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잊은 '밤의 여행 도서관', 풀밭 위에서 떠나는 세계여행

시민기자 이정민

발행일 2023.08.16. 09:30

수정일 2023.08.16. 17:19

조회 5,378

밤의 여행 도서관 아일랜드 편 행사가 열린 서울광장 모습 ⓒ이정민
밤의 여행 도서관 아일랜드 편 행사가 열린 서울광장 모습 ⓒ이정민

"딩동", 금요일 오전 스마트폰 문자 도착 알림 소리가 울린다. 서울도서관에서 보내주는 소식을 확인하고 시간이 되면 한 번씩 ‘책 읽는 서울광장’을 갔었다. 혹서기에 진행되는 7~8월 특별 야간 프로그램이 궁금하던 차에 '밤의 여행 도서관-아일랜드 편' 행사 둘째 날 오후, 서울광장을 다시 찾았다. ☞[관련 기사] 풀밭 위에 누워 세계 속으로! '밤의 여행 도서관' 9일 개장
17시부터 시작된 밤의 여행 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이 많다. ⓒ이정민
17시부터 시작된 밤의 여행 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이 많다. ⓒ이정민

연일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어서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서울 야외 밤 도서관은 원래 예정보다 한 시간 늦춰 17시부터 시작됐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여름 밤 도서관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 모여드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같이 온 엄마, 아빠 그리고 친구, 연인 등 모두가 더위를 잊은 표정이다.
작년 4월 화창한 봄날, 책읽는 서울광장의 풍경 ⓒ이정민
작년 4월 화창한 봄날, 책읽는 서울광장의 풍경 ⓒ이정민
지난 6월에는 책읽는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적은 ‘내 마음 속 한 문장' 책갈피들이 전시되었다. ⓒ이정민
지난 6월에는 책읽는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적은 ‘내 마음 속 한 문장' 책갈피들이 전시되었다. ⓒ이정민

넓은 초록의 잔디가 주는 싱그러움과 그 위에 놓인 푹신하고 알록달록한 빈백들만 봐도 여행지에 온 기분이 들었다. 작년 봄에 왔을 때는 그 자체로 신기하고 신선했다면, 지난 6월에는 조금 더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하게 된 한여름, 서울광장에는 여유와 낭만이 더해진 것 같다.
아일랜드 음악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여유롭게 감상하는 시민들 ⓒ이정민
아일랜드 음악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여유롭게 감상하는 시민들 ⓒ이정민

“앞에서 들으신 것처럼 아일랜드 음악은 짧은 곡들이 반복되다가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데요. 언제 곡이 바뀔까 생각하시면서 감상하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일랜드 편 행사의 첫째 날과 마찬가지로 무대에 오른 아일랜드 밴드 쿄올토리 크랙(Ceoltoiri Craic)의 연주가 광장에 흐른다. 다소 생소할 것 같았던 아일랜드 음악에 대한 설명이 더해져 두 귀를 쫑긋 기울였다.
구슬 장식처럼 귀여운 조명을 밝힌 텐트와 캠핑의자가 잘 갖춰져 있는 서울광장 ⓒ이정민
구슬 장식처럼 귀여운 조명을 밝힌 텐트와 캠핑의자가 잘 갖춰져 있는 서울광장 ⓒ이정민

당연히 무대와 가까울수록 집중할 수 있는 구조이긴 하지만, 멀리 자리 잡은 시민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자유롭게 책을 보며 은은하게 들려오는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잔디 위 빈백에 몸을 기대고 여유롭게 독서하는 모습 외에도 구슬 장식처럼 귀여운 조명을 밝힌 텐트와 캠핑의자에 앉은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캠핑장이다. 
잔디를 가로질러 설치된 ‘LED 빛 서가’ 덕분에 책을 고르는데 어려움이 없다. ⓒ이정민
잔디를 가로질러 설치된 ‘LED 빛 서가’ 덕분에 책을 고르는데 어려움이 없다. ⓒ이정민
밤의 여행 도서관의 상징과도 같은 ‘풍선 조명’이 서울광장을 환하게 밝힌다. ⓒ이정민
밤의 여행 도서관의 상징과도 같은 ‘풍선 조명’이 서울광장을 환하게 밝힌다. ⓒ이정민

