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아일랜드 여행! '밤의 여행 도서관'으로 다녀왔어요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3.08.08. 14:51

수정일 2023.11.08. 16:46

조회 2,240

[#방콕대신서울콕] 한여름 밤, 서울광장에서 떠나는 꿈같은 여행 속으로~
우와 여름이다~#방콕대신서울콕!
한 어린이가 간편하게 익히고 연주할 수 있는 줄리 하프를 배우고 있다. ⓒ이선미
한 어린이가 간편하게 익히고 연주할 수 있는 줄리 하프를 배우고 있다. ⓒ이선미

폭염이 지속되던 주말 오후, 시청 광장도 열기가 가득했다. 해가 서쪽으로 저무는 중이었지만 광장의 빈백은 거의 비어 있었다. 그래도 이미 그림자가 드리운 곳에 몇 개의 부스가 있었다. 8월 4일~6일 ‘밤의 여행도서관-아일랜드’가 시작되었다. 한 부스에 조금 낯선 악기가 보였다. 하프를 더 잘 알리고 싶어서 우리 식으로 개량한 ‘줄리 하프’라고 했다. 15현 미니 하프가 마치 기타 같았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하프를 어깨에 걸치고 배워보았다. 손가락을 둥글게 모았다가 현을 누른 상태에서 튕기고 곧바로 음을 닫는 기본 자세를 반복하다 보니 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비록 페달이 있는 일반적인 하프는 아니지만 그나마 하프의 현을 만져본 것도 처음이었다. 사실 작고 쉬워 보여서 배워볼 수 있었다. 아마도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어린이나 성인들도 선뜻 다가가 물어보고 하프를 만져보았다.
작은 하프는 그만큼 거리감이 없어서 누구나 관심을 갖고 다가갔다. ⓒ이선미
작은 하프는 그만큼 거리감이 없어서 누구나 관심을 갖고 다가갔다. ⓒ이선미

하프는 아일랜드의 영혼이 담긴 악기라고 일컬어진다. 천 년 넘게 아일랜드 사람들의 통과의례에도 함께해 온 하프 연주는 유네스코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하프의 현이 내는 소리를 듣다 보니 멀고 먼 아일랜드가 조금 가까이 느껴졌다.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컨선월드와이드에 대한 소개 부스도 있었다. ⓒ이선미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컨선월드와이드에 대한 소개 부스도 있었다. ⓒ이선미

컨선월드와이드 부스에서는 어린이들이 시원한 부채에 예쁘게 색을 칠하고 있었다. 1968년 나이지리아 기근에 도움이 되기 위해 아일랜드 사람들이 모금을 하면서 시작된 이 단체는 지금은 세계 곳곳의 긴급 구호와 특히 깨끗한 물 공급 등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국제 인도주의 기구라고 한다. 2015년에 우리나라에도 설립됐다는데 사실 처음 들어보았다.
엄마와 딸이 전 세계 가난한 나라에 대한 긴급 구호 활동을 하는 단체에게 응원 메시지를 쓰고 있다. ⓒ이선미
엄마와 딸이 전 세계 가난한 나라에 대한 긴급 구호 활동을 하는 단체에게 응원 메시지를 쓰고 있다. ⓒ이선미

바로 옆에서는 페이스페인팅을 해주었다. 여행 느낌이 물씬 나는 페인팅에 아이들이 즐거워했다. 아일랜드 출신 작가들의 책과 아일랜드 관련 도서가 펼쳐진 북큐레이팅 부스와 코어스와 웨스트라이프, U2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청음존도 있었다.
예이츠와 사무엘 베케트 등 아일랜드 작가들의 책이 자리한 북큐레이팅 부스 ⓒ이선미
예이츠와 사무엘 베케트 등 아일랜드 작가들의 책이 자리한 북큐레이팅 부스 ⓒ이선미
시민들이 청음존에서 아일랜드 음악가들의 노래를 듣고 있다. ⓒ이선미
시민들이 청음존에서 아일랜드 음악가들의 노래를 듣고 있다. ⓒ이선미

