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은 왱왱왱 벚꽃은 잉잉잉…지역 주민이 보장하는 성동구 숨은 봄꽃길

시민기자 양정화

발행일 2025.04.15. 10:05

수정일 2025.04.15. 17:05

조회 1,051

로컬들만 아는 ‘튤립·벚꽃 비밀 산책로’ 사람은 적고 꽃은 많은, 성동구 주민들이 아껴둔 봄꽃길

봄꽃 구경을 갔다가 꽃보다 사람들의 뒷모습만 보고 돌아온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북적이는 명소에 지쳤다면, 이곳을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 성동구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봄의 진심을 만날 수 있는 산책길이 있다. 바로 한강 금호나들목에서 중랑천 살곶이다리까지 이어지는 ‘튤립길·벚꽃길’이다. 이 길은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합수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로, 봄이면 개나리와 벚꽃, 튤립이 차례로 피어나며 화사한 꽃물결을 만든다. 특히 응봉나들목 앞 공원은 튤립길과 벚꽃길이 만나는 지점으로, 마치 ‘봄꽃 허브역’처럼 산책자들의 발길을 이끈다.

지금은 튤립이 막 꽃망울을 틔우기 시작한 시기로, 4월 중순경이면 길 전체가 형형색색의 튤립으로 화려하게 물든다. 금호나들목을 나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한강 시그니처정원’에서는 이미 수선화가 만개해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튤립과 수선화가 어우러진 이 정원은 튤립길의 출발점이자 사진 명소로도 손색없다.

튤립길은 걷기 좋은 평탄한 산책로와 함께,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탈 수 있는 자전거 도로가 나란히 조성돼 있다. 자전거로 꽃길을 달리는 재미도 느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 길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보다 꽃이 더 많다’는 점이다. 북적이는 벚꽃 명소에 지쳤다면, 이곳의 한적함이 반가울 것이다.

튤립길이 끝나는 지점인 응봉나들목에서 아름드리 벚나무가 반겨주는 벚꽃 산책길이 시작된다. 이 길은 중랑천을 따라 살곶이다리 방향으로 이어지는 강변 산책로로, 인근 주민들이 아끼는 숨은 명소다. 이른 봄 햇살 아래 연분홍 벚꽃이 조용히 피어나며, 자연스러운 풍경 속에서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응봉역 뒤편 경사면을 따라 벚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 아래로는 잔잔한 중랑천이 흐른다. 벚꽃은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했으며, 며칠 안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꽃잎 하나하나가 맑은 하늘과 어우러져 마치 수채화처럼 펼쳐지며, 이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튤립, 수선화, 조팝나무까지 다양한 봄꽃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이 길은 단순한 벚꽃길을 넘어선 ‘봄 산책 종합세트’다. 특히 조팝나무의 하얀 꽃송이가 바람에 흔들릴 때면, 마치 봄눈이 흩날리는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산책뿐 아니라 자전거 타기에도 좋아, 가족 단위 나들이 코스로도 추천할 만하다.

벚꽃이 피고 지는 순간까지 함께할 수 있는 이 길의 진가는 꽃이 흩날릴 때 더욱 빛난다. 함박눈처럼 소복이 내려앉는 벚꽃잎은 봄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걷는 이의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도심의 빠른 리듬 속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싶을 때, 성동구의 튤립길과 벚꽃길은 시민에게 좋은 쉼표가 되어준다. 지금 이 길을 걸으며 한 송이 꽃, 한 줄기 바람에 집중해보자. 올해의 봄은,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깊게 우리 곁에 머물러줄 것이다.
곧 색색의 튤립으로 가득 채워질 산책길 ©양정화
곧 색색의 튤립으로 가득 채워질 산책길 ©양정화
작년 4월 만개한 튤립 파도 풍경. 다양한 빛깔의 튤립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양정화
작년 4월 만개한 튤립 파도 풍경. 다양한 빛깔의 튤립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양정화
금호나들목을 지나자마자 만나는 한강 시그니처정원 ©양정화
금호나들목을 지나자마자 만나는 한강 시그니처정원 ©양정화
길 초입에서 수선화가 먼저 반겨준다. ©양정화
길 초입에서 수선화가 먼저 반겨준다. ©양정화
작년 봄, 절정을 이룬 튤립길 풍경 ©양정화
작년 봄, 절정을 이룬 튤립길 풍경 ©양정화
튤립길과 벚꽃길이 만나는 응봉나들목 앞 벚나무 ©양정화
튤립길과 벚꽃길이 만나는 응봉나들목 앞 벚나무 ©양정화
 가지마다 소담하게 핀 벚꽃이 봄의 정취를 더하고 있다. ©양정화
가지마다 소담하게 핀 벚꽃이 봄의 정취를 더하고 있다. ©양정화
조팝나무 꽃이 함께 피어 더욱 다채로운 봄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양정화
조팝나무 꽃이 함께 피어 더욱 다채로운 봄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양정화

시민기자 양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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