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날리는 날, 고즈넉이 걸어보는 은평한옥마을 필수 코스
발행일 2024.01.18. 14:05
올해는 유난히 눈이 자주 오는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이렇게 눈이 내린 날이면 친구와 만날 약속을 하거나 혼자라도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 바로 은평구 진관동에 있는 은평한옥마을이 그곳이다. 무쇳빛 하늘과 흙빛 땅에 겨울의 기운과 추위가 배어 있지만, 아파트로 가득한 동네보다 한결 포근하게 느껴진다. 서울의 진산 북한산이 은평한옥마을을 품에 안듯 둘러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추운 겨울에도 어머니의 품 안에 안겨 있는 듯 포근함이 느껴지는 은평한옥마을 ©김종성
은평한옥마을은 2014년 12월, 수도권에서 최대 규모로 조성한 신(新) 한옥 전용 주거 단지이다. 모던하고 세련되게 지어진 현대식 한옥이 북한산과 어우러져 마을의 운치를 더한다. 이뿐만 아니라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삼각산금암미술관, 셋이서문학관, 진관천 마실길, 진관사 등이 있어 볼거리를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지하철 3호선 녹번역(701번)과 구파발역(7211번‧7723번)에서 은평한옥마을까지 한 번에 가는 지선버스가 있으며 약 15~20분 걸린다.
지하철 3호선 녹번역(701번)과 구파발역(7211번‧7723번)에서 은평한옥마을까지 한 번에 가는 지선버스가 있으며 약 15~20분 걸린다.
멋진 전망대와 정자가 있는 은평역사한옥박물관 ©김종성
한옥마을 여행의 베이스캠프,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한옥마을 여행의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다. 다양한 전시회와 체험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으며, 한옥마을 지도와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옥상에 가면 한옥마을 최고(最高)의 전망대와 용출정 정자가 마련돼 있다. 눈이 많이 내린 후 찾아가면 더욱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온돌과 마루를 통해 한옥만의 특징을 살펴보며 부엌이 왜 집 안 전체에서 가장 좋은 곳에 있는지, 안채와 곳간채 사이의 폭을 어떻게 달리해서 통풍을 원활하게 했는지, 사랑채의 미닫이와 여닫이 문이 어떻게 효율적인 공간을 창출하는지 실물과 영상으로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일본의 많은 전통 주택이 2층 높이로 지어진 것과 달리 우리 한옥이 단층으로만 지은 이유도 알게 됐다. 우리나라 전통 고유의 난방 시스템인 온돌을 설치할 수 없어서였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온돌과 마루를 통해 한옥만의 특징을 살펴보며 부엌이 왜 집 안 전체에서 가장 좋은 곳에 있는지, 안채와 곳간채 사이의 폭을 어떻게 달리해서 통풍을 원활하게 했는지, 사랑채의 미닫이와 여닫이 문이 어떻게 효율적인 공간을 창출하는지 실물과 영상으로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일본의 많은 전통 주택이 2층 높이로 지어진 것과 달리 우리 한옥이 단층으로만 지은 이유도 알게 됐다. 우리나라 전통 고유의 난방 시스템인 온돌을 설치할 수 없어서였다.
우리 옛집에 대한 책들이 많은 작은 도서관 ©김종성
1층에 있는 작은 도서관은 한옥 관련 전문 도서관이기도 하다. 우리 옛집, 온돌의 역사, 누정 산책, 한국의 고택 기행 등 한옥 관련 책들을 비치해 놓아 흥미롭게 읽어 볼 수 있다. 대출이 안 되어 아쉬울 정도로 보기 드물고 유익한 책들이 많다.
6.25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북한산 순수비 ©김종성
오는 4월 14일까지 기획전으로 열리고 있는 ‘북한산 순수비’ 전시회에는 실물 모양의 순수비를 볼 수 있다. 여기서 ‘순수(巡狩)’란 임금이 나라 안을 두루 살피며 돌아다니던 일을 뜻한다. 신라시대 한강 일대를 차지한 진흥왕이 세운 순수비에는 놀랍게도 수십 발의 총탄 자국이 상흔처럼 남아 있었다. 6.25 전쟁 때 북한산에서 고지전을 벌이면서 생겨난 것이란다. 진흥왕의 업적을 남긴 비석이자 현대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증언하는 역사의 교훈비이지 싶다.
