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폭포만큼 '홍제락길'도 좋아요! 홍제천 맑은 물길 산책 코스

시민기자 김종성

발행일 2025.08.06. 13:34

수정일 2025.08.06. 17:20

조회 5,797

'홍제락길'에서 만나는 홍지문과 오간대수문 ©김종성
'홍제락길'에서 만나는 홍지문과 오간대수문 ©김종성
수변 테라스 카페와 작은 도서관이 있어 ‘폭포멍’, ‘책멍’을 즐길 수 있는 서대문 홍제폭포. ‘뷰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홍제천에는 홍제폭포 외에도 주민들이 애용하는 숨은 명소가 또 있는데, 바로 홍제천 상류 ‘홍제락(弘濟樂)길’이다. 홍제폭포가 유명 관광지라면, 홍제락길은 ‘로컬 여행지’랄 수 있겠다.

홍제락길은 ‘단절된 홍제천 상류 하천길 잇기 사업’으로 조성된 천변 산책길이다. 홍제천 상류에 있는 홍지문, 오간대수문, 세검정 등을 지나 종로구 신영동, 평창동으로 이어진다. 상류 구간이다 보니 북한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맑은 물이 ‘콸콸’ 흘러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더욱 좋은 건, 세검정에서 가까운 도심 속 보석 같은 계곡 ‘백사실 계곡’까지 가볼 수 있다는 거다. ‘물멍’하며 걷기 좋은 하천변과 사찰, 유적, 1급수 계곡을 따라가는 흥미로운 여행길이다.
홍제천 상류에 조성된 걷기 좋은 산책길 ©김종성
홍제천 상류에 조성된 걷기 좋은 산책길 ©김종성

홍제천 상류에서 만나는 소중한 국가유산

홍제락길은 단절되었던 하천 내 산책로를 복개 구조물과 교량 등으로 연결,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친수공간과 녹지공간을 조성했다. 홍제천 상류에 자리한 포방터 시장이나 소담한 천변 사찰 옥천암에서 시작하면 된다.

천변가 북한산 자락에 자리한 옥천암(玉泉庵, 서대문구 홍은동)은 산속이 아닌 하천가에 있는 암자라 그런지 불자가 아니더라도 발길이 머무는 곳이다. ‘옥천’이란 아주 맑은 샘물이라는 뜻으로, 과거 많은 사람들이 사찰 앞에 흐르는 맑은 물을 마시고 병이 나았다 하여 그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보물 제1820호 옥천암 마애보살좌상 ©김종성
보물 제1820호 옥천암 마애보살좌상 ©김종성
옥천암은 천변 큰 바위에 새겨진 관음보살상으로도 유명하다. 고려시대 만든 마애보살좌상으로 보물 제1,820호로 지정되어 있다. '마애(庵磨)'는 바위에 새긴 불상을 이른다. '관세음보살'은 중생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구제하는 대중적인 보살이다. 문이 없는 하천가에 불상이 있어 누구나 아무 때나 찾아와 예배하고 기도할 수 있다.

옥천암 앞으로 홍제천이 경쾌한 물소리를 내며 흘러가고 있다. 물 맑은 하천 밑으로 깨끗한 모래톱이 보이고 송사리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유영하고 있다. 예로부터 동네 주민들은 홍제천을 '모래내'라고 불렀단다. 하천 중류에 오래된 전통시장 모래내 시장(서대문구 남가좌동)이 있다. 대동여지도에도 '사천(모래沙 내川)'이라 적혀 있다고.
굽이치는 홍제천 상류에 찾아온 왜가리와 백로 ©김종성
굽이치는 홍제천 상류에 찾아온 왜가리와 백로 ©김종성
수변활력거점으로 조성한 홍지문 일대 홍제천 풍경 ©김종성
수변활력거점으로 조성한 홍지문 일대 홍제천 풍경 ©김종성
천변을 따라 탕춘대성의 성문인 홍지문 아래 오간대수문으로 들어서면 백로와 왜가리들이 여행자를 맞는다. 맑고 풍성한 물가에서 물고기를 잡느라 여념이 없다. 오간대수문은 약 5m의 홍예문을 5개 내어 홍제천의 물을 흐르게 한 운치 있는 다리다. 탕춘대성은 임진왜란 및 병자호란 이후 수도 방위를 목적으로 숙종 때인 1719년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기 위하여 만든 성곽이다.

