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문화비축기지에 가면, 아주 특별한 '가면'과 만날 수 있다!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3.10.04. 13:15

수정일 2023.10.0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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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축기지 T5 이야기관에서 ‘또 다른 얼굴들 : 한국과 아세안의 가면’이 전시되고 있다.ⓒ이선미
문화비축기지 T5 이야기관에서 ‘또 다른 얼굴들 : 한국과 아세안의 가면’이 전시되고 있다. ⓒ이선미

문화비축기지에서 ‘또 다른 얼굴들 : 한국과 아세안의 가면’이 전시되고 있다. 오랜만에 문화비축기지를 찾았는데 여기저기 공사를 하고 있었다. T5 1층의 영상미디어관도 공사 중이고 2층의 이야기관에서 전시를 만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곧바로 둥근 복도를 따라 전시가 이어졌다. 첫 번째 방에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가면들이 유리 안에 전시돼 있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태국의 가면 춤극  ‘콘’에서 사용되는 가면들이었다. 
태국의 ‘콘’은 힌두교 대서사시 ‘라마야나’를 태국식으로 극화한 ‘라마끼얀’이 중심 이야기라고 한다.ⓒ이선미
태국의 ‘콘’은 힌두교 대서사시 ‘라마야나’를 태국식으로 극화한 ‘라마끼얀’이 중심 이야기라고 한다. ⓒ이선미

‘콘’은 힌두교 대서사시 ‘라마야나’를 토착화한 것으로 비슈누 신의 일곱 번째 화신인 라마가 악마를 물리치는 여정이 공연된다. ‘라마의 영광’이라는 뜻의 ‘라마끼얀’은 결국 선이 악을 이기고 정의가 불의를 물리친다는 내용으로 태국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쳐 온 가면 춤극이라고 한다. 벽에 부착된 모니터에서 현지 공연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반짝이는 눈으로 공연에 푹 빠진 모습들도 포착되곤 했다. 부모님과 함께 전시를 찾은 어린이들도 한참 영상 앞에 머물렀다.  
실제 공연 영상을 볼 수 있어서 가면의 쓰임새를 더 잘 알게 되었다.ⓒ이선미
실제 공연 영상을 볼 수 있어서 가면의 쓰임새를 더 잘 알게 되었다. ⓒ이선미

이번 전시는 다섯 개의 주제로 구성됐는데 첫 번째는 ‘가면의 유래’를 보여주고 있다. 원시사회에서 가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술적인 목적이었다. 재앙과 질병을 물리치고 풍요를 기원하던 의례용 가면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가면은 또한 공동체의 놀이문화에서도 다양하게 전해져왔다. 살아가는 날의 모든 것을 보이지 않는 존재들에게 의탁해야 했던 사람들에게는 주술적 목적의 가면 자체가 신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모자와 얼굴, 코가 주요 구성 요소인 태국의 ‘피타콘 가면’. 신들을 찬미하고 농번기에 비를 기원하던 축제에서 사용되는 가면이다.ⓒ이선미
모자와 얼굴, 코가 주요 구성 요소인 태국의 ‘피타콘 가면’. 신들을 찬미하고 농번기에 비를 기원하던 축제에서 사용되는 가면이다. ⓒ이선미
‘상호소통용 작은 원숭이 가면’이라는 제목이 붙은 베트남의 가면도 흥미로웠다.ⓒ이선미
‘상호소통용 작은 원숭이 가면’이라는 제목이 붙은 베트남의 가면도 흥미로웠다. ⓒ이선미

‘신화적 재현’이라는 주제에도 믿음과 의탁이라는 상황이 있다. 첫 번째 방에서 본 태국의 ‘콘’처럼 아세안 국가들에는 힌두교 ‘라마야나’의 영향이 무척 커서 라마왕의 일대기가 무용극과 가면극, 그림자 연극으로까지 발전해왔다고 한다. 
신화의 내용을 통해 태어난 많은 가면들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이선미
신화의 내용을 통해 태어난 많은 가면들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이선미

