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성수동, 건축문화투어로 구석구석 즐기기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3.10.17. 14:18

수정일 2023.11.09. 15:44

조회 9,254

제15회 서울건축문화제 시민프로그램인 '건축문화투어'가 진행 중이다. ⓒ박지영
제15회 서울건축문화제 시민참여프로그램인 '건축문화투어'가 진행 중이다. ⓒ박지영

얼마 전 제15회 서울건축문화제의 시민참여프로그램으로 진행된 '건축문화투어'에 다녀왔다. 서울, 그중에서도 성동구의 다양한 건축물들을 만나고 왔는데, ‘왜 이제야 이 투어에 참여했을까’ 아쉬워 했을 정도로 프로그램이 알찼다.

건축문화투어 전, 먼저 둘러본 서울숲

2009년 시작한 ‘서울건축문화제’‘서울특별시 건축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서울시내의 우수한 건축을 발굴하고, 건축 문화를 홍보하는 축제다. 올해 41회를 맞이한 ‘서울특별시 건축상’은 ‘서울의 공공적 가치를 구현한 건축물 설계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1979년 시작됐다.

서울 시민의 삶의 질과 건축 문화, 건축 기술 발전을 도모하는 이 상은 올해 공모대상을 공공건축물에 한정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설계된 민간건축물로 확대했는데, 이번에 신청했던 건축문화투어 프로그램은 건축가와 함께하는 성동구 도보 투어로 구성되었다.

서울숲은 오며 가며 보긴 했지만 생활권 밖의 지역이다 보니 안까지 들어가 보진 못했는데, 도보 투어의 출발점이 되어 조금 먼저 도착해 서울숲을 둘러본 후 행사에 참여했다.
서울숲 대표 조형물 <스타트 start>. 서울숲 조성 전 경마장으로 쓰였던 것을 기념해 세운 군마상이다. ⓒ박지영
서울숲 대표 조형물 <스타트 start>. 서울숲 조성 전 경마장으로 쓰였던 것을 기념해 세운 군마상이다. ⓒ박지영

서울숲은 임금의 사냥터였고 1908년 설치된 서울 최초의 상수원 수원지, 이후 경마장, 골프장으로 활용된 곳이다. 2005년 6월 도시숲으로 개원했다. 전체 면적 480,994㎡로 4개 테마공원(문화예술공원, 자연생태숲, 자연체험학습원, 습지생태원)과 가족마당, 야외무대, 사슴우리, 곤충식물원, 체육시설, 놀이터, 산책로 등으로 구성되는데, 현장에서 보면 미국의 센트럴 파크나 영국 하이드 파크처럼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울연못가 산책로를 걷고 있는 시민들. 대충 찍어도 그림처럼 나온다. ⓒ박지영
거울연못가 산책로를 걷고 있는 시민들. 대충 찍어도 그림처럼 나온다. ⓒ박지영
거울연못에 비친 고층건물들 ⓒ박지영
거울연못에 비친 고층건물들 ⓒ박지영

햇빛이 잘 드는 잔디밭에는 삼삼오오 모여 앉은 젊은 세대들이 많이 보였고, 숲 속에 듬성듬성 놓인 평상에는 가족 단위 혹은 어르신들이 휴식을 청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볼수록 눈이 가는 건 숲속에 놓인 널찍한 평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는 소나무, 섬잣나무, 계수나무 외 95종 41만 5,795주의 수목과 선인장 등 231종 7,755본의 식물원, 개미취, 구절초, 갈대 외 8종 3,250본의 우리 초화가 어우러져 산림욕하듯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공원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서 익숙한 듯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 ⓒ박지영
공원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서 익숙한 듯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 ⓒ박지영
인상적인 장소들도 많았지만,  평상에 누워 쉬고 있는 시민들이 가장 부러웠다. ⓒ박지영
인상적인 장소들도 많았지만, 평상에 누워 쉬고 있는 시민들이 가장 부러웠다. ⓒ박지영

조경도 잘 되어 있고, 주변 교통도 편하고, 열린 공간이라 안전하고, 무엇보다 유지보수가 잘 되어 쉴 곳도 많아 가을 산책을 즐기면 좋다. 

