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쾌적', 시민은 '뿌듯'…친환경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서울청년크루 김지율

발행일 2023.10.12. 13:35

수정일 2023.11.09. 14:22

조회 1,606

최근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축제 홍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스마트서울맵 누리집의 ‘서울축제지도’ 기준, 9월부터 10월까지 두 달간 진행되는 축제는 69개로 전체 축제 104개 중 절반 이상이다.

즐길 거리가 이렇게나 많은 요즘, 눈에 들어온 축제가 있다. 바로 ‘친환경 축제’로 진행되는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이다. ‘축제’하면 다양한 즐길거리·먹거리와 동시에 쓰레기통을 넘쳐 나온 일회용품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최근 축제의 패러다임이 ‘친환경 축제’로 바뀌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는데 직접 경험해보고자 일요일 오후 반포 한강공원을 찾았다.
‘차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네온사인
‘차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네온사인

‘차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는 11월 12일까지 매주 일요일 낮 12시부터 즐길 수 있다. 일몰시간이 빨라짐에 따라 10월에는 저녁 8시, 11월에는 7시에 축제가 마무리된다.

축제에는 ‘책읽는 잠수교’, ‘거리공연’, ‘무소음 디제잉 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그중 ‘잠수교 푸드트럭’, ‘잠수교 찐 플리마켓’, ‘뚜벅뚜벅 플로깅’ 세 가지 프로그램이 친환경으로 진행된다.

깨끗한 잠수교 1등 공신, 다회용기 사용 푸드트럭

푸드트럭에 부착된 다회용기 반납 안내문
푸드트럭에 부착된 다회용기 반납 안내문

축제에는 음식이 빠질 수 없다. 필자가 방문한 날 잠수교 남단을 중심으로 열 대 정도의 푸드트럭이 운영되고 있었다. 닭꼬치, 염통꼬치, 핫도그부터 젤라또, 츄러스, 커피까지 든든하게 먹고 디저트까지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메뉴가 준비돼 있었다.
다회용기에 담긴 음식들
다회용기에 담긴 음식들

주문한 음식들은 모두 다회용기에 담겨 나왔다. 젤라또,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디저트류도 예외는 없었다. 음식을 집을 수 있도록 제공되는 나무 꽂이와 숟가락, 빨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반납하면 세척 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기였다. 제공받은 다회용기는 깨끗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필자와 함께 축제를 즐긴 친구는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축제를 즐겼던 경험이 있어, 이번 잠수교 축제의 친환경 기획들이 기대됐다. 서울시가 친환경으로 큰 축제를 진행하는 것이 방문객들과 다른 축제들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다회용기 사용 후기를 전했다.
잠수교 곳곳에 배치된 다회용기 반납 안내문과 부스
잠수교 곳곳에 배치된 다회용기 반납 안내문과 부스

다회용기 반납존은 잠수교 곳곳에 배치돼 있다. 따라서 음식을 모두 먹은 후 바로 근처에 있는 반납존에 가 쓰레기는 직접 분리수거하고, 다회용기는 자원봉사자에게 반납하면 된다. 다회용기 사용 덕분에 쓰레기통은 넘칠 기미도 보이지 않았고, 다회용기 반납존은 불투명 검정색으로 디자인돼 축제의 미관까지 챙겼다.

또 사용된 다회용기는 경기광역자활센터의 세척자활사업단 ‘라라워시’에서 세척작업이 이뤄진다. 환경도 챙기면서, 사회적 취약계층의 일자리까지 챙기는 셈이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한 다양한 테마의 친환경 소비

먹거리를 충분히 즐겼다면, 슬슬 걸으며 다양한 물건을 파는 플리마켓을 구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잠수교 남단 부근부터 50여 개의 재사용·친환경·수공예 제품 판매 및 교육 프로그램 부스가 줄지어 서 있다. 장난감, 옷, 액세서리 등 정말 다양한 부스가 눈을 사로잡았다. 그중 눈길을 오래 붙잡아두었던 몇 가지 부스를 소개한다.

동심자극! 장난감 분해부터 나만의 작품까지
‘쓸모없는 장난감의 모습 대변신’ 부스
‘쓸모없는 장난감의 모습 대변신’ 부스

독특한 작품이 눈에 띄었다. 바로 ‘쓸모없는 장난감의 모습 대변신’ 부스이다. 폐장난감을 분해해 나만의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었다.

필자가 도착한 시간에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 않았는데, 알아보니 오후 1시 30분~2시 30분, 3시~4시로 1시간씩 총 2번 진행된다고 한다. 프로그램 신청은 현장접수로만 진행되며 잠수교 축제가 시작되는 낮 12시 혹은 12시 30분부터 이뤄진다. 부스 스태프에 따르면 항상 공석 없이 접수가 마감되고 자리가 없어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 타임 당 20명씩 받기 때문에 참가하고 싶다면 축제를 즐기기 전, 프로그램 현장 접수부터 하는 것을 추천한다.