서울도서관 앞에는 아일랜드 트리니티대학 도서관의 롱룸이 포토존처럼 설치돼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고 평가되는 <켈스의 서>가 보존되고 있어서 이 책을 보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줄을 잇는 곳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트리니티대학 도서관 롱룸이 포토존처럼 설치됐다. ⓒ이선미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트리니티대학 도서관 롱룸이 포토존처럼 설치됐다. ⓒ이선미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시민들이 찾아들었다. 저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읽거나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광장에서는 해치가 시민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해치는 여전히 인기가 많았는데 아이들이 해치를 보고 다가가는 모습이 참 예뻤다. 간절한 눈빛과 손짓을 하면서도 선뜻 다가서지 못하다가 마침내 손을 내밀고 사진도 찍었다. 
해치는 여전히 인기만점이었다. ⓒ이선미
해치는 여전히 인기만점이었다. ⓒ이선미

빈백에 앉아 바구니에 담긴 책들을 꺼내보았다. 윌리엄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도 있었다. 오후 6시, 성공회 대성당에서 종이 울렸다. 간간이 바람이 스쳤다. 매미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잠자리가 날아다녔다. 
그늘이 점점 드리워지고 광장의 빈백에도 시민들이 자리했다. ⓒ이선미
그늘이 점점 드리워지고 광장의 빈백에도 시민들이 자리했다. ⓒ이선미
광장에는 곳곳에 책바구니가 놓여 있다. ⓒ이선미
광장에는 곳곳에 책바구니가 놓여 있다. ⓒ이선미

공연이 시작됐다. ‘쿄올토리 크랙(ceoltoiri craic)'이 아일랜드 음악을 들려주었다. 발음도 어려운 쿄올토리는 ‘음악가’를 뜻하는 아일랜드 게일어라고 한다. 이름부터 아일랜드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긴 팀이었다. 이날 연주의 주제는 ‘아일랜드 음악여행-남쪽에서 북쪽까지’였는데, 알고 보니 이 팀은 ‘밤의 여행도서관-아일랜드’가 계속된 사흘 동안 ‘화합의 아이리시 음악’과 ‘아이리시 음악의 세 가지 빛깔’이라는 주제로 줄곧 공연을 한다고 했다. 연주와 노래와 춤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보여주며 사이사이에 아일랜드 음악에 대한 소개도 곁들여져서 조금씩 친숙한 느낌이 되어갔다.
아일랜드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름에서부터 담긴 쿄올토리 크랙이 아이리시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선미
아일랜드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름에서부터 담긴 쿄올토리 크랙이 아이리시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선미
간간이 아일랜드 음악에 대한 소개까지 이어져서 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이선미
간간이 아일랜드 음악에 대한 소개까지 이어져서 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이선미

열광적인 음악은 아니었지만 실은 그래서 더 좋았다. 뜨거운 하루가 저물어가는 광장에서 아일랜드의 서정적인 음악이 바람처럼 마음을 스쳐주었다. 열기가 살짝 씻기는 느낌이기도 했다.
한 외국인이 쿄올토리 크랙의 공연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다. ⓒ이선미
한 외국인이 쿄올토리 크랙의 공연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다. ⓒ이선미

하프 연주도 이어졌다. 미니하프 연주를 알려주던 하프앙상블 멤버들이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고 무대에 올랐다. 우리도 잘 아는 대니보이가 광장에 울려퍼졌다.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악기 하프로 아일랜드 음악을 연주해준 ‘하프앙상블’ ⓒ이선미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악기 하프로 아일랜드 음악을 연주해준 ‘하프앙상블’ ⓒ이선미

사실 ‘밤의 여행도서관’에 가면서도 이렇게 뜨거운 날 광장에서 책을 읽을 수가 있기는 할까 의구심 반이었다. 하지만 해가 지면서 바람도 살랑 불어오고 감미로운 음악도 함께해 뜨거워진 몸과 마음이 조금씩 이완되었다. 시민들도 따로 또 같이 각각의 방법으로 ‘야외도서관’을 즐기고 있었다. 편안하게 빈백에 누워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수다를 떨며 여름밤을 보냈다. 
서울광장이 커다란 야외도서관이 되었다. ⓒ이선미
서울광장이 커다란 야외도서관이 되었다. ⓒ이선미

‘밤의 여행도서관-아일랜드’는 단출하고 소박했지만 아일랜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꾸며준 다정한 시간이었다. 한여름 밤 서울광장의 야외도서관은 충분히 괜찮았다. '밤의 여행도서관'은 8월 한 달 동안 이집트와 UAE, 프랑스편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관련 기사] 풀밭 위에 누워 세계 속으로! '밤의 여행 도서관' 9일 개장

밤의 여행 도서관

○ 위치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10 서울광장
○ 기간 : 7·8·9월 금, 토, 일 16:00~21:00
누리집
○ 문의 : 070-7771-1909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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