본격 성수동 건축 탐방 시작!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건축 문화 투어 검색)을 통해 사전 예약을 받은 '성동구 도보투어'서울숲 야외무대를 시작으로, 언더스탠드 에비뉴, 클리오 사옥, 메가박스 사옥, 디올 성수, 우란문화재단을 돌아보며 3시간 넘게 진행됐다. 당일 투어는 필립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인 이기옥 건축가의 안내로 진행되었는데, 대부분의 지점들이 도보 거리 내에 있어 참여자들은 제공받은 수신기를 통해 설명을 들으며 걸어서 이동했다.
참가자들이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이기옥 건축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박지영
참가자들이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이기옥 건축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박지영

첫 번째 건축물은 ▴서울숲 야외무대로, 이 야외무대는 'Ecological Matrix : 숨쉬는 그물'이라는 이름을 지닌, 올해 서울건축상 우수상 선정작이자 서울숲 공공미술 프로젝트 작품이다. 첫 눈에 보기에도 뭔가 있어 보이는 이 건축은 설명을 들은 뒤 더 특별하게 다가왔는데, 무대로 만들어졌지만 시민들의 동선을 전혀 해치지 않고 여러 방향에서 자연스럽게 진입이 가능하며, 공연이 없는 날에도 그 자체로 하나의 멋진 조형물과 그늘막으로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닫힌 듯 열린 이 공간은 무엇보다 목재를 주재료로 한 다공성 구조물로, 공간효율성은 기본이고, 보기에도 자연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목재가 비어진 곳곳에 또 다른 생명체가 자리 잡고 어우러져, 지금보다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건축물이다.

서울시는 탄소 중립 도시를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목구조 다층·대공간(일반적으로 벽이나 구조물 등으로 공간의 차단 없이 높이가 약 5m 이상의 공간을 지칭) 건축을 건립하는 도시목조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작품이 좋은 사례가 되어주고 있다.
목재 구조물인 서울숲 야외무대 전경. 공원을 유람하는 시민 동선에도 방해를 주지 않아 더 멋있다. ⓒ박지영
목재 구조물인 서울숲 야외무대 . 공원을 유람하는 시민 동선에도 방해를 주지 않아 더 멋있다. ⓒ박지영
나무 한 그루도 다치지 않게 건축 속에 포함시킨, 배려 깊은 공공건축물이다. ⓒ박지영
나무 한 그루도 다치지 않게 건축 속에 포함시킨, 배려 깊은 공공건축물이다. ⓒ박지영

두 번째 건축물인 ▴언더스탠드 에비뉴상가 및 문화시설로 쓰이는 곳이다. 서울숲 맞은편에 위치한 언더스탠드 에비뉴는 ‘낮은 자세(Under)로 삶의 각 영역에서 사회적 약자가 자립(Stand)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공간’이라는 의미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청년 창업가와 어르신 일자리 마련 및 취약 계층 고용도 지속하고 있는, 2016년 사회공헌 프로젝트로 탄생한 공익공간이다.

‘기업으로부터 사회공헌 기금을 지원받아 사회적 약자의 성장과 자립을 돕는 창조공간이면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복합 문화 공간’이 바로 언더스탠드 에비뉴인 것이다. 이번 투어로 의미를 되새긴 후 상점을 돌아보며 작은 기념품이라도 사고 싶었는데, 빈 공간들도 있고, 판매 품목도 제한적이라 원하는 구매를 하진 못해 아쉬웠다.
언더스탠드 에비뉴 전경. 열린 공간으로 언제든 돌아볼 수 있다. ⓒ박지영
언더스탠드 에비뉴 전경. 열린 공간으로 언제든 돌아볼 수 있다.ⓒ박지영
서울숲 횡단보도에 서면, 언더스탠드에비뉴와 클리오 사옥이 한눈에 들어온다. ⓒ박지영
서울숲 횡단보도에 서면, 언더스탠드에비뉴와 클리오 사옥이 한눈에 들어온다. ⓒ박지영

세 번째 건축물인 ▴클리오 사옥은 언더스탠드 에비뉴에서도 잘 보인다. 4개 층을 한 단위로 각각 방향을 틀고 있는 외관도 독특하지만, 여러 방면으로 틀어진 구조 덕에 주변 산은 물론, 서울숲과 한강 전경, 전방위 조망이 가능해 전망이 좋다.