프로그램 참가자 주 연령층은 초등학생으로, 가족 단위가 많다. 특히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난 후 참가자들 앞에서 작품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이 있는데, 이때 학생들의 부모들은 사진을 찍으며 추억도 남기고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작품을 집으로 가져가기에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폐장난감을 분해하기 위해 모여있는 시민들
폐장난감을 분해하기 위해 모여있는 시민들

‘장난감 업사이클링’이 진행되는 부스 옆에는 폐장난감을 분해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드라이버로 하나하나 분리된 폐장난감은 다시 스피커·고무·종이·회로판·건전지·유리·쇠 등 재질에 맞게 분류 및 정리된다. 이 공간은 사전 모집 없이, 축제가 운영되는 기간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폐장난감을 분해하기 위해 이 공간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분해 과정에서 장난감의 구조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공구를 이용한 장난감 분해가 적당한 도전정신을 자극해서인지 가족 단위는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도 체험에 참여하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폐장난감 분해 구역 부스에 전시돼있는 다양한 작품들
폐장난감 분해 구역 부스에 전시돼있는 다양한 작품들

체험 부스 옆에는 독창적인 작품들도 재탄생한 폐장난감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된 작품들의 유니크함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흰 바탕 위에 초록색 장난감으로 만들어진 나무 모양의 ‘재활용 장난감 팝아트’ 작품에 “멋있다~”하는 시민들의 감탄이 들리기도 했다.

무해한 표정에, 환경에도 무해한 도자기 작품
미니 다육이 화분부터 반려 돌멩이까지 다양한 도자기 작품들
미니 다육이 화분부터 반려 돌멩이까지 다양한 도자기 작품들

직접 제작한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하고 있는 부스 덕분에 눈이 즐거웠다. 특히 여백의 미를 자랑하며 시니컬한 것 같으면서도 무해해 보이는 도자기 작품이 그랬다. 다육이 화분, 머그컵, 방향제, 자석, 반려 돌멩이 등 다양한 생활용품과 인테리어 소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도자기 작품이기 때문에 환경에 무해할 뿐만 아니라 귀엽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2030 시민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던 부스였다. 필자, 그리고 함께 간 친구들도 흥미롭게 감상했다.

MZ세대 사로잡은 에코오브제
제스모나이트 소재의 쥬얼리트레이, 캔들트레이, 티코스터 등
제스모나이트 소재의 쥬얼리트레이, 캔들트레이, 티코스터 등

감각적인 색감과 디자인으로 시선을 끈 부스도 있었다. 쥬얼리 트레이, 캔들 트레이, 티코스터 등을 전시 및 판매하고 있는 핸드메이드공방이다. 이 작품들은 ‘제스모나이트’라는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들이다. 이 소재는 인체에 유해한 기존 레진 제품에 대한 환경적 대안을 찾기 위해 영국에서 만든 복합소재로, 가루날림이 거의 없고 높은 경도와 내화성까지 갖췄다고 한다. 감각적이면서도 인체에 무해한 작품으로 2030 시민들의 관람 비율이 높았다.

나도 지구도 건강하게 만드는 ‘뚜벅뚜벅 플로깅’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를 방문하기 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플로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플로깅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던어 ‘Plocka Upp’과 영어 ‘Jogging’의 합성어로,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뜻한다. ‘뚜벅뚜벅 플로깅’을 할 수 있는 안내 부스는 잠수교 남단 부근, 축제 현장 초입 왼편에 위치해있다.
‘뚜벅뚜벅 플로깅’ 안내 부스
‘뚜벅뚜벅 플로깅’ 안내 부스

부스에 가니 자원봉사자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플로깅 활동에 제공되는 물품인 목장갑, 집게, 생분해성 수지로 제작된 친환경 쓰레기봉투를 전달받고 플로깅을 시작했다.
플로깅을 위해 받은 물품
플로깅을 위해 받은 물품

축제 현장을 쭉 돌아보는 동시에 쓰레기도 열심히 찾아봤는데 비닐 쓰레기 2개밖에 줍지 못할 만큼 굉장히 깨끗했다. 다회용기를 사용한 덕분에 쓰레기 배출량이 대폭 감소한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잠수교의 경계석이나 돗자리 위에 앉아 음식을 먹기도 하는데, 주최 측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환경 관리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플로깅을 완료한 후 받은 에코백
플로깅을 완료한 후 받은 에코백

플로깅 활동이 끝난 뒤 에코백도 받았다. 간단한 활동이었지만 직접 축제 환경 정화 활동에 동참했다는 뿌듯함을 느낀 동시에, 친환경 생활습관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었다. 필자는 잠수교 부근에서 플로깅 활동을 했지만, 잠수교 밖의 세빛섬, 반포 한강공원 일대까지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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