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지 말고 나와서 친구 만나요! 청소년을 위한 '행복동행학교'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5.01.09. 13:03

수정일 2025.01.09. 13:03

조회 312

우울·고립감을 느끼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김윤경
우울·고립감을 느끼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김윤경
“일단 나가자고 했어요. 혼자 방구석에 틀어박혀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현대인에게 외로움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은 후, 고립과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고 있다. 혹 입시와 진로를 앞둔 청소년은 어떨까? 누구보다 또래 친구를 원하고 있지만, 실제 놀이나 체험 활동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친구를 사귈 기회도 적고, 인터넷에 익숙해져 실제 대인 관계에서 더욱더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많다.

이런 청소년 시기에 함께 어울려 건강한 대인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면, 이후의 고립, 은둔 문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양천구에 자리하고 있는 시립목동청소년센터 ©김윤경
양천구에 자리하고 있는 시립목동청소년센터 ©김윤경
서울시는 지난해 4월부터 ‘서울시 행복동행학교’를 시범 운영해 지난 12월 성과공유회를 진행했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는 지역 내 청소년센터를 기반으로 청소년들이 놀이, 체험 활동, 관계 형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단절된 관계를 잇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상·하반기 목동청소년센터와 서대문청소년센터 및 인근 학교에서 총 241명이 참여했으며 좋은 성과를 거뒀다.

성과공유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이곳을 많이 알게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 뼘은 더 성장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부모 도움 없이 외출도 꺼리던 청소년이 친구와 헬스장을 다니게 되고 센터에 놀러 가는 등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달라졌다. 발표하면서 눈물도 흘리고 ‘서울시 행복동행학교’에 더 다니고 싶다고 했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했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어 ‘서울시 행복동행학교’를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시립목동청소년센터 1층에 자리한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김윤경
시립목동청소년센터 1층에 자리한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김윤경
매섭게 추운 오후, ‘서울시 행복동행학교’가 위치한 양천구 시립목동청소년센터에서 서현아 단장(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유스톡사업단)과 이지훈 담당자를 만났다.

“요즘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가장 어려워 하는 부분이 친구 사귀는 것이라고 해요. 저희는 청소년들이 놀이와 체험을 기반으로 친구를 사귀고, 이를 통해 배려와 행복감을 가장 최우선으로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지원했습니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유스톡사업단 이지훈 담당자와 서현아 단장 ©김윤경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유스톡사업단 이지훈 담당자와 서현아 단장 ©김윤경
이미 상‧하반기 프로그램이 마무리돼 모두 졸업을 했지만, 센터에는 아이들 몇몇이 보였다. 아이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센터 위층에서 헬스를 하거나 심심하면 찾아와 놀고 간다고 한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대상서울시 14세부터 19세까지 청소년을 모집했다. 무엇보다 첫 해인 만큼 홍보가 필요했다. 16군데 청소년 시설을 돌아다니며 포스터를 붙이고, 청소년 시설 전문가들에게 설명회를 진행하고 대상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단다. 카카오톡 온라인 홍보를 접하고 신청한 아이들도 많았다.
행복동행학교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포근한 느낌을 준다. ©김윤경
행복동행학교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포근한 느낌을 준다. ©김윤경
‘서울시 행복동행학교’의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이곳 프로그램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학교 밖 청소년 및 고립, 은둔 신호가 있는 청소년 등이 참여하는 ▴‘유스톡! 프로젝트’와 학교생활에서 친구 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방학과 자유 학기에 운영하는 ▴‘유스톡! 스쿨’ 그리고 자녀 양육을 고민하는 ▴‘보호자들의 자조모임’으로 구성돼 있다.

외로운 청소년을 위한 ‘유스톡! 프로젝트’

먼저 ‘유스톡! 프로젝트’3개월간 주 2회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이들은 ‘일단 놀자, 일단 배우자, 일단 나가자!’라는 슬로건에 따라 서로 만나 보드게임과 쿠킹 댄스, 요가, 공예 등을 배우며 방송국과 놀이동산, 커피 차 봉사 등 외부 활동을 체험한다.
‘일단 체크인’ 프로그램 중 나만의 반팔티 만들기로 나를 표현하고 있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일단 체크인’ 프로그램 중 나만의 반팔티 만들기로 나를 표현하고 있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아이들이 오전 10~11시쯤 오면 체크인을 해요.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며 먹는 것부터 시작하죠.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의 벽이 풀어지거든요.”