고즈넉한 은평한옥마을 골목을 거닐다. ©김종성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을 나와 고즈넉한 한옥 골목을 거닐었다. 북한산의 산자락을 닮은 처마와 낮은 담장이 이어진 골목이 이렇게 소박하고 아름답게 어울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예스럽다. 우리 옛 주택의 미학을 체감할 수 있는 풍경이다. 집집마다 희담재, 다온정, 자험헌 등 저마다 다른 주택명을 새겨 놓은 대문 명패가 현판처럼 걸려 있다. 무슨 뜻이 담겨 있을까 궁금했던 마음을 알아챘는지 '심심헌(尋心軒)'이란 곳에는 설명글까지 새겨 놓았는데 '마음을 찾는 집'이라고 한다.
어떤 한옥은 고맙게도 대문을 열어 놓아 살짝 고개를 들이밀었다가 항아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다양한 크기의 항아리들이 흡사 우리네 대가족 모습을 떠올리게 해 정답기만 하다. 담벼락이나 지붕 기와에도 집주인의 취향이나 개성을 담아 꾸며 놓았다. 어디나 비슷비슷하고 획일적인 아파트에 사는 도시민으로서는 부러운 풍광이다. 주변에 고층 건물이 없다 보니 매력적인 한옥과 골목 어디서나 멋진 북한산의 풍광을 볼 수 있는 것도 좋다. 한옥 모습의 편의점에는 쉬어 가기 좋도록 안팎에 테이블과 좌석을 마련해 놓았는데,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편의점이 아닐까싶다.
어떤 한옥은 고맙게도 대문을 열어 놓아 살짝 고개를 들이밀었다가 항아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다양한 크기의 항아리들이 흡사 우리네 대가족 모습을 떠올리게 해 정답기만 하다. 담벼락이나 지붕 기와에도 집주인의 취향이나 개성을 담아 꾸며 놓았다. 어디나 비슷비슷하고 획일적인 아파트에 사는 도시민으로서는 부러운 풍광이다. 주변에 고층 건물이 없다 보니 매력적인 한옥과 골목 어디서나 멋진 북한산의 풍광을 볼 수 있는 것도 좋다. 한옥 모습의 편의점에는 쉬어 가기 좋도록 안팎에 테이블과 좌석을 마련해 놓았는데,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편의점이 아닐까싶다.
문화예술이 조화로운 삼각산금암미술관과 셋이서문학관
골목 어귀에서 만난 삼각산금암미술관과 셋이서문학관은 은평한옥마을 여행을 다채롭게 해주는 곳이다. 이웃처럼 가까이 있는데다 입장료가 무료다.
여러 달항아리를 볼 수 있는 삼각산금암미술관 ©김종성
삼각산금암미술관에서는 2월 29일까지 '물질의 서사' 전시를 개최하는데 달항아리의 다채로운 모습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보름날 달덩이처럼 둥그렇고 원만하며 자연스러운 곡선 모양이 한옥의 친근함과 소박함을 닮았다. 전시 작가의 말마따나 같은 달이지만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달을 보듯, 사람들은 신비로운 달항아리를 보면서 저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달항아리는 조선 후기 한국의 도자 문화를 대표하는 도자기로 숙종 말년부터 영조 시기에 형성된 백자 항아리 양식이다. 백자의 가장 중요한 특색은 아무런 문양 장식을 하지 않은 흰색이다. 이는 조선시대 무결함, 절제, 한결같음을 추구한 성리학의 영향이라고 한다.
달항아리는 조선 후기 한국의 도자 문화를 대표하는 도자기로 숙종 말년부터 영조 시기에 형성된 백자 항아리 양식이다. 백자의 가장 중요한 특색은 아무런 문양 장식을 하지 않은 흰색이다. 이는 조선시대 무결함, 절제, 한결같음을 추구한 성리학의 영향이라고 한다.
