관일 : 매월 첫째·둘째 수요일 및 법정공휴일
○ 이용료 : 무료
○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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