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다니던 길에 이런 역사가! 서대문 도보여행에서 찾은 서울의 매력

시민기자 김진호

발행일 2025.04.23. 13:00

수정일 2025.04.23. 16:41

조회 1,460

추운 날씨가 서서히 걷히더니 어느새 완연한 봄이 온 것만 같다. 꽃이 활짝 피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니 분명 봄이 온 것이다. 봄은 우리를 바깥으로 이끌어내 그 모습을 온전히 느끼고 싶게 한다. 다만 집 근처를 산책하면 늘 비슷한 풍경을 보게 되고, 같은 느낌을 받는다. 봄 날씨를 조금 더 만끽하며 새로움을 느낄 수는 없을까?

나의 바람을 누가 엿듣기라도 한 듯, '서대문 도보여행'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되었다. '서대문 도보여행'은 역사 문화해설사(이하 '해설사')와 함께 서대문구 일대를 산책하며 근대 역사와 문화의 변화 과정을 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이번에는 '서대문 도보여행'의 총 8개 코스 중에서도 1코스(독립의 열망을 품은 길, 의주로)를 신청해 보았다.
충정로역 10번출구 앞에는 민영환 충정공의 동상이 놓여있다
충정로역 10번출구 앞에는 민영환 충정공의 동상이 놓여있다 Ⓒ김진호
이번 여행의 시작점은 충정로역 10번 출구였다. 무려 5명이나 이 여행에 참여했다. 가장 먼저 우리를 맞아준 것은 충정공 민영환 선생님의 동상이었다. 민영환은 을사늑약 체결 후 일본의 내정 간섭을 비판하고 자유 독립을 위해 반대 시위를 벌였으나 독립의 순간을 맞이하기 전에 생을 마감했다. 그 마음을 기리기 위해 민영환 선생님의 시호를 따 '충정로'라는 길의 이름이 지어졌다. 지금도 민영환 선생님 동상의 시선은 경복궁을 향하고 있다.
100년 넘게 서울에 터를 지키고 있는 '충정각', 현재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100년 넘게 서울에 터를 지키고 있는 '충정각', 현재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김진호
해설사의 뒤를 따라 우리는 골목길로 이동했다. 먼저 마주한 것은 이국적인 건물인 '충정각'이었다. 충정각은 과거 '한성전기회사'에서 서울에 전기를 공급한 '맥렐란' 기사장의 거주지였다. 1910년대에 건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건물은 100년 넘게 서울에 터를 지키고 있다. 그저 고풍스러운 건물처럼 보인 '충정각'은 근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충정각은 서울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수공사를 진행하더라도 시의 허가를 받아야 진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서울시는 여태까지 특정 건물, 공간을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관리하고 있었다. 이번 도보여행이 아니었다면 접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현재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방문하면 식사를 할 수 있다.
충정로역 인근에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이 위치해있다
충정로역 인근에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이 위치해있다 Ⓒ김진호
골목을 따라 언덕을 내려가다 보니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 도달했다. 놀라운 것은 충정공 민영환 선생님께서 지내시던 별장이 현재 프랑스 대사관의 위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민영환 선생님의 뜻이 있던 자리가 이제는 프랑스의 영토가 되어 외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몰랐다면 그저 '여기에 대사관이 있구나' 하고 지나쳤을 자리에는 그런 배경이 있었다.

여러 생각에 빠져있던 도중 함께 도보여행에 참여한 아이가 "왜 우리나라 안에 있는데 여기가 프랑스 땅인가요?"라고 묻자 해설사께서 웃으시며 외교를 위해 대사관이 지어진 배경을 설명해 주셨다.
서소문 아파트의 전경
서소문 아파트의 전경 Ⓒ김진호
다음으로 서대문역 경찰청 인근 '서소문 아파트'에 잠시 들렀다. '서소문 아파트'는 일반적인 직선형 아파트와는 다르게 한강을 향하는 하천(만초천)을 메운 자리 위에 건설되어 물길을 따라 휘어진 형태가 독특한 특징이다. 당시에는 하천 위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이 가능했으나 현행법상으로는 하천 위에 아파트를 지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현행법을 잘 조정하여 재건축을 진행해야 할까? 혹은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다른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할까. 시대의 변화에 따른 숙제들이 아직 도시에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디타워 돈의문 지하에는 연못이 발굴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디타워 돈의문 지하에는 연못이 발굴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김진호
이번에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돈의문 D타워의 지하로 입장했다. 안쪽으로 입장해 보니 깊게 패인 공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고층 건물 아래에 유적지 같은 흔적이 남아있게 된 걸까. 이 자리는 예전 경기감영(조선시대의 경기도청)이 위치했던 곳으로, 경기감영 내부에 위치한 연못이 건축 당시 발굴되어 보존된 것이었다.

조선 시대의 궁, 한옥 등 과거의 건축물에서는 연못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왜 조선 시대에는 연못을 그리 자주 지었던 것일까? 연못이 주는 미적 감각을 토대로 건축학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다만 조선 시대에는 불이 났을 때 현대와 같이 불을 끄기 위한 소방용수를 즉각적으로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여 근처에 물을 준비해 놓는 목적도 있다고 한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석교교회의 전경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석교교회의 전경 Ⓒ김진호
'나무의 연꽃'이라 불리는 목련이 만개했다
'나무의 연꽃'이라 불리는 목련이 만개했다 Ⓒ김진호
이제 도보여행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감리 신학대학교를 지나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석교 교회에 도착하게 된다. 석교 교회는 1916년에 지어져 근대의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건축물이다. 현재는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 옆에는 활짝 핀 목련을 볼 수 있었는데, 번외로 목련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셨다. 목련은 나무 위에 핀 연꽃이라는 뜻으로,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과 같이 목련은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나무에서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이다. 활짝 핀 꽃에서 아름다움 그 이상의 감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서대문구를 제대로 둘러본 적도 없고 지하철을 타고 지나치기만 했었다. 그래서 '서대문 도보여행'은 많은 것을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울시에 오래 거주했음에도 인근에 대해 아직 잘 몰랐음을 느꼈고, 다른 지역 역시 알아가고자 하는 여지 역시 생겼다. 좋은 날씨에 산책도 하며 서울시의 역사에 대해 알아가고자 한다면 '서대문 도보여행'을 이용해 보자.

서대문 도보여행(1코스)

○ 일정 : 2025. 3. 1. ~ 11. 30. ※ 7~8월 혹서기 미운영
○ 소요시간 : 2~3시간
○ 대상 : 서대문구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여행자 누구나(초등학생 이상)
○ 해설코스 : 충정로역 → 민영환동상 → 충정각 → 충정아파트 → 프랑스대사관 → 약현성당 → 서소문아파트 → 미동초 → 서대문역터 → 서대문사거리(돈의문터, 경기감영) → 영천시장
○ 참가비 : 무료(최소 2명부터 운영/최대 10명 이하 선착순 마감)
○ 신청 :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 문의 : 02-330-1809

시민기자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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