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우리 시대 영웅"…서울특별시 안전상 대상 수상자는 누구?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4.12.11. 13:23

수정일 2024.12.11. 13:23

조회 872

“누군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누구든 그냥 지나치진 않겠지요.”
올해 ‘서울특별시 안전상’ 대상을 받은 장현(55세) 소방위가 말했다. 그는 현재 구로소방서 현장대응단에서 진압 2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12월 6일, 서울시는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서울특별시 안전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서울특별시 안전상’은 2015년부터 서울시가 시행해 매년 다양한 분야에서 재난과 안전 관리를 위해 헌신한 개인 및 단체를 선정해 수여하고 있다. 10회째를 맞은 올해는 장현 소방위를 비롯해 개인 6명, 단체 1곳이 선정됐다. 그중 대상을 받은 장현 소방위 이야기를 듣고 싶어 구로소방서를 찾았다. ☞ [관련 기사] 살려주세요! 퇴근길, 한강에 빠진 시민 구한 소방관 결국…
119 구급차가 출동하고 있다. ©김윤경
119 구급차가 출동하고 있다. ©김윤경
장현 소방위가 일하고 있는 구로소방서 ©김윤경
장현 소방위가 일하고 있는 구로소방서 ©김윤경
최근 날씨가 부쩍 추워진 가운데 구로소방서에 다다르자 구조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황급히 지나갔다. 겨울철일수록 안전과 예방이 더더욱 필요하겠다고 생각할 무렵, 장현 소방위가 나와 반갑게 맞아줬다.

“서울특별시 안전상 수상 소감이요? 정말 기쁘고 감사드리죠. 그렇지만 저는 시민들을 안전하게 구조하는 사람이고 제 할 일을 한 거라서요. 사실 강서소방서에서 현장을 촬영하지 않았다면, 알려지지도 않았을 거예요.”
장현 소방위는 ‘서울특별시 안전상’  대상 수상을 아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김윤경
장현 소방위는 ‘서울특별시 안전상’ 대상 수상을 아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김윤경
수상 소감을 답하는 그의 표정에는 감사한 마음과 멋쩍어하는 모습이 함께 보였다. 그렇지만 가족들이 시상식에서 축하해줘 무척 기뻤다고. 특히 아들이 자랑스러워하며 사진을 찍어 보내줬다고 했다. 당시 사진을 보여 달라고 하는 말에 쑥스러운 듯 휴대폰을 내밀었다.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당시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했던 상황이 궁금해졌다.

“아침 9시 반쯤 자전거를 타고 퇴근(장현 소방위는 24시간 근무 후 아침에 퇴근한다) 후 강서구 구암나들목을 지나고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살려 달라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바로 자전거에서 내려 살폈죠. 나들목 아래 어르신이 빠져 허우적대고 계시더라고요. 그곳에는 콘크리트가 있고 풀이 우거져 혼자 올라오기 힘들거든요.”
장현 소방위가 당시 구암나들목의 현장을 설명해 주고 있다. ©김윤경
장현 소방위가 당시 구암나들목의 현장을 설명해 주고 있다. ©김윤경
장현 소방위는 어르신을 보자 주변 사람들에게 119 신고를 부탁하고 현장에 뛰어들었다. 그가 어르신을 구조하는 동안 추위와 두려움으로 벌벌 떨던 어르신의 마음이 전해졌단다. 우선 어르신에게 안심을 시키고 구조대를 기다리면서 시민들에게 구명 장비를 부탁해 어르신에게 씌웠다. 그 사이 강서소방서와 수난구조대가 도착했다. 구급차로 어르신을 병원에 보내드리고 돌아왔는데 내내 걱정이 들더란다. 다음 날 안부를 물어 저체온증 치료를 받고 퇴원을 했다는 어르신의 말을 들은 후에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점점 세상이 각박해지는 요즘, 밤샘 근무 후 피곤한 퇴근길에 타인을 위해 물속에 뛰어드는 일이 어디 말처럼 쉬울까. 그에게 묻자, “제가 수영을 할 수 있고 다급한 상황이니 저절로 뛰어들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장현 소방위는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특전사를 마치고 1995년 소방관이 됐다. 이후 2000년 서울에 와 현재 구로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릴 때도 소방관이 꿈이었을까? 그는 군인이나 경찰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늘 동네에 일이 있을 때마다 솔선수범하며 이웃을 돕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는지 그의 형도 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소방차를 바라보는 장현 소방위 ©김윤경
소방차를 바라보는 장현 소방위 ©김윤경
그는 정확히 29년 5개월, 약 30년간 소방서에서 근무 중이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으리라.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궁금했다.