1921년 홍수로 인해 허물어진 것을 1977년에 복원했다고 한다. 인왕산 동북쪽에서 시작하여 북쪽의 능선을 따라 북한산 서남쪽의 비봉 아래까지 연결되어 있으며, 전체 길이가 약 4km에 이른다. 홍지문을 지나는 홍제천 일대는 서울시의 ‘수변감성도시’ 사업으로 조성한 수변활력거점의 한 곳이다. 천변에 새로 만든 돌다리와 돌의자 너머로 북한산 풍경이 멋지게 펼쳐져 쉬어 가기 좋다.
세초(洗草) 유적지, 세검정 ©김종성
세초(洗草) 유적지, 세검정 ©김종성

도심 속에서 만나는 1급수 계곡, 백사실 계곡

세검정(종로구 신영동)은 홍제천 최상류 계곡물이 힘차게 흐르는 곳에 자리한 옛 정자다. 정자 앞에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세검정도>가 전시돼 있다. 세검정은 1941년 화재로 인해 소실되어 주춧돌만 남아있던 것을 겸재 정선이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1977년에 복원했다.

세검정 일대는 오래전부터 세초의 현장이었다고 한다. '세초(洗草)'는 원고지를 씻는다는 뜻으로, 조선왕조실록 편찬에 사용되었던 원고들의 누설을 막기 위한 작업을 말한다. 인근에 종이를 만들던 조지서(造紙署)가 있어서 실록의 편찬이 끝나면 사용한 종이를 씻는 세초 작업이 이곳에서 시행되었다. 정말 세검정 앞에서 세초를 했음 직한 평평하고 널찍한 너럭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세검정에서 종로구 신영동, 평창동으로 이어지는 홍제락길(왼편) ©김종성
세검정에서 종로구 신영동, 평창동으로 이어지는 홍제락길(왼편) ©김종성
물 맑고 숲 울창한, 백사실 계곡 ©김종성
물 맑고 숲 울창한, 백사실 계곡 ©김종성
세검정 옆으로 홍제천 물길을 따라 신영동, 평창동 방향으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돌돌돌~’ 정다운 물소리를 들으며 5분여를 걸어 신영교에 닿으면 백사실 계곡 들머리가 나온다. 신영교 앞 편의점(종로 신영점) 옆 길바닥에 백사실 계곡이라고 크게 새겨 놓았다.

백사실 계곡은 북악산 기슭 약 1.3km의 물 맑고 숲이 울창한 계곡이다. ‘홍제락길’ 덕분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마실’ 가듯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계곡이 되었다. 1급수 물이 흐르는 아늑한 계곡과 숲길이 이어져 ‘여기가 서울 맞아?’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곳이다.

계곡 일대는 서울시 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캠핑이나 돗자리를 사용할 순 없지만, 숲속 곳곳에 있는 벤치나 바위에 앉아 계곡을 바라보며 쉬어 가기 좋다. 계곡의 평소 기온이 서울 평균 기온보다 약 5도 정도 낮다고 한다. 계곡가에 흰빛을 띠는 화강암 바위들이 많아 이채롭다. 북악산의 옛 이름이 ‘백악(白岳)’인 연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1급수 물이 흐르는 백사실 계곡 ©김종성
1급수 물이 흐르는 백사실 계곡 ©김종성

홍제락(弘濟樂)길

○ 주요 산책길 : 홍제천 옥천암(서대문구 홍은동 8) → 홍지문·오간대수문(종로구 홍지동 산4번지) → 세검정(종로구 신영동 168-6) → 백사실 계곡(종로구 부암동 115)
○ 옥천암 교통편 : 지하철 3호선 홍제역 1번 출구에서 7018, 7730, 110A, 110B, 163, 마을버스 서대문08번 탑승 → 홍지문·옥천암 정류장에서 하차 

시민기자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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