식사부터 먼저 하는 것은 부담 없이 일상생활을 누리고 자연스럽게 친구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다양한 놀이와 감정 훈련 등을 배우고 외부 활동에 도전했다. 또 기수별로 주제를 정해 몰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협동심과 자신감을 키웠다.
‘일단 해보자’ 커뮤니케이션 수업 중 본인이 듣고 싶은 말을 적고 있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일단 해보자’ 커뮤니케이션 수업 중 본인이 듣고 싶은 말을 적고 있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다양한 이유로 고립과 은둔 혹은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들이다. 첫걸음이 만만치 않을 듯한데, 아이들을 어떻게 센터에 나올 수 있게 했을까?

그 이유를 묻자 서현아 단장은 “관심이었어요”라고 답한다. “선생님들이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돌보면서 꾸준히 나올 수 있도록 응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각각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계속 듣게 하는 것이 수월하진 않았다. 단체 활동을 하다가 간혹 공황 상태가 오거나 괴로운 생각이 들면 혼자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가서 쉴 수 있도록 했다.

학교로 찾아가는 ‘유스톡! 스쿨’

“‘유스톡! 스쿨’은 학교에서 방과 후나 자율학기, 방학 등을 이용하는 프로그램인데요.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운 청소년이나 사회적 배려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센터 주변의 중학교에 찾아가 진행을 했어요.”

지난해는 양천, 서대문 근방의 5개 중학교에서 진행됐다. ‘유스톡! 스쿨’은 유스톡! 프로젝트와 달리 학교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이 다르다. 그만큼 ‘유스톡! 스쿨’에서는 학교 부적응복지 위주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입시 등 학교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발산할 기회,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외부 활동을 통해 내보내도록 지원했다. 그렇지만 모두 고민은 비슷해 학업보다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이 훨씬 많았다.

지친 학부모를 응원하는 ‘보호자 자조모임’

‘보호자 자조모임’양육에 지친 보호자에게 교육은 물론 꽃꽂이라든지 아로마 향수 만들기 등을 통해 힐링과 치유를 제공했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의 문화와 미래사회에 관한 강의를 하자 보호자들이 놀라며 “좀 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들이 각자 원하는 캐릭터와 닉네임을 정해 만든 여섯 종류의 캐릭터들 ©김윤경
아이들이 각자 원하는 캐릭터와 닉네임을 정해 만든 여섯 종류의 캐릭터들 ©김윤경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성과공유회 사진과 캐릭터들의 명찰이 걸려 있다. ©김윤경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성과공유회 사진과 캐릭터들의 명찰이 걸려 있다. ©김윤경
“저희가 여섯 종류의 의미 있는 캐릭터를 개발했는데요. 아이들이 각자 원하는 캐릭터와 닉네임을 정해 계속 닉네임으로 불렀어요.”

그렇지 않아도 복도나 휴게실 곳곳마다 캐릭터들이 눈에 띄었다. 캐릭터는 귀엽기도 했지만 저마다 정체성이 뚜렷했다. 가방 속으로 숨는 거북이, 행복을 기다리는 사막여우, 알을 깨고 나와 어떻게 성장할지 고민하는 아기새 등 어쩌면 자신들과 닮아 이런 캐릭터를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한 아이는 캐릭터로 쿠션을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터프팅 건으로 만든 카펫을 판매해 기부 캠페인에 동참하기도 했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터프팅 건으로 만든 카펫을 판매해 기부 캠페인에 동참하기도 했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연령이나 성별이 같진 않아도, 비슷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한 아이는 체중으로 놀림과 학교 폭력을 당해 친구에게 다가가기 어려워했는데, 이곳에 와서 자신감을 얻고 현재 사격 국가대표에 선발됐단다. 또 다른 아이는 중학교를 자퇴했지만, 이곳 프로그램을 마치고 특기를 살려 특성화 고등학교로 진학해서 올해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단다. 또 한 아이는 병원에 입원까지 생각할 만큼 힘들어 했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하고픈 공부가 생겼고 알맞은 학교에 입학했다고 했다.

