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 아래, 건축미 돋보이는 이색 공간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시민기자 김주연

발행일 2026.02.12. 15:22

수정일 2026.02.12. 15:22

조회 466

서울 도심 한복판,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하는 공간이 있다. 바로 중구에 자리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이다. 높은 빌딩들 사이에 그렇게 넓은 공원은 아니지만 '서소문 역사공원'의 지하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박물관이 자리해 있다. 단순하고 나지막한 붉은 벽돌 건축물이 공원 위로 솟아 있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는다면 이곳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의 진면목을 느낄 수 없다. 한 번이라도 이곳을 와본 이들이라면 틈틈이 짬을 내 박물관을 산책하듯 걸으며 명상의 시간을 갖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장소이기도 하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중구 서소문공원 내에 자리한 역사 문화 공간으로 2019년 6월 개관했다.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로 수많은 신자들이 순교한 서소문 밖 형장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박물관은 지상보다 지하 공간을 중심으로 설계돼 땅속으로 내려가며 묵상과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구성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기억을 땅속에 새긴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박물관은 역사적 맥락을 건축적으로 해석해 관람자가 자연스럽게 걷고 머물며 기억하는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2019년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지하 1층으로 진입해 지하 2층과 3층을 돌아보고 다시 공원으로 빠져나오는 동선을 가지고 있다. 경사로를 따라 천천히 실내로 들어서면 안내 데스크와 뮤지엄숍, 최종태 기증 전시실, 도서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영원을 담는 그릇'을 주제로 열린 최종태 기증 전시실에는 작가가 기증한 157점의 작품을 엄선해 2024년 2월부터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이 밖에도 지하 1층 곳곳에는 이경순 작가의 <순교자의 칼>, 최의순 작가의 <수난자>, 조광호 작가의 <스테인드 클래스> 등 영적인 메시지를 담은 다수의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면 분위기는 한층 더 차분해진다. 어둡고 낮은 조도의 공간들은 서소문 일대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들을 담담하게 전해주듯 고요하고 엄숙하다. '성 정하상 바오로 기념 성당'은 지하 2층에 자리하고 슬로프를 통해 좀 더 깊숙이 내려간 지하 3층에는 콘솔레이션 홀, 하늘광장, 상설전시실이 자리한다. 마치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비밀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콘솔레이션 홀은 '위로', '위안'을 의미하는 공간으로 조선시대 이 땅에서 목숨을 다한 과거 모든 이들을 위로하고,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위안과 평화로움을 주는 공간이다. 고구려 무용총의 내부 구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공간은 그저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경건한 마음을 유발한다.

콘솔레이션 홀 바로 앞은 하늘광장이다. 땅속 어둡고 엄숙했던 박물관은 지하 3층에서 지상의 공원을 넘어 하늘까지 열린 공간을 만난다. 온통 붉은 벽돌로 둘러싸여 있지만 정현 작가의 <서 있는 사람들>이란 작품이 시선을 멈추게 만든다. 순교하여 성인의 반열에 오른 44인을 형상화한 우뚝 선 예술작품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곳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공간은 상설전시실이다. 조선 후기 사상계의 전화기적 특징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상설전시실은 전시 내용과 유물들도 역대급이지만 미래지향적인 공간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높은 천정고에 유려한 곡석으로 이어진 빛의 향현은 독창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 매력적인 건축물과 공간을 찾는 시민에게도 좋은 선택지다. 한나절 편안하게 다가가 도심 속 역사와 현재를 함께 마주하고 싶다면 오늘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으로 떠나보자!
붉은 적벽돌이 인상적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입구 전경 ©김주연
붉은 적벽돌이 인상적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입구 전경 ©김주연
서소문공원 아래 자리한 역사 문화 공간 ©김주연
서소문공원 아래 자리한 역사 문화 공간 ©김주연
지하 1층에 위치한 뮤지엄 라이브러리 전경 ©김주연
지하 1층에 위치한 뮤지엄 라이브러리 전경 ©김주연
'영원을 담는 그릇'을 주제로 열림 최종태 기증 전시실 모습 ©김주연
'영원을 담는 그릇'을 주제로 열림 최종태 기증 전시실 모습 ©김주연
작가가 기증한 157점의 작품 중 엄선된 작품을 전시 중이다. ©김주연
작가가 기증한 157점의 작품 중 엄선된 작품을 전시 중이다. ©김주연
지하 2층에 자리한 '성 정하상 기념성당' ©김주연
지하 2층에 자리한 '성 정하상 기념성당' ©김주연
슬로프를 통해 지하 3층으로 내려오면 깊이감이 느껴지는 공간을 만난다. ©김주연
슬로프를 통해 지하 3층으로 내려오면 깊이감이 느껴지는 공간을 만난다. ©김주연
마치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듯한 콘솔레이션 홀 모습 ©김주연
마치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듯한 콘솔레이션 홀 모습 ©김주연
창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자연광을 느낄 수 있다. ©김주연
창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자연광을 느낄 수 있다. ©김주연
고구려 무용총의 내부 구조에 모티브를 둔 콘솔레이션 홀 ©김주연
고구려 무용총의 내부 구조에 모티브를 둔 콘솔레이션 홀 ©김주연
독창적인 공간이 인상적인 상설전시실의 모습 ©김주연
독창적인 공간이 인상적인 상설전시실의 모습 ©김주연
유려한 곡선, 천장과 벽을 연결한 조명 빛은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김주연
유려한 곡선, 천장과 벽을 연결한 조명 빛은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김주연
하늘과 대지 사이에 사람이 있다. 배형경 작품 ©김주연
하늘과 대지 사이에 사람이 있다. 배형경 작품 ©김주연
103위 성인을 위무함. 김기희 작품 ©김주연
103위 성인을 위무함. 김기희 작품 ©김주연
걷고 머물며 기억하는 공간,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으로 ©김주연
걷고 머물며 기억하는 공간,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으로 ©김주연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 위치 : 서울시 중구 칠패로 5
○ 운영일시 : 화~일요일 09:30~17:30(입장마감 17:0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 입장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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