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에어컨 화재 조심! 차량화재 초기진화의 주인공을 만나다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5.08.26. 15:03

수정일 2025.08.26. 16:58

조회 1,572

최근 지하 주차장 화재를 빠르게 진화해 화제가 된 정창하 씨를 양천소방서에서 만났다. ⓒ김윤경
최근 지하 주차장 화재를 빠르게 진화해 화제가 된 정창하 씨를 양천소방서에서 만났다. ⓒ김윤경
보통 화재 하면 겨울철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에어컨 실외기나 리튬이온 배터리 충전 중에 발생하는 화재 소식이 연달아 들려온다. 최근 마포구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2명이 숨지고 이웃들이 다쳐 충격을 전하기도 했다.

화재 시 초기 진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최근 지하 주차장에서 대형 재난으로 번질 뻔한 화재를 신속하게 진화해 큰 피해를 막아낸 이가 있어 화제다. 35년간 소방관으로 근무하다 퇴직 후, 소방안전관리자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정창하 씨가 그 주인공이다.
정창하 씨. ⓒ김윤경
양천구 주상복합건물의 화재를 초기 진압한 정창하 씨. ⓒ김윤경

퇴직 소방관의 빠른 대처로 대형 사고가 될 뻔한 화재를 막다

지난 8월 4일 오후 1시경, 양천구 한 주상복합건물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관리실에서 CCTV로 이를 목격한 소방안전관리자 정창하 씨는 119에 신고하는 동시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분말 소화기 2개를 연달아 분사하며 초기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인근의 옥내소화전을 활용해 재차 진화를 시도했다. 그의 용감한 대처가 없었다면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 생생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서 정창하 씨와 양천소방서 김용범 소방장을 만났다.

“화재가 일어난 시간이 점심시간이었거든요. 그 건물이 맛집이 많은 곳이라 사람들이 많았어요. 주차장에도 차량이 150대 정도 꽉 차 있었습니다.”
옥내소화전으로 초기 진화할 당시 모습 ⓒ소방재난본부
옥내소화전으로 초기 진화할 당시 모습 ⓒ소방재난본부
다리 수술로 지팡이를 짚은 채 인터뷰에 응한 정창하 씨는 그날의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 CCTV를 통해 주차 차량 운전대 아래쪽에서 연기가 나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붙는 걸 목격했다. 다리 수술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판단해 지팡이를 짚은 채 현장으로 갔다. 그렇지만 이미 주차장은 검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소화기는 불꽃이 약할 때는 유용하지만 
화세가 강할 때는 분말이 날아가 버려 효과가 없습니다. 
즉시 옥내소화전을 사용해 진화했어요. 
함께 간 담당자에게 사람들이 못 내려오도록 안내하라고 지시하고 
공조기를 돌려 연기를 빼내며 2차 피해를 막았습니다.
이번 화재 초기 진화에 성공한 건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직감과 침착함 덕분이었다. 특전사 출신인 그는 1988년 소방 공채 시험에 합격해 1989년부터 소방관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하고, 현재 소방안전관리자 로 건물 소방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정창하 씨가 당시의 긴박했던 화제 현장 사진을 보여주었다. ⓒ김윤경
정창하 씨가 당시의 긴박했던 화제 현장 사진을 보여주었다. ⓒ김윤경
그는 소방관으로 오래 근무한 만큼 많은 기억이 있다. 화재 현장에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구로공단 공장 화재 진압 중 바닥이 무너져 추락하거나 건물 안에서 불길에 갇혔던 적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소방 업무가 자랑스럽고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이 때문에 장남에게도 소방관의 길을 권유했고, 아들 역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소방관을 하면서 현장에서 여러 가지를 보거나 겪게 됩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안타까운 상황을 마주하면 여전히 마음이 몹시 아픕니다. 언젠가 어느 가장이 화재로 숨졌어요. 저도 아이가 있는데 그 부인과 어린 자녀들에게  사망 소식을 전하기가 진짜 괴롭더라고요.”

평생을 불과 싸워 온 만큼 그는 소방관들의 트라우마도 잘 알고 있다. 얼마 전 이태원 참사에 출동했던 후배 소방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트라우마는 개인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만큼 함께 터놓고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창하 씨가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윤경
정창하 씨가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윤경
아마 소방관들이라면 자동 반사적으로 불을 끄려 하지 않겠습니까.
몸이 저절로 움직일 것 같습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같은 상황이 다시 생긴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차량에 항상 소화기와 맥가이버 칼과 같은 구조 장비를 싣고 다닌다. 사고가 났을 때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이다. 

