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에 이런 곳이? 남들은 모르는 인왕산의 반전 매력 코스!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4.01.15. 14:00

수정일 2024.01.15. 14:02

조회 6,138

2023년 4월 화재 발생 보름 후 촬영한 사진. 불이 조금 번진 지역이지만 멀리서 봐도 탄 흔적이 보였다.ⓒ박지영
2023년 4월 화재 발생 보름 후 촬영한 사진. 불이 조금 번진 지역이지만 멀리서 봐도 탄 흔적이 보였다.ⓒ박지영

작년 4월 인왕산에 화재가 났다. 5,000여 명 넘게 투입되는 총력을 다한 결과 그나마 더 크게 번지지 않고 25시간 만에 진화되었지만, 축구장 21개 면적인 임야 15.2ha의 산림은 잿더미가 됐다. 198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였다던 그 화재 이후로 한동안 인왕산엔 발길이 뜸했지만, 여전히 인왕산 둘레길과 산을 오르는 시민들이 많다. 

인왕산 초입, 국궁(활쏘기) 1번지 '황학정'과 '황학정국궁전시관'

인왕산을 오르는 여러 진입로가 있지만, 기자는 사직단 뒷길로 진입해 범바위로 바로 오르는 길을 선호한다.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산행을 위해 근육을 풀며 올라가기에도 좋고, 이 길엔 대한제국 황제의 활쏘기 터였던 황학정황학정국궁전시관이 있기 때문이다.

인왕산 둘레길에 진입한 후 몇 걸음 지나면 오른쪽에 놓인 큰 비석이 눈에 들어온다. 비석에는 ‘등과정 터’라고 적혀 있는데, '등과정(登科亭)'은 조선시대 무사들의 궁술 연습장으로 유명한 사정, 즉 활터에 세운 정자를 말한다. 안내에 따르면 서울 서쪽 지역에 있는 다섯 곳의 이름난 사정 중 하나로 갑오개혁 이래 궁술이 폐지되면서 헐렸는데, 이 중 유일하게 남은 것이 '황학정'이다. 인왕산 둘레길을 걷는 모든 분들이 이 비석을 만나지만, 그 뒤에 등과정이란 각석이 있다는 것과 그 아래 황학정과 황학정국궁전시관이 있다는 건 잘 모른다.
사직단 뒷길로 인왕산 둘레길에 오르면 보이는 등과정 비석.이 뒤에 각석이 있다. ⓒ박지영
사직단 뒷길로 인왕산 둘레길에 오르면 보이는 등과정 비석. 이 뒤에 각석이 있다. ⓒ박지영
황학정. 활터에 세운 정자 중 유일하게 남은 문화재다. ⓒ박지영
황학정. 활터에 세운 정자 중 유일하게 남은 문화재다. ⓒ박지영

1898년 고종 황제의 명으로 세워진 황학정(黃鶴亭)국내 유일의 활터 문화재로 1974년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5호로 지정됐다. 원래는 경희궁 회상전(會祥殿) 담장 옆에 있었는데, 일제강점기에 경희궁이 철거되면서 1922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고 한다. 2020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42호로 지정된 국궁(활쏘기)은 현재 청소년 전국체전 정식 종목이자 생활 스포츠로 각광 받고 있다.

이곳에선 활쏘기의 가치를 공유하고 전승될 수 있도록 ‘국궁교실’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야외 활동 위주라 대부분 봄이나 가을철에 집중된다.
황학정국궁전시관. 무료 관람으로 상설전 <활의 나라>가 진행 중이다. ⓒ박지영
황학정국궁전시관. 무료 관람으로 상설전 <활의 나라>가 진행 중이다. ⓒ박지영

황학정 아래엔 황학정국궁전시관이 있다. 무료 관람으로, 우리 국궁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상설전 <활의 나라>를 볼 수 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다양한 국궁들을 만날 수 있고,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활쏘기 문화에 대한 중요한 기록들이 한자리에 있어, 부담 없이 보기 좋다. 이곳에서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자세한 일정은 종로문화재단 누리집을 통해 확인하고 신청하면 된다.
활쏘기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접할 수 있다. ⓒ박지영
활쏘기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접할 수 있다. ⓒ박지영
사극이나 영화에서 봤던 다양한 활들이 다 이곳에 있다. ⓒ박지영
사극이나 영화에서 봤던 다양한 활들이 다 이곳에 있다. ⓒ박지영
황학정국궁전시관 앞 활터. 매주 금요일과 마지막 주 토요일에 유료로 체험해볼 수 있다. ⓒ박지영
황학정국궁전시관 앞 활터. 매주 금요일과 마지막 주 토요일에 유료로 체험해볼 수 있다. ⓒ박지영

도시·도성·산 뷰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뷰 명당, 인왕산

인왕산은 종로구와 서대문구 경계에 있는 산으로, 자하문 고개를 통해 청와대 뒤 북악산과도 연결된다. 높이 338.2m로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1751년에 겸재 정선이 그린 <인왕제색도>(국보 제 216)의 배경이고, 서울 중심인 종로구 광화문 일대와 서대문구 홍제동 인근을 가깝게 굽어 볼 수 있어 도시 전경과 야경을 보고 싶은 시민들이 자주 찾는다.

