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처럼! 탐험을 즐기는 1216세대를 위한 도서관

지정우 건축가

발행일 2024.05.24. 15:28

수정일 2024.05.28. 10:52

조회 2,809

건축가의 기본 설계 후 같이 고민에 참여한 다음세대들에게 공간 모형을 공개하며 의견을 받았다
건축가의 기본 설계 후 같이 고민에 참여한 다음세대들에게 공간 모형을 공개하며 의견을 받았다

아빠건축가의 다음세대 공간 탐험 (26) 1216세대를 위한 도서관 ‘우주로_1216’

다음세대들이 도서관에서
우주를 탐험하는 우주인처럼
끊임없이 활동하고 탐험하기를 바라며...
놀이동산과 도서관이 같은 점이 있을까 그렇다면 다른 점은? 하나는 노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두 장소 다 놀이와 배움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같다. 방식은 다르지만 새로운 탐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그렇지만 놀이동산은 철저하게 바깥 현실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 이 점은 키즈 카페도 그렇다.

도서관은 우리 마을과 도시와 기능적, 시각적,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건축가인 우리들은 도서관이 바깥세상과 차단된 완벽한 동화 속 나라가 되는 것을 지양한다. 우주를 탐험하는 우주인 같은 다음세대들이 그들의 도서관 공간에서 활동을 하며 끊임없이 동네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오갈 수 있어야 하며, 탐험을 위한 쉼과 지원을 사서 등 든든한 운영진들에게서 받아야 한다.

이런 콘셉트는 도대체 어떻게 잡아요?

가끔씩 듣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건축가가 아닌 이들이 보기에 건축가가 공간의 개념을 세우는 것이 신기한 것으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디자인 콘셉트는 어느 한순간 딱! 하고 잡히는 것이 아니다. 건축가마다, 디자이너마다 방식은 물론 다르겠지만 대부분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전주도서관 내 트윈세대 (12~16세의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의 시기를 지칭하는 용어. 유럽과 미국의 도서관 등에서 트윈세대 공간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전용 공간인 ‘우주로 1216’은 그 진행과정이 충분히 길었고 다양한 전문가와 이용자들이 여러 방식으로 소통과 발전을 해왔다. 그래서 나오게 된 공간의 개념은 ‘트윈탐험’이다. 
‘우주로 1216’의 전체 공간의 구성 다이어그램. 각 영역의 활동들도 예상하여 계획했다
‘우주로 1216’의 전체 공간의 구성 다이어그램. 각 영역의 활동들도 예상하여 계획했다

‘탐험’이라는 것은 ‘탐험을 떠나는 일종의 전초기지이기도 하면서 공간 자체가 탐험의 대상이 되는 우주’라는 생각에서부터 떠오른 키워드였다. 

그렇다면 탐험을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할 수 있게 하느냐가 건축가의 할 일이었고, 그때 트윈세대와의 워크숍과 사서와의 워크숍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느슨하게나마 ‘연결’하여 각각 탐험의 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전주’라는 콘텍스트를 놓고 자료를 찾고 사내에서 서로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니 ‘전주는 성곽도시’라는 것을 발견했고 그 성곽을 모티브 삼지만, 길게 잇는다면 긴 평면의 기존 건물을 관통하는 길이 되면서 거기서부터 서로 다른 영역을 탐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길’은 후에 ‘트윈가로’라는 이름으로 명명 하게 되었고, 길에서 친구를 만나듯 소통의 장소가 될 것이고 각 영역을 벽과 방으로 나누지 않아도 느슨하게 구분되고 연결되게 하는 장치가 되었다. 

그 트윈가로를 ‘집’모양의 구조물로 반복되게 배치하여 이곳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닌 ‘전주’에 있다!로 의미하도록 의도했다. 이 트윈가로는 공간을 가로질러 가기도 하고, 때로는 매달린 구조물로 대치되기도 하며, 창가를 따라서 공간을 감싸기도 한다. 아울러 이 프로젝트를 하며 총 43군데의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국내외 도서관들을 답사 다녔는데 어느 곳도 ‘가로’를 모티브로 해서 지어진 곳은 없었기에 고유한 개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계획 과정에 사서들과의 워크숍도 중요한 지향점을 제시해 주었다.
계획 과정에 사서들과의 워크숍도 중요한 지향점을 제시해 주었다.

