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오애순도 좋아했을까? 70대 엄마의 청춘 소환한 '돈의문' 시간여행

시민기자 안희진

발행일 2025.03.24. 11:49

수정일 2025.03.24. 13:35

조회 418

사대문 중 가장 낯선 이름 '돈의문', 그 터에 피어난 추억의 공간 ‘돈의문박물관마을’
빌딩숲이 가득한 이곳에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숨겨져 있다. ©안희진
빌딩숲이 가득한 이곳에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숨겨져 있다. ©안희진

도심 속 숨겨진 타임캡슐, 돈의문마을을 만나다

새싹이 조금씩 움트며 봄기운이 물씬 나는 요즘. 겨우내 집에만 계시던 70대 노모를 모시고 모처럼 봄나들이 계획을 세우게 됐다. 가까우면서도 특색 있는 곳이면 좋을 찾다가 생각난 곳은 바로 ‘도심 속 시간 여행’이 가능한 돈의문박물관마을이었다.

“엄마의 청춘이었던 1970년대 시절로 타임머신 타고 가줄게!” 호언장담을 했더니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함께한 노모와의 서울 나들이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광화문으로 가는 빌딩숲에 숨겨져 있어 미처 알지 못했던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인지하게 된 것은 바로 안내 표지판 덕분이었다. 항상 다니던 길에서 표지판을 발견하고 ‘돈의문이 뭐지?’ 하는 호기심에서 웹 검색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이곳이 1970년대 거리를 재현한 옛 서울의 모습을 담은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안내 표지판이 없었다면 미처 알지 못했을 돈의문박물관마을 ©안희진
안내 표지판이 없었다면 미처 알지 못했을 돈의문박물관마을 ©안희진
한양 도성 내 동서남북의 사대문은 유교의 인의예지(仁義禮智) 덕목을 담아 이름을 지었는데 서쪽의 돈의문(敦義門)‘의를 돈독히 하는 문’이라는 뜻이 담겨진 서대문이다.

1396년 세워진 돈의문은 경복궁과 인접해 있다 보니 경복궁의 지맥을 해친다는 이유로 폐쇄되었다가 1422년에 다시 조성되면서 새로운 문이 생겼다고 ‘새문’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고 현재의 ‘새문안’이라는 지명이 탄생하게 됐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도로 확장을 위해 철거되면서 서울 사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형체 없이 이름만 남겨진 곳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흥인지문, 숭례문 등은 익숙한 데 비해 돈의문이라는 이름은 낯설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70대 노모의 소녀 감성 소환한 추억의 얄개

“어머! 그냥 샛길로 한 블록 들어왔는데 어떻게 이런 곳이 있니? 예스럽게 정말 잘 꾸며놨다!”

197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옛 극장, 사교클럽, 한옥 등 정겨운 모습을 보면서 한껏 흥이 오른 엄마는 익숙하게 다녔던 길 옆에 비밀의 장소처럼 이런 공간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고 했다.

“내가 이 길을 진짜 여러 번 다녔는데… 다음에 친구들과도 꼭 같이 와야겠다” 하시며 일상이 마치 여행이 된 듯 여행자의 시선으로 상기된 표정으로 둘러보셨다.

“야! 이 얄개가 엄마 때 진짜 유명했는데 이승현 얼굴을 보니 진짜 반갑네” 하면서 벽면에 붙은 그 당시 유명한 배우들을 소녀 같은 눈빛으로 한참을 바라보셨다.
  • 근대 사교 모임 장소를 재현한 ‘돈의문 구락부’ ©안희진
    근대 사교 모임 장소를 재현한 ‘돈의문 구락부’ ©안희진
  • 1960~80년대 영화관을 재해석한 공간, 새문안극장 ©안희진
    1960~80년대 영화관을 재해석한 공간, 새문안극장 ©안희진
  • 1970년대를 호령한 배우들과 영상을 만날 수 있는 새문안극장 ©안희진
    1970년대를 호령한 배우들과 영상을 만날 수 있는 새문안극장 ©안희진
  • 197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길거리 ©안희진
    197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길거리 ©안희진
  • 근대 사교 모임 장소를 재현한 ‘돈의문 구락부’ ©안희진
  • 1960~80년대 영화관을 재해석한 공간, 새문안극장 ©안희진
  • 1970년대를 호령한 배우들과 영상을 만날 수 있는 새문안극장 ©안희진
  • 197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길거리 ©안희진

