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지하, 40년 동안 숨겨진 비밀 공간의 문을 열다!

시민기자 조시승

발행일 2023.09.14. 10:21

수정일 2023.09.14. 17:18

조회 3,328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 제2청년활력소 앞에 ‘숨은 공간, 시간 여행 : 지하철역사 시민탐험대’ 안내 배너가 세워져 있다. ©조시승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 제2청년활력소 앞에 ‘숨은 공간, 시간 여행 : 지하철역사 시민탐험대’ 안내 배너가 세워져 있다. ©조시승

"엄마! 텅 빈 지하실이라며 무서운 데 아냐?"
"괜찮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잖아. 또 서치라이트도 비쳐 준다고 하니 엄마 옆에 붙어 있으면 돼!"
초등학생 저학년 딸과 함께 온 엄마와 아이가 프로그램을 기다리며 하는 얘기다. 또 다른 어르신은 ‘숨은 공간, 시간 여행 : 지하철역사 시민탐험대’ 투어가 기대된다며 연신 리플릿을 보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 "왜 이제야 공개하느냐?", "향후 어떻게 개조할 계획이냐?" 스태프에게 질문을 한다.
출발에 앞서 해설사로부터 안전 교육 및 지하 공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시민탐험대원들 ©조시승
출발에 앞서 해설사로부터 안전 교육 및 지하 공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시민탐험대원들 ©조시승

캄캄한 공간 속 안내자가 서치라이트를 켜니 커다란 동굴이 시야에 들어온다. 위아래로는 공사장에서나 볼 듯한 울툴불퉁한 회색 바닥이 있다. 아래는 지하철 달리는 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위로는 황량한 공간이다. 기초 공사 후 마무리를 않고 놔둔 듯하다. 천장과 벽에는 물 홈통, 파이프 같은 부착물이 수미터 간격으로 있다. 이런 상태로 40년간 공개된 적이 없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시에서는 존재를 알았으나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던 미지의 장소였다.
서울광장 13m 아래의 ‘숨은 공간’을 투어하는 시민탐험대원들 ©조시승
서울광장 13m 아래의 ‘숨은 공간’을 투어하는 시민탐험대원들 ©조시승

서울광장 13m 아래의 이 ‘숨은 공간’은 폭 9.5m, 높이 4.5m, 총 길이는 335m로 이뤄져 있다. 면적만 3,182㎡로 1,000평에 가깝다. 지난 1983년 서울교통공사의 전신인 지하철건설본부가 시청역 지하상가와 을지로입구역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부수적인 공간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숨겨져 있던 이 공간이 도시 역사의 산물과 같다고 평가하고, 9월 8일부터 23일까지 한시적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이후 비밀 공간의 활용 용도를 시민 공모를 통해 결정할 방침이다.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시민 아이디어와 제안을 모으는 ‘숨은 공간, 숨 불어넣기: 지하철역사 상상공모전’도 9월 6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진행한다. 응모작 중 당선작 35점을 선정하고 향후 공간 활용 단계에서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지하 공간의 조성에 앞서 환기, 채광, 피난, 소음·진동 등에 대한 시설 및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입지적 중요성과 상징성을 최대화할 계획이다.
시민탐험대원에게 마스크, 장갑, 물, 리플릿이 들어 있는 에코 백을 나누어 주었다. ©조시승
시민탐험대원에게 마스크, 장갑, 물, 리플릿이 들어 있는 에코 백을 나누어 주었다. ©조시승

지하철역사 시민탐험대는 9월 8일부터 23일까지 주 2회(금·토요일), 하루 4회(오전 11시·오후 1시·3시·5시)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을 통해 회차별 총 20명씩(사전 접수 15명, 현장 접수 5명 구성) 누구나 탐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9월 6일 일찍 신청했으나 불과 10분 만에 온라인 예약이 마감되어 현장 접수로 참여했다. 시민청 제2청년활력소에 대기하여 출발 10분 전이 되니 에코 백을 나누어 주었다. 그 안에는 마스크, 장갑, 물, 리플릿이 들어 있었다. 출발 전 오정택 해설사가 오늘 일정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시민탐험대는 지하 2층 태평홀로 이동했다. 1926년 건립된 경성부 시청사의 태평홀을 해체, 신관 지하로 이동하면서 지금의 태평홀 공간이 탄생하게 되었다. 건물을 이동하지 않고 뜬 구조 공법이 적용된 사례다. 그 후 시티스타몰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 요소요소에서 현 위치의 공간적 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 온 아이들도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신기한 듯 눈망울을 집중했다.
을지로입구역 방향에서 해설사로부터 공간 설명을 듣는 시민탐험대원들의 모습 ©조시승
을지로입구역 방향에서 해설사로부터 공간 설명을 듣는 시민탐험대원들의 모습 ©조시승

을지로입구역으로 가는 중간, 시티스타몰과 을지지하상가 교차점, 아워갤러리 등 주요 거점에서 입간판을 세워 ‘숨은 공간’을 설명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곳이 주차난 해소를 위해 1980년대 초 서울 도심 지하 주차장으로도 계획되었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또 지하철 2호선(을지로입구~성수 구간, 1983년) 개통과 함께 지하 공간 변화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미 조성되어 있던 새서울지하상가와 1977년 조성된 을지지하상가를 연결, 전국에서 제일 긴 지하상가가 탄생한 것이다. 이 지하상가 동쪽으로 계속 가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까지 연결된다.
구 장남감도서관(지금은 빈 공간)을 거쳐 ‘숨은 공간’ 입구 문으로 입장하는 시민탐험대원들 ©조시승
구 장남감도서관(지금은 빈 공간)을 거쳐 ‘숨은 공간’ 입구 문으로 입장하는 시민탐험대원들 ©조시승