개념이 공간 디자인으로 발전되다

보통 공간을 만들 때 수평면 상에서 배치를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놀이풍경을 디자인하면서 늘 강조했던 ‘입체적인 공간’을 이 도서관 공간에 적용하기 위해 단면상의 디자인 개념도 설정을 하였다. 그것은 주로 활동의 정도를 표현하는 요소로 구체화되기도 했다.

다양한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라운지 공간 ‘톡톡’ 존
우주로1216의 첫번째 영역인 ‘톡톡’ 존 계획안과 실제 완성된 모습
우주로1216의 첫번째 영역인 ‘톡톡’ 존 계획안과 실제 완성된 모습

트윈세대전용 공간이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3층에 자리잡고 있기에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처음 만나게 되는 곳이다. 톡톡 존의 설계과정 중 가장 큰 변화는 사서 영역이 생기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었는데, 공간의 중심에 사서 데스크가 있지만 이곳에도 무언가 안내를 위한 스테이션이 필요하다고 협의가 되어서 집 한 채가 더 들어섰다. 대신 이곳은 좀 더 캐주얼하게 사서가 오가면서 트윈세대들이 자유롭게 이용 가이드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영역으로 설계되었다.

트윈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공간 ‘쿵쿵’ 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쿵쿵’ 존 계획안과 실제 완성된 공간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쿵쿵’ 존 계획안과 실제 완성된 공간

무언가 트윈세대들의 에너지를 물리적으로도 발산할 수 있는 '쿵쿵' 존은 놀이와 함께하는 활동이 가능하도록 계획되었는데, 비교적 초기에 방향이 결정되어 크게 디자인이 바뀌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바닥과 창가는 이곳의 원 지형을 은유하여 다양한 높낮이의 언덕들로 구성되어 집합적으로 풍경이 만들어지도록 했다. 학교 등에서 단체 이용객이 올 때 수업도 진행이 가능할 것이고 천장에 매달린 구조물을 이용해서 해먹이나 그네 등을 설치할 수 있고 반대편에서 공연이 벌어질 수 있는 작은 무대가 있는데 그곳의 활동을 감상할 수도 있다. 
‘쿵쿵’ 존의 계획안과 실제 완성된 모습
‘쿵쿵’ 존의 계획안과 실제 완성된 모습

이곳은 전체 공간에서 가장 큰 창문을 가진 곳으로, 바로 앞의 화산체육관 공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도 있고 다양한 행사를 할 수도 있는 곳이지만 무엇보다 트윈세대들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곳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끼가 답답한 방들로 이뤄진 상업 장소들에서 발산되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크게 소통할 수 있는 곳에서 벌어진다면 더 좋겠다는 마음으로 설계했다. 마치 도서관을 우주선이라고 한다면 조종석 같은 곳이기도 하다.

서로 자극받는 창작의 공간 ‘슥슥’ 존
‘슥슥’ 존의 계획안과 완성된 공간
‘슥슥’ 존의 계획안과 완성된 공간

가장 정의 내리기 어려운 곳이기도 한 곳이 ‘슥슥’ 존이었다. 왜냐하면 어떤 활동을 할지 콘텐츠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언가 ‘창작’을 하는 메이커 스페이스 개념도 있으면서 서로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택한 방식은 창가에서부터 안쪽으로 활동의 레이어를 달리 한 것이다. 