과외방부터 식당가까지, 새문안골의 역사가 전시된 돈의문역사관

길을 따라 끝까지 올라오다 보니 돈의문역사관을 만날 수 있었다. 경희궁과 맞닿아 있는 이곳은 새문안골이 시간을 지나면서 어떻게 변해 왔는지 이 마을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었다.
돈의문박물관마을 끝에 위치한 돈의문역사관 ©안희진
돈의문박물관마을 끝에 위치한 돈의문역사관 ©안희진
강남으로 옮겨 가기 전 경기고, 서울고 등 명문고가 위치해 있던 이곳에 과외방이 성행했다는 기사 자료를 보면서 엄마는 “그땐 그랬지”라고 하면서 그 시절에 대해 한참을 나에게 설명했다. 과외 금지령이 내려진 후에는 이 마을이 식당가로 변모되었다고 하는데 사진과 영상 자료들로 잘 전시되어 있어 그 시절을 겪지 않은 나도 이 지역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대단한 사람들의 역사가 아닌 이 지역 사람들의 모습과 동네의 변천사가 참 아기자기하게 전시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가 살던 모습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차츰차츰 변해 왔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마치 우리 엄마가 나이 들어가듯 마을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온 새문안마을 ©안희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온 새문안마을 ©안희진
  • 아이들의 시선에서도 이곳은 역사가 담겨 있는 마을인가 보다. ©안희진
    아이들의 시선에서도 이곳은 역사가 담겨 있는 마을인가 보다. ©안희진
  •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온 새문안마을 ©안희진
  • 아이들의 시선에서도 이곳은 역사가 담겨 있는 마을인가 보다. ©안희진

여기가 궁궐 뷰 맛집! 즐거운 전시와 ‘궁멍’ 이벤트

역사를 따라가면서 즐겁게 전시를 관람하고 있었는데 창문으로 경희궁을 조망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궁멍’ 이벤트도 진행됐다. 돈의문역사관이 개관한 지 마침 7주년을 맞아 ‘불멍’, ‘물멍’ 하듯이 창가에서 보이는 궁을 바라보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궁을 바라보며 멍때리기’ 취지로 마련되었다. ☞ [관련 기사] '궁멍' 하고 '선물' 받고~ 돈의문역사관 7주년 이벤트

3월인데도 갑작스러운 눈이 내린 덕분에 하얀 눈이 쌓인 경희궁을 실내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겨울의 끝자락을 인사하며 떠나보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눈 내린 경희궁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궁궐 뷰 맛집, 돈의문역사관 ©안희진
눈 내린 경희궁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궁궐 뷰 맛집, 돈의문역사관 ©안희진
더욱이 ‘궁멍’ 하는 인증 사진을 찍고 1층 데스크에 보여주면 럭키박스를 선물로 받을 수 있었는데 덕분에 엄마와의 시간 여행이 더욱 풍성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3월 23일로 럭키박스 이벤트는 마무리됐지만, 서울 도심 속 시간 여행과 함께 궁궐 뷰를 바라보며 잠시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이벤트 기간 내 매일 선착순 25명만 받을 수 있는 럭키박스에 운 좋게 당첨되었다. ©안희진
이벤트 기간 내 매일 선착순 25명만 받을 수 있는 럭키박스에 운 좋게 당첨되었다. ©안희진

돈의문박물관마을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송월길 14-3
○ 교통 :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에서 도보 6분
○ 운영시간 : 화~일요일 10:00~19:00
○ 휴무 : 월요일
○ 관람료 : 무료
누리집
○ ☞ 체험 프로그램 및 도슨트 프로그램 신청 바로가기
○ 문의 : 02-739-6994

돈의문역사관

○ 관람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입장마감 : 오후 5시 30분)
○ 휴관일 : 1월 1일,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
○ 문의 : 02-724-0271

시민기자 안희진

여행하듯 서울을 경험하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서울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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