“소방은 제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해요. 제 경험이 큰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되어 천만다행이지요. 무엇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요.” 
양천소방서 김용범 소방장을 만나 화재 예방법에 대해 더 들어보았다. ⓒ김윤경
양천소방서 김용범 소방장을 만나 화재 예방법에 대해 더 들어보았다. ⓒ김윤경

현직 소방관에게 물었다! 실제로 불이 났다면?

정창하 씨와의 만남에 이어 서울 양천소방서 지휘팀 김용범 소방장을 만나 시민들이 꼭 알아야 할 화재 대피 요령과 예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Q. 지하 주차장 화재 발생 시, 시민들이 꼭 알아두면 좋을 대피 요령과 안전 수칙은 무엇인가요?
A. 지하 주차장은 밀폐된 공간이라 연기와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퍼집니다. 불이 났다면 차량으로 돌아가지 말고 가장 가까운 비상구로 신속하게 대피해야 합니다. 대피 시에는 몸을 최대한 낮추고 젖은 손수건이나 옷으로 코와 입을 가려 연기 흡입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평소에 건물이나 주차장의 비상구 위치를 확인해 두는 습관을 들이면 비상시에 큰 도움이 됩니다.
곳곳에 설치된 소화기의 위치를 알아두자.  ⓒ김윤경
곳곳에 설치된 소화기의 위치를 알아두자. ⓒ김윤경
Q. 소화기 사용법을 쉽고 간단하게 배우는 방법이 있을까요? 또 소방 시설 사용 시 주의할 점도 알려주세요.
A. 소화기는 'P-A-S-S'라는 네 단계를 기억하시면 좋습니다. 먼저 Pin(안전핀)을 뽑고, Aim(노즐을 불로 향하게 조준)한 다음, Squeeze(손잡이를 움켜쥐고), Sweep(빗자루 쓸듯 불을 끄는) 순서입니다. 실외에서는 바람을 등지고 소화기를 뿌려야 하고요. 무엇보다 소방 시설 앞에는 물건을 쌓아두지 말고, 긴급 상황 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항상 주변을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Q. 여름철 특히 주의해야 할 화재 예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여름철에는 에어컨 실외기 과열로 인한 화재가 많은데요. 실외기 창을 꼭 열어두고 항상 환기를 철저히 해주세요. 또한 전력 사용이 급증하는 시기인 만큼 허용 전력량을 초과해 멀티탭을 사용하거나 문어발식으로 연결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특히 노후화된 아파트는 10년 전후로 배선을 교체하는 것을 권장하는데요. 배선 교체가 어렵다면 배전반 안의 누전 차단기가 용량에 맞는지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Q.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가 급증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A. 소방청에 의하면 배터리 화재가 올해 5월 49건에서 6월 51건, 7월 67건으로 두 달 새 약 37%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전기 스쿠터나 전기 오토바이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열 폭주 현상 때문에 진압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배터리 내부에서 계속 발열이 일어나기 때문에 완전히 탈 때까지 꺼지지 않는 경우가 많죠. 따라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주변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충전이 끝나면 전원을 꼭 분리하고 취침, 외출 시에는 충전을 중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대기 중인 소방차들. 에어컨 실외기 과열, 배터리 화재 등으로 여름철에도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김윤경
대기 중인 소방차. 에어컨 실외기·배터리 과열 등으로 여름철에도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김윤경
Q.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화재 진압은 소방관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모든 국민이 소방 안전의 주체라는 인식을 하고 소화기 사용법과 대피 요령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화재 시 계단에 연기가 가득해 실내에 머무르기로 했다면, 베란다나 현관문 틈을 물에 적신 수건으로 막아줘야 합니다. 집 안에서도 불과 멀거나 방문이 튼튼한 방을 미리 봐두고 그곳으로 대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화재 보험이나 예방책을 고려하며 생활 속에서 항상 안전을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화재가 가져오는 참상과 현장 대원의 트라우마를 되새길 수 있었다. 또한, 아주 작은 불씨가 한순간에 큰 화재로 번지는 위험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더불어 생활 속 리튬이온 배터리의 위험성을 인식했다.
화재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더 이상 폭염 속에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정창하 씨를 비롯한 모든 소방관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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