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예술작품, 어디어디 숨었나" 거리 미술관 거닐어볼까?

시민기자 염지연

발행일 2025.02.17. 13:00

수정일 2025.02.17. 18:37

조회 492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 중 하나인 천호동에도 예술 작품이 자연스레 녹아져 있다. 추운 날 버스 정류장에서 멍하게 버스를 기다리다가 마주친 시를 읽던 중 옆에 그려진 강렬한 팝아트의 그림을 보고 이 작품들이 뭔지 궁금해졌다.

그냥 벽화인 줄 알았던 이 아트워크는 서울시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사업 ‘위업 프로젝트(We Up Project)’의 일환으로, 발달장애 디자이너들과 협업하여 만들어 저작권료 없이 만든 공공시설물 예술 작품이었다.
서울시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사업으로 발달장애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작품이다. ©염지연
서울시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사업으로 발달장애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작품이다. ©염지연
단순히 미술 작품이 그려져 있는 상자가 아니었다. 이 시설물에 숨겨져 있는 비밀은 바로 ‘한국전력공사 지상기기함’이라는 것이다. 대개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전기 시설물에 아트워크를 더해 살아 있는 예술 작품이 된 것이다.

화려한 외관에 독특한 색감의 동식물 그림이 새롭게 칠해지자 지나가던 시민들 또한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는 모습이었다.
이 시설물에 숨겨져 있는 비밀은 바로 ‘한국전력공사 지상기기함’이라는 것이다. ©염지연
이 시설물에 숨겨져 있는 비밀은 바로 ‘한국전력공사 지상기기함’이라는 것이다. ©염지연
공공시설물의 기능에도 충실해 본 전기시설물 정비에도 불편하지 않게 여닫기 편리한 디자인으로 짜여있다. 긴급한 상황엔 신속하게 조립, 해체 가능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시설물에 무분별하게 붙어 있던 불법 광고물을 방지하는 특수 시트나 쓰레기 투척 방지 망사들도 설치해 기능적인 면도 놓치지 않으면서 예술품 보호도 할 수 있다. 덕분에 어느 곳에나 지저분하게 붙어 있던 전단지 등을 붙이지 말라는 경고문 대신 자리 잡은 예술 작품과 깔끔해진 거리 풍경에 한층 감성적인 거리가 됐다.

2022년부터 시작해 20여 곳에 확장된 이 작품들은 천호동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들은 발달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고 공공 목적과 예술성이 결합된 부분을 인정받아 미국 ‘굿 디자인 어워드’ 본상 수상까지 이뤄냈다.

동네에 이런 우수한 미술 작품이 거리에 만들어져 있을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는데 예술 작품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 시민들을 위한 문화와 예술의 공간 ‘천호지하보도 문화갤러리’ ©염지연
    시민들을 위한 문화와 예술의 공간 ‘천호지하보도 문화갤러리’ ©염지연
  • 30㎡ 남짓의 공간 ‘작은갤러리’는 시민 누구나 예약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염지연
    30㎡ 남짓의 공간 ‘작은갤러리’는 시민 누구나 예약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염지연
  • 시민들을 위한 문화와 예술의 공간 ‘천호지하보도 문화갤러리’ ©염지연
  • 30㎡ 남짓의 공간 ‘작은갤러리’는 시민 누구나 예약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염지연
‘천호지하보도 문화갤러리’는 단순히 길을 건너기 위한 공간이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주차장 옆에 마련된 30㎡ 남짓의 공간인 ‘작은갤러리’는 시민 누구나 예약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작품 전시 공간, 소규모 모임을 위한 공간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이렇듯 골목에서 방치됐던 곳도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예술을 접하고 다방면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예술 작품을 접하는 공간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 다양한 장소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것이다.
홍대 R5 구역의 ‘레드로드(RED ROAD) 로드갤러리’ ©염지연
홍대 R5 구역의 ‘레드로드(RED ROAD) 로드갤러리’ ©염지연
예술 거리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홍대 앞에서도 거리에서 바로 미술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바로 홍대 R5의 ‘레드로드(RED ROAD) 로드갤러리’로, 예술 작가 40명의 작품들이 거리에 펼쳐져 있다.

거리에 펼쳐진 갤러리 공간이 발길을 붙잡는다. 마치 도슨트를 듣는 것처럼 QR코드 배너가 작품마다 있어 갤러리 취지와 작품 설명을 볼 수 있었다.

거리에는 광장형 아트 체험존이 조성돼 더욱 쉽게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강렬한 레드 색상을 바탕으로 펼쳐진 갤러리에서 한참 구경하다 보니 추운 겨울인데도 시간 가는지 모르고 즐길 수 있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숨은 보물 찾기처럼 홍대 앞 곳곳에 레드로드의 예술 요소가 펼쳐져 있어 거리를 걷는 재미가 있었다. 많은 시민이 예술 공간에 걸음을 멈추고 예술 작품을 만끽하는 느낌이었다.
홍대 곳곳에 레드로드의 예술 요소가 펼쳐져 있어 거리를 걷는 재미가 있었다. ©염지연
홍대 곳곳에 레드로드의 예술 요소가 펼쳐져 있어 거리를 걷는 재미가 있었다. ©염지연
이렇듯 찾아보면 동네 곳곳에 살아 있는 예술 갤러리들을 찾아볼 수 있다. 여유를 갖기 어려운 일상 속에서도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감성을 울리는 좋은 취지의 예술 작품들이 펼쳐져 있다. 시간을 내어 전시관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지만 생활 곳곳 숨겨져 있는 거리미술관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공공미술 작품들은 일상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염지연
공공미술 작품들은 일상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염지연

시민기자 염지연

2021년부터 시작한 활동, 꾸준히 좋은 기사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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