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가 그림이 되고 노래가 되는 '윤동주문학제'에서 산책 만끽~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3.10.05. 09:00

수정일 2023.10.05. 18:22

조회 759

한국인에게 좋아하는 시인을 묻는다면 꼭 빠지지 않을 이름이 있다. 바로 민족시인 ‘윤동주’다. 우리나라 문학인 중 기념관과 문학관이 세워지고 그에 관한 영화나 뮤지컬 등이 만들어진 드문 사례의 당사자라는 것도 ‘윤동주’라는 시인에 대한 전 국민의 사랑을 짐작케 한다.

윤동주 시인이 태어난 곳은 중국 명동촌이지만, 항일독립운동 시기 연희전문학교를 다니고 누상동에서 하숙을 했기에 서울에서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시인 윤동주를 기억하고 싶은 시민들이 자주 찾는 윤동주문학관시인의 언덕에서는 매년 그를 기리는 ‘윤동주문학제’가 열린다.
도시재생의 좋은 사례가 된 '윤동주문학관'. 동명의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보인다. ⓒ박지영
도시재생의 좋은 사례가 된 '윤동주문학관'. 동명의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보인다. ⓒ박지영

청운공원 입구에 있는 윤동주문학관은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만든 도시재생공간이다. 원래의 흔적을 없애는 대신 그 흔적을 보듬어 지은 공간으로, 2012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2014년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하고, 2015년에는 현충시설로 지정되어 그 의미가 더 깊어졌다. 전시실 규모도 크지 않고 소장 유물도 적지만 총 3개의 전시 공간으로 나눠 구성 있게 전시 중이라 오가며 들러보기 좋아 부담 없이 찾기 좋다.

본관 실내 제1전시실은 9개의 전시대에 시인의 일생을 시간 순으로 사진 자료와 친필원고 영인본을 전시하고 있고, 중앙에는 시인의 생가에 있던 우물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목재 널 유구를 두어 사방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해 두었다.
제1전시실 전시 자료를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  원본 사료가 많진 않지만 구성이 알차 둘러보기 좋다. ⓒ박지영
제1전시실 전시 자료를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 원본 사료가 많진 않지만 구성이 알차 둘러보기 좋다. ⓒ박지영
제1전시실 중앙에 있는 우물 목판 원본. 생가에 있던 우물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목재 널 유구다. ⓒ박지영
제1전시실 중앙에 있는 우물 목판 원본. 생가에 있던 우물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목재 널 유구다. ⓒ박지영

문학관의 하이라이트는제2전시실로 불리는 중정으로, 윤동주 시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에서 영감을 얻어 물탱크의 상단을 개방해 만들었다. 물탱크에 저장했던 물의 흔적이 벽체에 그대로 남아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어떻게 찍어도 예술적인 느낌 가득한 사진이 나와 사진 명당으로 꼽힌다.

또, 중정을 통해 들어가면 제3전시실인 영상실이 나오는데, 물때가 남은 흔적의 벽을 스크린 삼아 시인의 일생과 시 세계를 담은 짧은 영상물을 매 15분 간격으로 감상할 수 있다.
제3전시실에서 바라본 제2전시실. 물탱크의 상단을 개방해 만든 중정으로,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져 멋있다. ⓒ박지영
제3전시실에서 바라본 제2전시실. 물탱크의 상단을 개방해 만든 중정으로,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져 멋있다. ⓒ박지영
제3전시실에서는 시인의 일생과 시 세계를 담은 짧은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다. ⓒ박지영
제3전시실에서는 시인의 일생과 시 세계를 담은 짧은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다. ⓒ박지영

윤동주문학관 왼쪽엔 윤동주문학관 뒤편 시인의 언덕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이 계단을 따라 오르면 휴게공간인 별뜨락 카페가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시인의 언덕’이라 불리는 산책로가 있다. 야외무대가 있는 곳에 이르면 윤동주의 ‘서시’ 시비(詩碑) 뒤로 펼쳐진 멋진 서울의 풍경과 ‘영혼이 잠든 곳’이라는 윤동주 영혼의 터 표지석이 보인다. 이 언덕은 동네 주민은 물론 근처 인왕산과 북악산 방문객들도 자주 찾으며 서울의 모습을 담아가는 곳이니 오가며 꼭 한번 들러 보기 바란다.
'시인의 언덕'에 세워진 시비(詩碑). 시 비석 뒤로 보이는 서울의 풍광이 멋있어 낮과 밤 늘 시민들의 포토존이 된다. ⓒ박지영
'시인의 언덕'에 세워진 시비(詩碑). 시 비석 뒤로 보이는 서울의 풍광이 멋있어 낮과 밤 늘 시민들의 포토존이 된다. ⓒ박지영
시비(詩碑) 옆에 놓인 '윤동주 영혼의 터 표지석' ⓒ박지영
시비(詩碑) 옆에 놓인 '윤동주 영혼의 터 표지석' ⓒ박지영