“사격 국가대표인 아이는 어제 대회에서 상을 탔다고 뿌듯해 하며 이야기하러 왔었어요. 간혹 집에서 우울한 생각이 들면 기타를 들고 ‘서울시 행복동행학교’로 오더라고요. 여기서 기타 치면서 친구들이나 선생님과 이야기하면 기분이 다 풀린대요.”
회의 및 프로그램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김윤경
회의 및 프로그램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김윤경
거울이 있어 무용을 할 수 있는 무용실 ©김윤경
거울이 있어 무용을 할 수 있는 무용실 ©김윤경
청소년들의 힐링 장소인 마음곳간 ©김윤경
청소년들의 힐링 장소인 마음곳간 ©김윤경
이곳은 대안학교와 비슷한 듯 보이나 다르다. 대안학교는 교과목을 배우게 되지만, 이곳에서는 놀이와 체험이 주를 이룬다. 또 기간이 짧다. 이곳 ‘행복동행학교’를 졸업하면 이후는 아이가 원하는 학교를 찾아주거나 꿈드림(학교밖 청소년센터) 등에 연계해 주고 있다.
‘일단 해보자’ 커뮤니케이션 수업 중 본인이 듣고 싶은 말을 적고 있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일단 해보자’ 커뮤니케이션 수업 중 본인이 듣고 싶은 말을 적고 있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서울시 행복동행학교’를 통해 아이들은 확실히 성장했다. 옆에서 그 과정을 함께한 선생님들이 보는 큰 변화는 어떤 것일까?

“아이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아닌 상대방을 중점에 두고 이야기하고 행동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자기 이야기만으로도 바쁘고 나와 다르면 표정이 달라지기도 했는데요. 서로 다른 걸 인정하면서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을 깨닫고 맞춰가더라고요.”

물론 갈등도 있었다. 그렇지만 갈수록 그 해결 방법이 성숙해졌달까. 처음에는 그 점이 어려워 상처를 받거나 포기했던 아이들이 양보와 배려를 익히고 함께 즐거운 방안을 찾아갔다. 특히 지난해 몰입 프로젝트에서는 밴드를 했는데, 아이들이 서로 지지해 주고 해결하면서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참여할 수 있었다고.

무엇보다 담당자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도 컸다. “저희가 한 건 기다려준 게 다였던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어준 것. 처음부터 안 된다고 하지 않고 말하는 그대로 들어준 건 데도 아이들은 위안을 받더라고요.” 그들은 손사래를 치며 쑥스러운 듯 말했다.
‘일단 나가자’ 프로그램 중 ‘도토리 캐리커처’ 체험을 하고 있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일단 나가자’ 프로그램 중 ‘도토리 캐리커처’ 체험을 하고 있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건 ‘일단 나가자’ 프로그램이었어요. 아이들이 원하는 곳을 함께 정했는데 대학가를 돌거나 캠핑, 뮤지컬, 클라이밍 등을 다니며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

앞으로 바람도 있을까? 담당자들은 온·오프라인 활동을 병행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더 많은 청소년과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고민을 들어주며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김윤경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고민을 들어주며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김윤경
“지난 성과공유회 때 한 보호자님이 직접 발표하셨어요. ‘서울시 행복동행학교’에 다니면서 아이의 분노가 사라지고 밝아져 저절로 가정의 평화도 찾아왔다고 하시더라고요.”

성과발표회에서 사업의 효과성과 아이들 소감 발표를 동시에 하게 된 만큼 연구 발표 중 아이들에게 혹시나 상처가 될까 싶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오히려 뿌듯해 하며 공감해 줘 기뻤다고 말했다.
저마다 개성이 담겨 있는 나만의 캐리커처를 친구들과 함께 보고 있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저마다 개성이 담겨 있는 나만의 캐리커처를 친구들과 함께 보고 있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앞서 지난 2024년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외로움을 정책 의제화하며 ‘외로움 없는 서울’을 만들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청소년 정책과 담당자에 의하면 2025년에는 ‘서울시 동행행복학교’를 2개소에서 4개소로 확대할 예정으로 장소가 선정되면 모집할 예정이다.

아이들이 이곳을 정말 좋아한다는 건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졸업(회차를 마침)을 해서 수업도 없지만 센터에 와서 놀고 있었다. 인터뷰가 궁금하다고 슬쩍 문 앞에 오기도 하고 먼저 말을 건네기도 한다. 누구보다도 붙임성이 좋고 적극적인 아이들이다.

어떤 이유로 사회와 친구들과 거리가 생긴 청소년들이 자신감을 찾으며 친구 관계를 익히는 곳. ‘서울시 행복동행학교’가 더 많은 청소년과 만나길 소망한다. 그리고 분명 이후에 찾아올지 모를 외로움과 고독의 극복 방법을 일찍 체득한 만큼. 잘 헤쳐나가리라고 본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 위치 : 서울시 양천구 목동서로 143 시립목동청소년센터
○ 교통 :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2번 출구에서 724m
누리집
○ 문의 : 02-6738-9618

시민기자 김윤경

서울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고 전하겠습니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