혹시 야간 행사라 책 읽기나 다른 활동 등이 걱정된다면, 잔디를 가로질러 설치된 ‘LED 빛 서가’와 ‘풍선 조명’ 덕분에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장소로 적극 추천한다. 무료 대여 품목을 살펴보니 매트와 양산, 독서 랜턴에 모기장까지 갖추고 있어 이보다 더 든든한 여름 휴가지가 있을까 싶다. 
무료 대여 품목 중 하나인 독서 랜턴 불빛이 여름밤의 운치를 더한다. ⓒ이정민
무료 대여 품목 중 하나인 독서 랜턴 불빛이 여름밤의 운치를 더한다. ⓒ이정민
페이스페인팅과 아일랜드 관련 북 큐레이션, 아일랜드 팝을 들을 수 있는 청음존이 있는 부스 ⓒ이정민
페이스페인팅과 아일랜드 관련 북 큐레이션, 아일랜드 팝을 들을 수 있는 청음존이 있는 부스 ⓒ이정민

8월 4일부터 3일간 상시 운영된 부스에선 여행 느낌 가득한 페이스페인팅과 아일랜드 관련 북 큐레이션, 아일랜드 팝을 들을 수 있는 '청음존'도 마련되어 있다.

“어, 웨스트라이프? 나 학교 다닐 때 이 음악 많이 들었는데.”, “엄마, 나도 들어볼래.” 학창 시절 즐겨 듣던 그룹의 음반을 접한 반가움에 같이 온 아이보다 더 들뜬 엄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이든 음악이든 스마트폰 하나면 쉽게 해결되는 요즘, 우연히 만난 예전 음반과 플레이어, 헤드폰과 함께 지난 기억을 떠올린다.
아름다운 연주를 선보인 줄리 하프 코리아 앙상블의 무대 ⓒ이정민
아름다운 연주를 선보인 줄리 하프 코리아 앙상블의 무대 ⓒ이정민

"저희가 연주할 악기인 하프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악기입니다.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아일랜드 산 맥주에도 하프가 그려져 있을 정도니까요." 이날 두 번째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오른 줄리 하프 코리아 앙상블의 최영준 지휘자의 말이다. 아름다운 선율로 대표되는 하프를 가까이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시간이 되었다.
시민들을 위해 직접 하프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도 운영했다. ⓒ이정민
시민들을 위해 직접 하프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도 운영했다. ⓒ이정민

하프 독주 후에 이어지는 합주곡, 아일랜드 민요 <대니 보이(Denny Boy)>를 들으며 하프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부스 앞으로 갔다. 이미 공연 전부터 ‘2023 학교로 찾아가는 예술 무대’라고 적힌 배너가 세워진 부스에는 하프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무대 앞 가까이에서 하프 독주를 바라보는 시민들 ⓒ이정민
무대 앞 가까이에서 하프 독주를 바라보는 시민들 ⓒ이정민

이번 ‘밤의 여행 도서관’에서 책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 8개 나라는 시민 대상 사전 설문조사와 대륙별 안배, 콘텐츠 등을 고려하여 선정한 것이다. 지난 7월 초, 중반에 비로 인해 취소되었던 일정은 9월 진행 예정이며, 7월 마지막 주 대한민국 편부터 시민들의 큰 호응 속에 진행 중이다.
포토존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띈다. ⓒ이정민
포토존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띈다. ⓒ이정민
‘밤의 여행 도서관’이 열리는 서울광장에서 멋진 여름날의 추억을 남겨보자. ⓒ이정민
‘밤의 여행 도서관’이 열리는 서울광장에서 멋진 여름날의 추억을 남겨보자. ⓒ이정민

무엇보다 ‘밤의 여행 도서관’이라는 타이틀에 맞춰 각 나라마다 대표적인 문화 예술 프로그램과 문학을 주제로 여행 콘셉트에 맞게 구성한 점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 8월 27일까지 매주 금요일부터 3일간 서울광장에서 계속될 이집트, UAE, 프랑스 등 나라별 책과 문화 예술로의 여행으로 더위도 잊고, 낭만적인 여름날의 추억을 남겨보자.

밤의 여행도서관

○ 위치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10 서울광장
○ 기간 : 7~9월 매주 금·토·일요일
○ 시간 : 16:00~21:00
○ 나라별 일정 : 이집트(8.11.~13.), UAE(8.18.~20.), 프랑스(8.25.~27.), 스페인·영국·브라질(9월 중)
책읽는 서울광장 누리집
○ 문의 : 서울도서관 02-481-2489

시민기자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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