가면극은 그리스 비극처럼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도덕을 일깨우는 역할도 했다. 베트남의 ‘뚜엉’ 역시 가면극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삶을 성찰하게 했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들을 묘사하면서 대의를 위한 희생 같은 행위를 높이 평가하고 영웅적 캐릭터를 아름답게 묘사해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전통극이다. 
‘뚜엉’의 공연장 미니어처. 앞에 놓인 인물 미니어처는 설화 속 인물을 재현한 전통 장난감인데 찹쌀가루로 만든다고 한다.ⓒ이선미
‘뚜엉’의 공연장 미니어처. 앞에 놓인 인물 미니어처는 설화 속 인물을 재현한 전통 장난감인데 찹쌀가루로 만든다고 한다. ⓒ이선미
전시실에 베트남 가면극 ‘뚜엉’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이선미
전시실에 베트남 가면극 ‘뚜엉’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이선미

가면은 무척 화려하고 때로 기괴하기도 하다. 사람의 얼굴이 가지기 힘든 각양각색의 표정을 담아 하고자 하는 말을 전하고자 한다. 필리핀의 ‘마스카라 축제’ 역시 다양한 가면들이 무척 휘황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축제는 1970년대에 설탕 값이 하락해 직면한 경제침체 상황에서 지역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일군 축제라고 한다. 지역을 사랑하고 염려하는 마음을 담아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덕분에 지금은 아시아의 주요 축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웃는 가면 속에 또 웃는 가면들로 장식한 마스카라 축제의 가면ⓒ이선미
웃는 가면 속에 또 웃는 가면들로 장식한 마스카라 축제의 가면 ⓒ이선미

가면은 자신을 숨기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드러내지 않던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마스카라 축제의 경우에도 한껏 개성을 드러내는 가면들의 축제가 된다. 주민들은 각기 다른 가면을 쓰고 축제에 참여하는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바로 ‘웃는 얼굴’이다. ‘마스카라’라는 말 자체가 ‘미소 짓고 웃는 많은 얼굴’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애초에 축제 슬로건이 ‘미소의 도시’였다고 한다. “웃으면 복이 와요” “웃으며 삽시다” 즐거워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즐거워진다고 하는데 어려운 상황을 서로의 웃음 속에 헤쳐 온 지혜가 담긴 축제 속 가면이었다. 
도시의 어려운 상황을 축제로 극복해온 필리핀 마스카라 축제의 가면ⓒ이선미
도시의 어려운 상황을 축제로 극복해온 필리핀 마스카라 축제의 가면 ⓒ이선미

전시실 중앙에는 우리나라 탈들이 놓여 있었다. 지난해 11월 ‘한국의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우리 탈춤 역시 신앙과 민속적 요소가 혼합된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각 지역의 탈춤은 저마다 다른 지역의 특징과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강릉관노가면극을 비롯해 유네스코 등재 심사 기간에 전시되었던 13종의 탈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의 탈춤’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이선미
‘한국의 탈춤’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이선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탈춤’이 소개되고 있다.ⓒ이선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탈춤’이 소개되고 있다. ⓒ이선미

우리나라 탈과 아세안 국가의 가면들은 닮은 면도 있고 무척 다른 모습이기도 했다. ‘또 다른 얼굴들 : 한국과 아세안의 가면’ 전시는 11월12일까지 계속된다. 주말에는 11시와 오후 3시에 전시 설명회도 진행된다. 기왕이면 해설과 함께 아세안의 가면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오랜만에 찾은 문화비축기지에서 가장 깊은 곳에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T3을 보고 싶었는데 공사 중인지 출입금지 줄이 처져 있었다. 4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제6회 서울국제댄스페스티벌 인 탱크’에서는 60여 편의 작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다시 문화비축기지를 찾아야겠다.

또 다른 얼굴들 : 한국과 아세안의 가면

○ 일시 : 11월12일까지, 오전 10시~오후 5시40분
○ 장소 : 문화비축기지 T5 2층 이야기관
○ 전시 설명 : 매주 토·일 오전 11시, 오후 3시
문화비축기지 블로그
○ 문의 : 02-376-8410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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