창가는 기존 건물의 평면이 꺾이는 각도를 이용해서 날개처럼 뻗어 나간 테이블들을 일렬로 배치하고 신을 벗고 올라가서도, 의자에 앉아서도, 휠체어에 앉아서도 쓸 수 있게 했고 벽에는 화이트보드를 배치했다. 안쪽에는 이동식 테이블을 두고 이곳 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이동식 파티션 겸 화이트보드를 중간중간 배치해서 트윈세대들이 자유롭게 이동해가며 쓸 수 있게 했다. 그 다음엔 사서 영역인 재료바를 두어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하게 했다. 
‘슥슥’ 존에서의 창작 활동 모습
‘슥슥’ 존에서의 창작 활동 모습
천장에는 전원 케이블을 당겨 쓸 수 있는 장치와 벽에는 화이트보드가 매입되어 있다.
천장에는 전원 케이블을 당겨 쓸 수 있는 장치와 벽에는 화이트보드가 매입되어 있다.

공간을 계획한 건축가의 입장에서 앞으로 그 변화와 다양한 활용이 가장 기대되는 영역이기도 했다. 서로가 코치가 되어 줄 곳이기도 하고, 창작이 외부와 닫힌 곳에서 벌어진다면 집착일 수 있겠지만 끊임없이 주변을 돌아보고 건물 밖 세상을 보기도 하면서 언젠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만한 생각이 움트고 서로 시너지를 이뤄가며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은 ‘트윈가로’가 관통하지 않고 뒤로 돌아가며 이들이 만들 어떤 것들을 전시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주고 있다. 아울러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라 더 갖춰질 장치들이 공간만큼 중요한 곳일 지도 모른다. 그것을 받아 줄 수 있는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 미세먼지,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지구를 구해줄 청소년이 나올지도.

감성과 이성이 만나는 공간 ‘곰곰’ 존
‘곰곰’ 존의 계획안과 실제 모습
‘곰곰’ 존의 계획안과 실제 모습

네 개의 영역 가운데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던 곳은 ‘곰곰’ 존이었는데, 여러 방식을 고민하다가 비어 있던 현장에서 아이들이 창가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했던 사진을 봤다. 그 창가의 모습을 좀 더 입체적으로 담을 수 있으면서 다락이 아닌 그물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여정의 가장 마지막 공간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이냐. 그 문제는 트윈가로의 ‘집’ 모습이 실제 집 공간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풀렸다.
여정의 가장 마지막 공간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이냐. 그 문제는 트윈가로의 ‘집’ 모습이 실제 집 공간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풀렸다.

한편, 계단 언덕을 바퀴를 달아서 분리할 수 있게 구상하다가 아예 이 가구를 공간이 되게 하고 그것을 타고 네트공간에도 올라갈 수 있게 발전시켰다. 가운데는 거실과 같은 역할을 하기위해 좀 더 편안한 가구들을 골라 배치하여 주도적인 활동에 따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 영역은 가장 전통적인 ‘도서관’의 모습에 가까울지 모른다. 가장 많은 책이 배치되는 곳이기도 하다. 혼자 사색에 빠질 수 있는 구석구석이 가장 많기도 하다. 같이 모여서 토론을 하고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영역도 있다. 가장 창문이 많은 곳으로 도시에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과 계절이 바뀌는 것이 감성이 메마르지 않게 다독일 것이며 장소와 함께 이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동식 가구들은 (빈백을 제외하고는) 무겁게 보이지 않게 다리로 떠 있는 것들을 택하였고, 영역의 변화에 따라 바닥과 벽 그리고 천정의 마감재가 다르게 선택되어 있으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주로 1216에서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는 모습
우주로 1216에서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는 모습

제3의 공간인 도서관의 중요성

어린이와 청소년 입장에선 입시제도와 학업의 시스템으로 채워진 제2의 공간인 학교나 우리나라 주거 타입의 천편일률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제1의 공간인 집은 ‘감시하는 어른’들에 의해서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들이 자의로 빠져나갈 공간이 오히려 공간적으로는 더 열악한 피시방, 카페, 편의점 등 상가시설 밖에 없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럴 때 놀이터, 도서관, 청소년센터, 뮤지엄 같은 제3의 공간이 그들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당장의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 감수성 측면의 영향뿐 아니라 이들이 성장하여 더 나은 도시와 시민사회를 꿈꾼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지점이다. 
공간이 주도성을 만든다
공간이 주도성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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