시티스타몰을 지나 을지로입구역 방향의 계단을 내려가니 구 장남감도서관(지금은 빈 공간)이 나오며 ‘숨은 공간’ 입구 문이 보인다. 본격적인 투어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잠시 ‘숨은 공간’의 탄생 배경에 대한 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지하철 2호선을 개통(을지로입구~성수 구간)하며 1호선과의 환승을 위해 지하 3층 깊이로 선로를 건설하고 이를 당시 새서울지하상가와 연결하기 위해 지하 1층에 지하상가를 조성하게 됐다. 하지만 새서울지하상가와 을지로입구역의 바닥 높이가 달라 계단을 만들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숨은 공간’이 만들어 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숨은 공간 투어 중 먼지와 사고가 일어나는 환경에 대비, 방진마스크와 안전모를 쓰고 발 위로 덧신을 신었다. ©조시승
숨은 공간 투어 중 먼지와 안전에 대비, 방진마스크와 안전모를 쓰고 발 위로 덧신을 신었다. ©조시승

스태프들의 안내로 숨은 공간 투어 중 먼지가 일어나는 환경에 대비, 방진마스크와 안전모를 쓰고 발 위로 덧신을 신었다. 또 아이들은 보호자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가는 것과 이동 중 말을 최대한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출입 금지라고 적힌 노란색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쪽으로 하나 더 닫혀 있는 문이 있다. 이 문을 열고 내려가니 칠흙처럼 어두운 ‘숨은 공간’이 나타났다. 서치라이트가 없다면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공간이다.
지하 공간 투어를 하는 시민탐험대의 모습 ©조시승
지하 공간 투어를 하는 시민탐험대의 모습 ©조시승
동굴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종유석까지 볼 수 있다. ©조시승
동굴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종유석까지 볼 수 있었다. ©조시승

오랜 시간 개방된 적이 없다 보니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중간에 기둥이 설치된 3A 구역은 을지로입구역 방향에 있고 지하철이 서로 엇갈리는 것을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또 3B 구역과 비교해 지상에 많은 도로와 빌딩의 하중을 고려해서 설치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3A 구역을 걷다 보면 전기실과 물 홈통, 콘크리트 구조물도 볼 수 있다.
투어 중간 시민탐험대는 관심이 가는 곳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고 있다. ©조시승
투어 중간 시민탐험대는 관심이 가는 곳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고 있다. ©조시승

조금 더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동굴에서나 있을 법한 종유석까지 볼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서울에 근대 배수로를 만들었는데, 그 하수관이 지하 공간 위로 지나가 영향을 미쳐 물이 떨어지며 종유석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시민탐험대는 종유석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며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았다.
투어가 끝날 즈음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투어의 마지막 코스다. ©조시승
투어가 끝날 즈음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투어의 마지막 코스다. ©조시승

기둥이 있는 3A 공간을 지나니 기둥이 없는 무주 공간 3B 코스로 바뀌었다. 이곳에도 천장과 벽에는 파이프, 트렌치 같은 부착물이 수미터 간격으로 세위져 있다. 투어가 끝날 즈음 계단으로 오르니 스태프들의 안내에 따라 방진마스크와 안전모를 벗고 덧신도 벗어 보관함에 넣었다.
투어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가족 탐험대. 200m 정도 걸으니 ‘아워갤러리’가 보였다. ©조시승
투어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가족 탐험대. 200m 정도 걸으니 ‘아워갤러리’가 보였다. ©조시승

다시 밖으로 나오니 지하철 시청역이다. 200m 정도 걸으니 ‘아워갤러리’가 보였다. ‘아워갤러리’는 과거 국세청별관과 서울시청의 연결 통로가 2019년 별관이 철거되고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설립되면서 갤러리로 재탄생한 곳이다. 이곳에서 투어는 마무리되었다.
1시간 남짓한 투어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도시공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조시승
1시간 남짓한 투어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도시공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조시승

1시간 남짓한 ‘숨은 공간’의 베일을 벗는 투어였다. 이 공간은 동쪽으로는 시청 지하 공간, 시티스타몰과 을지로 지하상가를 통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까지 연결되는 도심부 네트워크의 교차점이 되고 있다. 이렇듯 시민탐험대가 거니는 이 공간은 서울의 1960년대와 2023년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그 시발점에 숨은 공간이 있고, 오늘 시간 여행으로 초대받은 것이다. 짧지만 이 공간이 지니는 향토사적인 의의와 그 과거와 현재를 이어 연결하는 도시 공간 문화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숨은 공간, 시간 여행_시청 앞 서울광장 아래: 지하철역사 시민탐험대

○ 대상지 : 시청역~을지로입구역 사이 지하 2층 미개방 공간
○ 탐험기간 : 2023. 9. 8.~23. 주 2일(금·토요일), 일 4회(11:00, 13:00. 15:00, 17:00)
○ ☞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사전 신청(탐험 당일 현장 접수 병행 가능)
○ 참여인원 : 회당 20인(사전 접수 15명, 현장 접수 5명) 내외,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
○ 안전대책 : 안전요원 2인, 인솔자 1인 동행, 비상상황 발생 시 대응
○ 문의 : 운영사무국 02-322-2018

숨은 공간, 숨 불어넣기_시청 앞 서울광장 아래: 지하철역사 상상공모전

○ 기간 : 9월 6일~10월 10일 18시까지
○ 자격 : 지하철역사 혁신 프로젝트에 관심 갖는 누구나 참여 가능
○ 분야 : 이미지 부문, 영상 부문
○ 시상 : 대상 1점(상금 300만원) 등 총 35점 당선자, 총 2,100만원 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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