사옥인 관계로 내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옥상정원, 주차장, 회의실 등을 돌아보며 건축 과정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를 들었다. 주변 지역을 잘 흡수되고 직원 편의와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건축물 설계와 시공에 공을 많이 들인 노력이 크게 와 닿았다. 사옥 전체가 밝고 화사한 분위기로, 창업주가 소장한 미술작품들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고 공간 전체가 쾌적해, 잘 지은 건축물이 그 공간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이직률을 낮추는 데 분명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특한 형태를 지닌 클리오 사옥. 3층부터 6층을 주차장으로 설계했다. ⓒ박지영
독특한 형태를 지닌 클리오 사옥. 3층부터 6층을 주차장으로 설계했다. ⓒ박지영
클리오 사옥 옥상정원. 서울N타워와 롯데타워, 한강,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뷰맛집이다. ⓒ박지영
클리오 사옥 옥상정원. 서울N타워와 롯데타워, 한강,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뷰맛집이다. ⓒ박지영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현재 상업 건물로 사용 중인 ▴메가박스 사옥(성수)과 콘셉트 스토어인 ▴디올 성수로, 메가박스 성수지점은 3동의 벽돌건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특성을 보였고, 디올 성수는 파리 몽테뉴 30번가에 있는 오리지널 디올 매장을 엠보싱 메쉬 패널과 미러 스테인리스 몰딩을 사용하여 재해석해 더 특색 있어 보였다. 이 두 곳은 개별적으로도 관람이 가능한 곳이니 근처 갈 일이 있으면 건축에 초첨을 두고 둘러보면 좋겠다.
메가박스 성수. 영화관을 비롯한 상업시설이 상주해 누구든 돌아볼 수 있다. ⓒ박지영
메가박스 성수. 영화관을 비롯한 상업시설이 상주해 누구든 돌아볼 수 있다. ⓒ박지영
디올 성수. 이국적인 외관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사전 예약을 해야 쇼룸 입장이 된다. ⓒ박지영
디올 성수. 이국적인 외관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사전 예약을 해야 쇼룸 입장이 된다. ⓒ박지영

마지막 장소인 ▴우란문화재단은, 높은 건물 옆에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공장의 이미지를 간직한 건축물이 함께 있어 인상적이었다. 성수동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건축 설계에 투영한 것으로, 우란문화재단 건축 안에는 공연시설을 비롯한 아티스트 레지던시, 전시장, 식당과 카페, 임대 및 공유 오피스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1층 전시장의 기획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설계를 맡은 사무실이 해당 건물 내에 입주해 있어 당일 내부 해설도 해주셨는데, 직접 설계에 참여한 설계사의 입을 통해 전해 듣는 생생한 이야기들도 좋았지만, 건축물 앞에 공개 공지로 조성한 쉼터에 시민들이 오며 가며 자유롭게 잘 이용한다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란문화재단 외관. 1층 전시장은 무료 관람이다. ⓒ박지영
우란문화재단 외관. 1층 전시장은 무료 관람이다. ⓒ박지영
우란문화재단 공개 공지에 꾸민 간이 쉼터. 공원이 드문 지역에 좋은 휴식처가 되고 있다. ⓒ박지영
우란문화재단 공개 공지에 꾸민 간이 쉼터. 공원이 드문 지역에 좋은 휴식처가 되고 있다. ⓒ박지영

9월 1일부터 시작한 서울건축문화제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10월 29일에 전시가 끝난다. 열린송현녹지광장과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시민청에서 무료 전시가 진행 중이고,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라이브러리에서 제40, 41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수상작과 역대 건축상 상설전도 볼 수 있다. 아직 보지 못했다면 꼭 기간 내에 찾아보길 바란다. ☞ [관련 기사] 100년 뒤 서울에 이런 건축물이? 도시건축비엔날레 개막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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