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서울교통의 미래…교통약자와의 동행까지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5.09.02. 15:28

이렇게 AI의 성능이 좋아지자, 산업 현장에서도 AI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는 교통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교통의 특이한 부분은 공공의 투자 비중이 크고, 상당 부분이 공공기관에서 운영한다는 점이다. 서울교통이 대표적이다. 도로 건설과 유지보수 운영, 지하철 계획과 건설 운영, 준공영제 버스정책 시행, 따릉이 같은 라스트마일(Last Mile) 교통수단 운영 등 서울시 교통에 서울시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결국 서울의 교통을 AI를 통해 고도화하고 발전시키려면 서울시의 노력과 방향 설정,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럼, 서울교통과 AI는 어떻게 연결되어야 할까?

첫째, 파편화된 교통정보, 하나로 통합해야
AI와 빅데이터는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데, 과거에는 없었던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AI가 이를 학습하여 지능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분리되어 있는 시스템은 데이터의 연계를 어렵게 하여 AI의 지능을 높이기 어렵게 한다.
또한 상당수의 교통 관련 시스템들이 현장에서 센서를 통해 정보를 받은 뒤 바로 처리하는 방식을 쓰는 것도 문제이다. 예를 들어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인공지능 카메라가 차도로 뛰어드는 보행자나 빨리 달리는 차량을 인식하여 현장에서 경고를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방식은 빠른 처리가 가능한 반면, 교통정보가 개별 장비 안에만 머물게 되어 더 이상 유용하게 쓰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자기 영역의 문제는 잘 처리하지만, 도시 전체 교통 차원에서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향후 서울교통은 수집되는 모든 교통정보를 수평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수직적으로 통합하여 거대한 데이터를 만들고 AI가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국가 전체의 통합 교통데이터센터로의 발전도 가능하다. 대중교통을 포함한 서울의 교통량은 전국 지자체 중에서 압도적으로 수위에 있는 만큼, 국가 교통 데이터 통합에 있어 서울시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AI로 교통정보 '인지-판단-제어' 자동화해야
하지만 이들 정보를 가지고 판단과 제어를 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다.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확인하고 조치하는 것은 관제센터의 운영자들이 맡고 있는데, 사람마다 경험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판단과 조치도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다. 가끔 판단이나 조치를 잘못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하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운영자도 위축되어 지나치게 보수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어떤 식이든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결과물을 얻기가 힘들다.
그래서 AI가 도입된 교통시스템에서는 우선 현행 자료수집(인지) 단계에서 개별 단위의 인지를 넘어 전체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는 인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인간 운영자에 의한 사후적 판단과 수동적인 제어를 넘어, AI의 도움을 받아 예방적 판단과 자동화된 제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운영자는 AI가 제시하는 대책을 승인하거나 일부만 수정하는 식으로 처리하면 되므로, 교통시스템 결과물의 품질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어떤 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을 CCTV로 확인했을 때, 현재는 사람이 이를 해석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AI가 “OO로 XX교차로에서 트럭 1대와 승용차 2대간 측면 충돌 발생”이라는 해석 문구를 자동으로 띄워줄 수 있다.
그리고 나서 AI는 “도로 바닥에 화물이 떨어졌으므로, 청소가 필요합니다”, “전복된 트럭을 바로 세우기 위해 크레인이 필요합니다”라는 식으로 상황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자동으로 서울시 소속의 청소차와 크레인 차량에게 출동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교통량도 늘고 교통정보 수집량도 늘어나는데 이를 인간이 계속 처리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은 일이다. AI의 강력한 힘을 활용하여 서울교통 전체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셋째, AI 교통 시스템은 교통약자를 위해 우선 적용해야
21세기 들어서야 비로소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투자가 본격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첨단 교통기술로 ITS(지능형 교통시스템)나 각종 정보시스템들이 나왔지만, 정작 이것들도 교통약자에게 많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또타지하철 앱에서 교통약자용 정보를 제공하거나, 교통약자도 이용할 수 있는 승차권 자동발매기가 도입되는 등 소프트웨어 기술에서 교통약자 배려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첨단 교통기술은 또 AI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교통약자는 항상 교통기술의 최첨단을 누리지 못하고 시대에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도래하는 AI시대에서는 그렇게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교통 AI의 발달은 교통약자를 뒤에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교통약자와 동행하고 때로는 교통약자에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고령화로 인해 대중교통 서비스 수준이 떨어지고 있는 지역에는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를 도입할 수 있는데, AI를 이용하여 DRT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운영 효율을 높여 수요자와 공급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교통약자의 이동권도 보장할 수 있다.
한편 교통약자가 많이 사는 곳을 노인보호구역 등으로 지정할 수 있으나,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자동차 운전자도 힘들게 한다. 이런 곳 역시 AI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신호등이나 경고 장치 등을 활용하여 교통약자의 안전수준도 높이고, 자동차 통행의 효율도 높이는 일석이조를 실현할 수 있다.
이렇듯 교통 AI의 발전은 서울시가 추구하는 ‘약자와의 동행’ 정책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관련 기사] 어린이보호구역 말고 노인·장애인보호구역도 있어요!

현재 정부는 하락세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성장을 반전시킬 유일한 돌파구를 AI로 보고 있는데, AI가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AI 발전에 필요한 IT기반시설(통신망 등)과 제조역량, 데이터 등을 풍부히 갖추고 있다는 점도 AI에 ‘올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그동안 꾸준히 발전해온 서울의 교통도 인구 감소와 인구 고령화로 인하여 발전의 속도가 과거보다 느려진 느낌이 있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출퇴근시간 교통 혼잡, 지하철의 시설 노후화, 서울시와 마을버스업계 간의 갈등으로 대표되는 버스정책 문제 등 서울시의 교통도 쉽지만은 않은 상태다.
이런 시점에서 갈수록 고도화되는 AI를 교통시스템에 녹여 넣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서울은 세계적으로 인구밀도가 높고 대중교통 수송량이 많은 곳인 만큼, 서울에서 AI를 활용한 교통시스템을 성공시키는 것은 세계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증표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AI를 장착한 서울교통시스템의 해외수출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AI를 도입한 서울교통이 보다 강력해져,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 참고문헌: 탁세현, “AI시대 교통시스템의 변화”, 월간교통 2025년 8월호, 한국교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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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한우진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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