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그냥 집에 갈 순 없지~ 서울시향 퇴근길 토크 콘서트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5.05.30. 14:31

수정일 2025.05.30. 14:31

조회 2,864

서울시립교향악단이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진행하는 '퇴근길 토크 콘서트'가 남대문교회에서 열렸다. ©박지영
서울시립교향악단이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진행하는 '퇴근길 토크 콘서트'가 남대문교회에서 열렸다. ©박지영
서울에 사는 혜택 중 하나는 풍성한 문화 생활일 것이다. 예전에는 “서울에 살아도 남산에 안 가 본 사람이 많다”는 말을 종종 듣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적극적으로 문화를 향유하려는 시민도 많고, 즐길 문화 프로그램도 많아져 오히려 선택의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특히 휴일을 앞둔 금요일 저녁은 그냥 집에 들어가기엔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어 특별한 즐길 거리를 찾곤 했는데, 얼마 전부터 '서울 문화의 밤'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진행돼 선택의 폭을 더 넓어졌다. ☞ [관련 기사] 금요일엔 퇴근 후 문화생활! 밤 9시까지 문화시설 야간개방

매달 운영되는 정규 및 특별 프로그램과 함께 서울 시내 주요 기관들의 전시, 행사, 공연 소식을 한데 모아 제공하니, 여기만 봐도 한정된 시간 동안 최선의 선택으로 문화생활하기 딱 좋다. 그중 서울시향 '퇴근길 토크 콘서트' 정보를 얻었고 예약까지 진행해 금요일 저녁 특별한 클래식 만찬을 가성비와 가심비 좋게 즐기고 왔다. ☞'서울 문화의 밤' 6월 프로그램 상세 보기(서울문화포털)

처음 가본 서울미래유산, 남대문교회

당일 서울시향 퇴근길 토크 콘서트 <식탁 위의 클래식> 공연 장소는 남대문에 위치한 남대문교회였다. 서울역에서 도보 10분 미만으로, 큰 건물과 건물 사이 언덕 높은 곳에 있다 보니 신도가 아니라면 교회의 존재를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알고 보면 깊은 역사를 지닌 서울문화유산이다.
큰 건물과 건물 사이 언덕을 오르면 보이는 서울미래유산 남대문교회 ©박지영
큰 건물과 건물 사이 언덕을 오르면 보이는 서울미래유산 남대문교회 ©박지영
남대문교회1885년 한국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광혜원)의 신앙공동체로부터 태동되어 현재에 이른다. 조선 최초 주일 예배가 제중원에서 1885년 6월 21일 주일 저녁에 진행됐다. 조선 첫 정주선교사인 알렌 선교사 부부, 미북장로회 제1호 조선 선교사로 파견된 헤론 선교사 부부 등이 알렌 선교사의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한 후 함께 첫 공식 주일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이 공식 주일 예배는 이후 선교사 언더우드, 아펜젤러, 외교관 포크 등이 참석하는 정기 주일 예배로 자리를 잡았고, 1887년 장로교 선교사 언더우드가 새문안교회를,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가 정동교회를 세웠다. 종교 활동 외에 항일독립시기 민족 운동가를 배출했고, 신사 참배에도 저항한 기록이 있다.

현재의 남대문교회 건물은 1886년 말 구리개(동현교회), 1904년 남대문밖교회, 1910년 세브란스병원 고궁예배당, 1950년 남창동 천막예배당 등의 시기를 거쳐 1969년에 건축됐다. 보존 가치가 높은 고딕 양식의 석조 건축으로, 2013년에 서울미래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현대적인 건축물 사이 보이는 고딕 양식의 교회라 이 앞을 지나게 되면 어김없이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특징적이다. 당일 이곳을 처음 찾은 시민들 대부분 교회 정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기념으로 남겼고, 교회 주변을 돌아보며 시대를 초월한 느낌을 주는 종교 건축물을 나름의 방식으로 감상했다.
남대문교회 전면. 대부분의 방문객이 이곳을 배경으로 방문 기념 사진을 남긴다. ©박지영
남대문교회 전면. 대부분의 방문객이 이곳을 배경으로 방문 기념 사진을 남긴다. ©박지영
종교 기관이라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둘러보긴 어렵지만, 세월을 입은 건축물 그 자체와 알렌기념관 3층 교회 역사실, 한국교회음악의 선구자 박태준 박사 찬송비 등은 외부 및 공용 구역에 있어 살펴보기 어렵지 않다. 교회 안을 보고 싶다면 정규 예배 시간을 참고하거나, 남대문교회 누리집에서 온라인으로 방문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남대문교회 본관 3층 교회 역사실 ©박지영
남대문교회 본관 3층 교회 역사실 ©박지영
남대문교회 외부에 설치된 박태준 박사 찬송비 ©박지영
남대문교회 외부에 설치된 박태준 박사 찬송비 ©박지영
이곳 대예배실엔 피터 비서(Pieter Visser) 박사의 140번 작품으로, 미국의 비서 오르간(Visser Organ) 회사와 독일의 어거스트 라욱허프(Aug.Laukhufff) 회사가 공동으로 약 2년 간의 설계 및 제작 기간을 거쳐 2008년 6월에 완공된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이 있다. 최적의 소리를 전달할 수 있게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곳으로, '파이프오르간 연주회'란 이름으로 수요일 낮 12시 정오음악회와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정기연주회를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대예배당에 설치된 거대한 파이프오르간 ©박지영
대예배당에 설치된 거대한 파이프오르간 ©박지영

