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놀이터는 처음이야! 지역의 독특함을 닮은 놀이풍경
지정우 건축가
발행일 2024.10.18. 10:38
아빠건축가의 다음세대 공간 탐험 (33) 지역의 독특함이 반영된 하나뿐인 놀이풍경
여러 드라마에서 놀이터는 단골 배경 중 하나다. 어른이 돼서도 힘들 때 찾는 곳,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곳이다. 그러나 어느 지역인지 별로 상관없이 모두 시소, 정글짐, 미끄럼틀 등 몇 가지 공통된 놀이기구로 채워진 공터일 뿐이다. 어려서는 지역의 독특함이 없는 곳에서 놀고 생활하다가 어른이 돼서는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그런 곳들을 찾아다니는 상황이다 보니 그 유행은 오래가지 못하고 계속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만약에 지역의 특성이 어떤 식으로든 스며있는 놀이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경험의 시간이 조금은 긴 것에 익숙해져서 도시 상업가로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역의 독특함이 반영된, 지역에 하나뿐인 놀이풍경의 세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치현초 ‘놀이날다(PLAYFLY)’ 놀이풍경
필자와 EUS+건축은 치현초등학교만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개화산의 능선’과 ‘김포공항의 관제탑’을 모티브로 사용해 놀이풍경에 높고 낮음을 반영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또한 기존 학교 건물 곳곳에 나타나 있는 아치 모양의 창문, 문 등의 건축적 요소를 고려해 아이들의 스케일에 맞는 아치 공간을 놀이풍경에 적극적으로 녹여냈다.
놀이풍경의 사각형 프레임 속에서 아이들과 하늘이 하나로 중첩되는 모습이 연출되며 아이들이 마치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그물에 의해 생기는 그림자는 해의 고도에 따라 시시각각 위치와 각도가 변하면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과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입체적인 놀이풍경의 모습을 자아낸다.
남천초 ‘놀이지형(PLAYTOPO)’ 놀이풍경
특히 남천초 서쪽에 위치한 성내천은 서울둘레길에 포함돼 남천초 학생들이 가족, 친구와 함께 자주 놀러가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현재 마천동은 대부분 빌라와 아파트 단지로 이뤄진 주거지역으로 구성되며, 남천초 학생들은 대부분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학교 주변 동네에 놀이터가 부족해 학생들이 하교 후 놀거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놀이지형(PLAYTOPO)’ 돌다리 패턴을 밟고 이동하다가 성내천의 구불구불한 물줄기 파이프를 따라 천마산 능선 슬로프를 오르락내리락 통과하며 힘차게 뛰어 노는 남천초 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놀이풍경이다.
정덕초 ‘놀이다리(PLAYBRIDGE)’ 놀이풍경
정덕초 놀이풍경의 대상지인 기존 후문 쪽 놀이터와 구령대를 시작으로 본관 옆 계단, 소운동장 계단, 새로운 놀이터까지 정덕초 학생들이 끊임없이 놀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학교 외부 공간 전체를 통합할 수 있는 놀이 공간으로 조성했다. 정덕초의 솔리드와 보이드한 평입면구조, 곡선 형태의 구령대 지붕과 정덕초 교표, 지형적 특성을 이용한 계단형 놀이공간 그리고 3차 워크숍까지의 과정을 발전시킨 연속적 놀이풍경 ‘놀이다리(PLAYBRIDGE)’를 완성했다.
구령대는 체크 모양의 패턴 탄성바닥재로 구성해 학생들이 바닥놀이를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으며 수업시간에는 조별활동이나 모이기 용도로 이용할 수 있다. 구령대와 연결된 다리는 중간에 로프네트와 콤파운드 로프를 설치해 단순히 통과하는 공간이 아닌 놀이하는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했다.
구령대와 반대편에 있는 언덕은 밧줄을 잡고 오르내릴 수 있는 비교적 가파른 언덕과 계단, 슬로프로 구성된 완만한 언덕으로 이뤄져 있다. 언덕을 따라 운동장으로 내려와 언덕 아래에 있는 원통통로를 통과하거나 조형물 사이를 뛰어다니고 통과하며 끊임없이 연결되는 놀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구령대와 옆 놀이터 공간을 연결시킬 수 있는 놀이 방법을 콜라주로 표현한 후 최종적으로 주어진 재료를 이용해 두 공간을 연결하고 만드는 입체 모형 작업으로 정덕초 ‘놀이다리(PLAYBRIDGE)’의 형상을 구체화했다.
구령대와 구령대 옆 놀이 공간을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는 그물망으로 연결하기, 투명 미끄럼틀 타고 내려오기, 짚라인(Zipline) 타기 등 대각선으로 연결된 놀이 공간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학생 건축가와 클라이언트가 돼 구성한 놀이풍경을 설명하고 디자인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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