천상병, 중광, 이외수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셋이서문학관 ©김종성
셋이서문학관은 1980년대 ‘괴짜 문학 삼총사’로 유명했던 천상병, 중광, 이외수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이들의 개성 있는 문학 세계를 살펴보는 책방 겸 전시 공간이다. ‘누구나 쉬어가는 곳입니다. 물도 마시고, 차도, 시(詩)도 감상하세요. 주말에는 민속놀이도 즐기고, 문학 강좌도 공부하세요. 환영합니다.’ 문학관 앞에 이와 같은 안내문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외수 작가를 좋아해 서점에서 그의 책을 사들고 설레며 귀가하던 추억이 떠올라 셋이서문학관이 더욱 반가웠다. 이외수 작가의 온화한 얼굴 사진과 함께 벽에 적힌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라는 문구가 그를 더욱 그립게 했다.
이외수 작가를 좋아해 서점에서 그의 책을 사들고 설레며 귀가하던 추억이 떠올라 셋이서문학관이 더욱 반가웠다. 이외수 작가의 온화한 얼굴 사진과 함께 벽에 적힌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라는 문구가 그를 더욱 그립게 했다.
여러 느티나무가 반기는 한옥마을 마실길 근린공원 ©김종성
은평한옥마을에는 진관천과 습지생태공원으로 이어지는 마실길 근린공원이 있어 꼭 가보게 된다. 나무숲 풍성한 북한산 자락이다 보니 걸을 때마다 짙은 나무 냄새가 콧속으로 훅훅 스몄다. 산책로나 길섶에 노거수 느티나무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한옥마을의 매력과 운치를 더해주는 소중한 존재로 보호수로 지정되어 지자체의 관리를 받고 있다. 느티나무는 예부터 마을 주민들이 모여 앉아 얘기를 나누며 쉬는 공간이기도 해서 ‘정자목’이라는 별칭이 있는 우리 고유의 나무다.
한옥마을 마실길과 이어지는 사찰, 진관사 ©김종성
두 사람이 지나가기에 안성맞춤인 오솔길은 숲속에 깃든 고요를 느끼며 기분 좋게 걷기 좋다. 번잡한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숲길을 즐기며 걷다 보면 동네 이름 진관동을 낳은 사찰, 진관사가 나온다. 진관사는 들머리에 있는 극락교보다 다리 옆으로 나 있는 계곡가를 걸어 들어가는 게 좋다. 청명한 물소리가 들려오는 눈 쌓인 하얀 계곡이 참 아름답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
○ 위치 : 서울시 은평구 연서로50길 8
○ 운영시간 : 09:00~18:00(입장 마감 17:00)
○ 휴무 :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 입장료 : 일반 1,000원, 초·중·고·군인 500원, 영유아·노인 무료
○ 누리집
○ 문의 : 02-351-8523
○ 운영시간 : 09:00~18:00(입장 마감 17:00)
○ 휴무 :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 입장료 : 일반 1,000원, 초·중·고·군인 500원, 영유아·노인 무료
○ 누리집
○ 문의 : 02-351-8523
삼각산금암미술관
○ 위치 : 서울시 은평구 진관길 21-2
○ 운영시간 : 10:00~18:00(입장 마감 17:30)
○ 휴무 :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 입장료 : 무료
○ 누리집
○ 문의 : 02-351-8554
○ 운영시간 : 10:00~18:00(입장 마감 17:30)
○ 휴무 :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 입장료 : 무료
○ 누리집
○ 문의 : 02-351-8554
셋이서문학관
○ 위치 : 서울시 은평구 진관길 23
○ 운영시간 : 10:00~18:00(입장 마감 17:30)
○ 휴무 :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 입장료 : 무료
○ 누리집
○ 문의 : 02-351-8553
○ 운영시간 : 10:00~18:00(입장 마감 17:30)
○ 휴무 :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 입장료 : 무료
○ 누리집
○ 문의 : 02-351-8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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