상상력을 자극하는 '식탁 위의 클래식'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퇴근길 토크 콘서트 <식탁 위의 클래식> 공연은 2층 본당 대예배실에서 교회 내부 시설을 그대로 이용해 진행됐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008년 예배당 리모델링 때 설치된 파이프오르간 아래 자리를 잡았고, 가장 앞자리에선 시민들과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자리에서 공연이 진행됐다.

당일 행사는 1만 원의 관람료가 있었지만 좌석 지정은 아니었는데, 30분 전에 도착했을 땐 이미 앞자리 및 중앙 좌석 대부분이 시민들이 착석했다. 관람료가 저렴하다 보니, 온 가족이 온 경우도 많았고,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연주회가 진행된 대예배당 내부. 공연 30분 전부터 대부분의 자리가 채워졌다. ©박지영
연주회가 진행된 대예배당 내부. 공연 30분 전부터 대부분의 자리가 채워졌다. ©박지영
<식탁 위의 클래식> 공연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와 피아니스트이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조은아 교수와 약사이자 푸드라이터인 정재훈님의 해설로 진행됐다. 이번 토크 콘서트의 주제가 <식탁 위의 클래식>인 만큼 음식이나 주방과 관련된 클래식 곡 8곡이 연주되었고, 사이사이 해설이 곁들여져 음악에 대한 견문도 넓힐 수 있었다.

본 윌리엄스의 ‘말벌’ 중 주방 도구의 행진으로 시작해 영화 ‘ 프렌치 스프’에 삽입된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으로 끝을 맺은 공연은, 열정적인 현장 반응에 호응하고자 요한 스트라우스의 ‘샴페인 폴카’를 마지막 앵콜곡으로 1시간 30분의 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연주곡 소개가 잘 되어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 ©서울시향 공연 팸플릿
연주곡 소개가 잘 되어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 ©서울시향 공연 팸플릿
양 옆으로 대형 모니터가 있어 자료 화면을 보기에도 좋았다. ©박지영
양 옆으로 대형 모니터가 있어 자료 화면을 보기에도 좋았다. ©박지영
공연을 보기 전엔 공연 장소가 연주회장처럼 음향시설이 갖춰진 곳이 아니다 보니 좀 밋밋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더 가깝게 같은 눈높이로 연주를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게다가 교회 안 울림도 좋고, 배경도 특색 있어 훨씬 인상 깊게 당일 공연이 기억에 자리 잡았다. 관람료 1만원에 클래식을 관람한 것도 좋았는데, 거기에 서울미래유산인 남대문교회라는 서울 찐 명소도 함께 둘러 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멋진 연주로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박지영
멋진 연주로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박지영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퇴근길 토크 콘서트 다음 공연은 7월 10일과 11일에 '라틴아메리카의 열정'을 주제로 찾아올 예정이다. 이외에도 지역구마다 찾아가서 무료 공연하는 '우리동네음악회'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향 누리집을 참고하길 바란다.

서울시립교향악단 퇴근길 토크 콘서트

○ 위치 : 서울시 중구 퇴계로6
○ 교통 : 지하철 1호선 서울역 8번 출구 30m, 지하철 4호선 회현역 4번 출구 200m
서울시립교향악단 누리집
서울미래유산 누리집
남대문교회 누리집
서울문화포털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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