“많아요. 사실 모든 사고, 사건이 다 마음이 안 좋죠. 재작년 화재 현장에서 어르신에게 심폐소생술을 해 숨이 겨우 올라왔던 적이 있었어요. 사셨구나 싶었죠. 이후 한 달 뒤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으니 가슴이 먹먹하더라고요.”

그 역시 처음에는 신임 소방관이었을 때는 트라우마를 겪었다. 특히 지방에서 일할 때라 대형 트럭 사고가 많았는데 정말 끔찍한 현장을 많이 봤단다. 죽음의 문턱에 다녀온 적도 있다. 화재로 담벼락이 무너져 깔릴 뻔한 것이다. 이젠 오랜 경험으로 현장에서의 트라우마는 어느 정도 적응되었다고 말한다.

그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그만의 방법을 묻자, 꾸준한 운동을 꼽았다.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마음과 정신을 다잡으려 한다고. 다행이라면, 예전보다 소방관들을 위한 심리 지원이 잘되고 있단다. 그래도 신규 소방관들이 들어오면 되도록 끔찍한 상황은 안 보여주도록 고참들이 먼저 솔선수범을 한다.

“뿌듯한 기억이라…. 예전 지방에서 장마가 쏟아져 급류에 떠내려가는 5명을 줄에 묶어 구한 적이 있어요. 그중에는 초등학생도 있었는데 참 다행이었죠. 또 소소하지만 어르신이 방 안에 갇혔을 때 문을 따드리면 무척 고마워하시거든요. 그럴 때 진심이 느껴져요. 소소하게 그런 일이 참 보람 있어요.”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 신고 가는 장화와 장갑을 보여주었다. ©김윤경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 신고 가는 장화와 장갑을 보여주었다. ©김윤경
그는 30여 년 소방 일을 한 베테랑이지만 아직도 화재가 발생하면 긴장한다. 화재 현장의 가구 배치나 구조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매캐한 연기와 어둠을 뚫고 가는데 무엇이 어떻게 무너져 내릴지 몰라 두려움이 앞선다. 그만큼 위험하기에 늘 후배들에게 안전을 강조한다. 항상 현장에서는 2인 1조로 움직이고 평소 운동을 통해 신속한 대응이 몸에 배도록 교육하고 있다.

그는 시민들에게 안전 예방을 강조하고 각자 주거지나 자주 가는 곳에 화재가 났을 때 대피법을 미리 알아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12월부터 시행하는 5인승 승용차 소화기 비치를 기억하고, 무엇보다 심폐소생술은 필수로 익혀 두길 강조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배워두면 골든타임에 정말 큰 역할을 한다고.

문득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소방관>이 떠올랐다. 그에게 묻자, 그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그건 못 보겠다고 한다. 많은 일을 겪었지만 차마 영화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소중한 인명을 구한 구로소방서 소속 장현 소방위 ©김윤경
소중한 인명을 구한 구로소방서 소속 장현 소방위 ©김윤경
이날 구로소방서는 보수공사를 하느라 분주했다. 작업을 마친 공사차가 소방서를 빠져나가기 힘들어 보이자 그의 눈이 번뜩였다. 어느새 달려가 후방을 살피며 공사차에 안내를 해주고 있는 장현 소방위. 그는 배려가 몸에 밴 듯싶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이래서 살 만한 게 아닐까? 거센 바람으로 옷깃을 잡을 만큼 추운 날씨였지만 마음은 훈훈했다.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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