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제안하는 '서울이주민예술제'

시민기자 조한상

발행일 2023.09.21. 09:03

수정일 2023.09.21. 19:53

조회 334

지난 9월 16일, 막이 오른 제12회 서울이주민예술제 ©조한상
지난 9월 16일, 막이 오른 제12회 서울이주민예술제 ©조한상

어제의 비가 그치고 구름을 뚫고 나온 빛을 받으며 버스에서 내리자 멀리서 북소리와 함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졌다. 그래서였는지 아니면 북소리 때문이었는지 어느새 가슴도 두근거렸고, 호흡도 빨라졌다. 이윽고 도착한 그곳에서는 벌써 한바탕 춤사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사방으로 난 길들의 한가운데,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다양한 곳에서 온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흥겹게 웃으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수개월간 서로 다른 곳에서 오늘을 위해 그 길들을 걸어와 마침내 만난 사람들처럼 보였다.
서울이주민예술제가 펼쳐지고 있는 영등포구 문래동 골목 ©조한상
서울이주민예술제가 펼쳐지고 있는 영등포구 문래동 골목 ©조한상

이곳은 서울이주민예술제 개막식이 펼쳐지고 있는 영등포구 문래동 골목이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하는 서울이주민예술제는 한국 사회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예술가를 발굴하고,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제안하는 행사이다. 지난 9월 16일부터 오는 24일까지 8일간 문래동을 중심으로 신도림, 을지로, 홍대 앞 이태원 등에서 거리 퍼레이드, 영화 상영, 커리데이,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다소 소원해졌던 주변의 관계들을 다시 한번 열린 마음으로 연결하고 확장할 것을 목표로 기획되었다.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활동가인 섹 알 마문 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조한상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활동가인 섹 알 마문 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조한상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활동가섹 알 마문 씨는 1998년도에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후 2009년에 한국인으로 귀화해 현재까지 25년째 한국에서 살며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이주민문화예술제를 통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이주민들과의 연결과 더불어, 예술을 통해 한국 사람들과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교류의 기회를 확대해 보고 싶은 마음으로 활동가로서 기획하고 참여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이주민들이 현실적으로는 다소 거친 노동 업무를 하고 있지만, 사실 다양한 경력이 있고 또 기회만 주어지면 앞으로도 여러 방면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보여주면서 인식의 변화도 기대한다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또 현실적으로 서울보다는 경기도 및 지방에 이주민들의 거주가 더 많아 지역에서의 필요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서울이란 특성을 살려 지방의 이주민들이 함께 모여 문화예술 활동으로 마음을 열고 하나 되는 기회를 만들어 보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는 의견을 남겼다.
이번 행사를 공동주최한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조한상
이번 행사를 공동주최한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조한상
이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조한상
이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조한상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활동가인 일본에서 온 미호 씨 ©조한상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활동가인 일본에서 온 미호 씨 ©조한상

역시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활동가로 참여 중인 일본에서 온 미호 씨와도 이야기를 나눠봤다.

미호 씨는 2011년 일본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현재까지 남편과 함께 '파드마'란 록 밴드 연주를 하며 기타와 보컬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이주민예술제를 통해 이주민 뮤직밴드에 가입하면서 처음 활동을 시작해, 지금은 행사 관련 기획 등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문래동에 처음 왔을 때부터 동네 분위기가 흥미로웠던 부분은, 선주민들과 더불어 새롭게 자리 잡아 가는 많은 예술가들 그리고 그로 인해 유입되는 젊은이들이 함께 변해 가는 여러 상점들의 모습이었다. 이런 다양한 변화들이 이주민예술제를 통해 더욱 다채로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나눠주었다.
비영리 이주민 문화예술 단체인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AMC Factory) ©조한상
비영리 이주민 문화예술 단체인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AMC Factory) ©조한상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는 다양한 인종과 나라의 사람이 모여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즐거운 에너지를 만들어 가는 문화예술 단체이다. ©조한상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는 다양한 인종과 나라의 사람이 모여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즐거운 에너지를 만들어 가는 문화예술 단체이다. ©조한상
한국무용을 하는 활동가 권혜인 씨 ©조한상
한국무용을 하는 활동가 권혜인 씨 ©조한상

마지막으로 한국인으로서 종횡무진 활동 중인 권혜인 씨를 만나봤다.

권혜인 씨는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다문화 등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 서울예술인복지재단의 지원을 통해 참여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무용이란 비언어적 예술 장르를 통해 한국무용을 함께 나누고 또 다른 나라의 무용과도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다는 점을 경험할 수 있는 감사한 기회였다고 했다. 더불어 이런 문화예술 관련 행사들을 통해 문래동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주민에 대한 밝고 신선한 인식을 전하면 좋겠다고도 했다. 또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로 활동하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이번 서울이주민예술제 이후에는 오는 11월에 열리는 '나나인권페스티벌'을 준비 중이다. 나나인권페스티벌은 이주민을 넘어 여성, 장애인 등을 포함한 인권을 주제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기대가 된다고 했다.
서울이주민문화예술제의 슬로건 '예술을 원하는 우리' ©조한상
서울이주민문화예술제의 슬로건 '예술을 원하는 우리' ©조한상

을지로, 이태원, 신도림, 홍대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

'예술을 원하는 우리'를 주제로 내건 서울이주민예술제는 9월 24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9월 16일 신도림에서의 개막 행사를 시작으로 을지로, 이태원, 신도림, 홍대 앞 등에서 영화 상영, 토크 프로그램,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24일까지 펼쳐질 예정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뉴스에서는 자주 접했지만 정작 주변에서는 함께 대화하며 어울리지 못했던 이주민들과 서로를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12회 서울이주민예술제

○ 기간 : 2023. 9. 16.~ 24.
○ 프로그램 내용
- 9. 16. 개막식
- 9. 17. 문래 동네 퍼레이드
- 9. 20.~23. 영화 상영
- 9. 22. 토크
- 9. 24. 퍼포먼스 공연
누리집
○ 문의 :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02-3144-2028

시민기자 조한상

미디어아트작업을 해보고 있습니다. 예술을 통해 자유롭고 편안하게 연결되는 사회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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