시인 윤동주를 기리는 제10회 윤동주문학제가 9월22일, 23일 양일간 윤동주문학관과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열렸다. 실내 전시실에서는 윤동주 시 필사와 스탬프 체험 등이 진행되었는데, 좋은 날씨에 나들이 나온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아 체험 활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윤동주문학제에서는 매해 <전국 초중생 윤동주 시화 공모전> 수상작들도 전시한다. 매년 초중생들을 대상으로 시화 공모전을 하고 공모전에서 선정된 작품들을 윤동주문학제 기간 동안 전시하는데, 올해도 여느 성인들의 작품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작품들이 선정됐다. 수상작들은 시인의 언덕을 오르는 산책로에 전시되어 있어 11월 6일까지 언제든 와서 볼 수 있고, 종로문화재단 공식 유튜브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윤동주문학제'에서 진행한 필사 체험. 윤동주 시어를 기반으로 한 체험 활동들이 진행됐다. ⓒ박지영
'윤동주문학제'에서 진행한 필사 체험. 윤동주 시어를 기반으로 한 체험 활동들이 진행됐다. ⓒ박지영
'윤동주문학제'를 기념해 '시인의 언덕' 산책로에 마련된 포토존 ⓒ박지영
'윤동주문학제'를 기념해 '시인의 언덕' 산책로에 마련된 포토존 ⓒ박지영
'시인의 언덕'으로 오르는 산책길에 <전국 초중생 윤동주시화공모전> 수상작들이 11월 6일까지 전시된다. ⓒ박지영
'시인의 언덕'으로 오르는 산책길에 <전국 초중생 윤동주시화공모전> 수상작들이 11월 6일까지 전시된다. ⓒ박지영

윤동주문학제의 하이라이트는 <전국 윤동주창작음악제>였다. 윤동주창작음악제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가사로 삼은 창작곡 경연대회로, 해마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인과 함께 하는 문학제 대표 공연 프로그램이다. 문학제 마지막 날인 23일 윤동주 시인의 언덕 상설무대에서 열린 제9회 전국 윤동주창작음악제 본선 경연에는 총 10팀이 참가했고, 경연과 제8회 수상자의 축하 공연, 본선 시상식까지 약 두 시간 정도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노래 소리를 듣고 찾아온 시민들로 공연장이 꽉 찼다.

기자는 올해 처음 참관을 했는데 노래가 하나같이 다 너무 좋아서 음원으로 발매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각 팀의 음악 장르도 다양하고, 노래와 퍼포먼스도 모두 좋아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지만, 최종 4팀의 수상팀이 결정될 때까지 함께한 시민들은 자리를 지키고 수상자들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시인의 언덕' 야외무대에서 <전국 윤동주창작음악제> 본선 경연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 ⓒ박지영
'시인의 언덕' 야외무대에서 <전국 윤동주창작음악제> 본선 경연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 ⓒ박지영
대상 수상팀의 공연. 윤동주 시인의 시어를 바탕으로 창작된 다양한 색채와 음악성을 지닌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 하나하나는 모두 대상감이었다. ⓒ박지영
대상 수상팀의 공연. 윤동주 시인의 시어를 바탕으로 창작된 다양한 색채와 음악성을 지닌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 하나하나는 모두 대상감이었다. ⓒ박지영

문학제는 끝났지만, 종로문화재단 공식 유튜브를 통해 이전 시화공모전 수상작과 창작음악제 수상작도 만날 수 있고, 올해 공연도 곧 업로드 될 예정이니 윤동주 시어로 탄생한 멋진 곡들이 궁금하다면 꼭 공식 유튜브를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

윤동주문학관과 시인의 언덕은 늘 그 자리에 있고 도보 거리 내에 청운문학관과 수성동계곡까지 있으니, 하루 시간을 내어 윤동주문학관부터 수성동계곡 근처 윤동주 하숙집까지 돌아보고 사색하며 문학적 분위기가 가득한 하루를 보내기 바란다.

윤동주문학관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 119
○ 교통 :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지선버스 1020, 7022, 7212 환승, 자하문고개, 윤동주시인의 언덕 하차 / 지선번스 1721, 7016, 7018 환승, 자하문터널입구 하차
 -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지선버스 1020, 7212 환승, 자하문고개, 윤동주시인의언덕 하차 / 지선버스 1711, 7016, 7018 환승, 자하문터널입구 하차
○ 관람시간 : 화-일 10:00~18:00(※입장 마감 17:30)
○ 휴관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 관람료 : 무료
누리집
 ※☞2023 윤동주문학제 제10회 전국 초중생 윤동주시화공모전 수상작 바로가기
종로문화재단 누리집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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