한양도성 성곽길과도 연결되어 투자 시간 대비 산 뷰, 도성 뷰, 도시 뷰 등 다채로운 광경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어 일반 시민은 물론 출사를 나오는 시민들도 많다. ☞ [관련 기사] 등산 초보부터 고수까지 즐기기 좋은 '서울의 다양한 산'
산과 성곽, 도시 뷰를 한곳에서 다 볼 수 있다. ⓒ박지영
산과 성곽, 도시 뷰를 한곳에서 다 볼 수 있다. ⓒ박지영

인왕산은 모든 구간이 다 인상적이지만 그중에서도 도심 정경이 가장 예쁘게 찍히는 범바위, 인왕산의 정상 삿갓바위, 아찔한 낭떠러지 위를 걷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기차바위가 시민들에겐 사진명소로 꼽히고 있다. 이들만 둘러보고 내려간다면 개별차가 있긴 해도 진입 시간 포함 약 두 시간 정도면 충분할 정도로,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만족한다. 단, 산 전체가 화강암이고, 급경사인 구간도 있는 데다가 계단이 많아 단단히 채비를 하고 가야 하고, 마실 물과 장갑도 챙겨가는 게 좋다.

부모님을 따라 초등학생 아이들도 올 정도로 특정 구간만 지나면 걷는 게 그렇게 어렵진 않긴 하나, 급경사와 계단이 많아 평소 등산이나 계단 걷기에 익숙하지 않다면 비나 눈이 오는 날은 가급적 피해 가는 게 좋다. 산 위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올라가지 전이나 내려가서 해결해야 하고, 당연히 가연성 물질 휴대와 흡연은 불가하다.
범바위 아래 통로. 절경이지만 아슬아슬하게 지나야 하는 구간도 있어 채비를 잘해야 한다. ⓒ박지영
범바위 아래 통로. 절경이지만 아슬아슬하게 지나야 하는 구간도 있어 채비를 잘해야 한다. ⓒ박지영
삿갓바위 구간에 한 시민이 앉아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다. ⓒ박지영
삿갓바위 구간에 한 시민이 앉아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다. ⓒ박지영
기차바위 구간을 걷고 있는 시민. 절경이지만, 양옆은 아찔한 낭떠러지이다. ⓒ박지영
기차바위 구간을 걷고 있는 시민. 절경이지만, 양옆은 아찔한 낭떠러지이다. ⓒ박지영
화재 당시 불탄 나무들. 여전히 복구 중이다. ⓒ박지영
화재 당시 불탄 나무들. 여전히 복구 중이다. ⓒ박지영
각도에 따라 여러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박지영
각도에 따라 여러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박지영

멍때리는 모습도 멋스러운, 인왕산 숲속 쉼터

기차바위까지 본 후에 청운공원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인왕산 숲속 쉼터를 만나게 된다. 이곳은 원래 1968년 1.21사태(김신조 사건)로 인왕산과 북악산에 들어선 약 30여 개의 군 초소 및 경계 시설 중 하나로, 2018년 인왕산 전면 개방에 따라 대부분은 철거되고 기존의 역사 및 기록을 위해 터를 살려 보존한 곳이다.

병사들의 거주 공간이 현재는 인왕산을 찾는 시민들의 숲속 쉼터로 재탄생되었는데, 제39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2021년 한국건축가협회상, 2021년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대상을 받을 만큼 건축적으로도 우수해 인왕산과 둘레길을 찾는 시민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다.
인왕산 중턱에 있는 숲속 쉼터. 더숲 초소책방 근처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오면 바로 닿는다. ⓒ박지영
인왕산 중턱에 있는 숲속 쉼터. 더숲 초소책방 근처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오면 바로 닿는다. ⓒ박지영
시원한 통창 덕분에 북악산 뷰를 보며 사색에 잠기기 좋다. ⓒ박지영
시원한 통창 덕분에 북악산 뷰를 보며 사색에 잠기기 좋다. ⓒ박지영
숲속 쉼터 내부. 화장실이 있지만 겨울엔 자주 동파되어 사용이 불가하다. ⓒ박지영
숲속 쉼터 내부. 화장실이 있지만 겨울엔 자주 동파되어 사용이 불가하다. ⓒ박지영

이곳은 인왕산 둘레길 큰 도로변에 위치한 더숲 초소책방에서 청운공원 방향으로 몇 걸음 옮긴 맞은편 계단을 통해 바로 닿을 수 있는데, 인왕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들리는 사람만큼 이 400여 개의 계단을 통해 올라와서 산멍에 빠져드는 시민들도 많다.

인왕산 중턱에 있는 유일한 실내 쉼터이자 조용히 북악산을 바라보며 산멍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비용 부담 없이 내부에 놓인 서가의 책들을 자유롭게 보며 놓여진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 된다. 다른 부대 시설은 없고 휴게 공간과 화장실만 있는데, 추운 겨울엔 화장실이 자주 동파되어 이용이 불가하니 이용에 참고 바란다.

황학정 국궁전시관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9길 15-32
○ 관람일시 : 화~일요일 10:00~17:00
○ 휴관일 :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날
○ 관람료 : 무료
황학정 국궁전시관 누리집
황학정 누리집
○ 문의 및 예약 : 02-722-1600 (단체 관람 시 사전 예약 필수)

인왕산 숲속 쉼터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산4-36
○ 이용시간: 10:00~17: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설 추석(명절), 연휴 휴관 
○ 관람료: 무료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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