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탱크에 문화를 가득 채우고~ '문화비축기지' 해설 투어

시민기자 노인숙

발행일 2023.05.24. 09:16

수정일 2023.05.24. 17:52

조회 1,097

석유에서 문화로, 문화비축기지 커뮤니티센터 ⓒ노인숙
석유에서 문화로, 문화비축기지 커뮤니티센터 ⓒ노인숙

마포구 상암동의 월드컵경기장 건너편 매봉산 기슭에는 1970년대, 유사시에 서울 시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비축했던 석유비축기지가 있었다. 석유를 비축했던 기지는 이후 서울 시민들에게 석유가 아닌 문화적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비축하는 '문화비축기지'로 변모하였다.

문화비축기지에서는 '2023 문화비축기지 해설사와 함께 하는 시민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1970년대의 석유비축기지가 어떻게 변신하여 시민들의 문화 생활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여러 가지 시설과 프로그램을 통하여 문화적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왔다.
문화비축기지 초입에 있는 김신일 작가의 <우리의 빛> ⓒ노인숙
문화비축기지 초입에 있는 김신일 작가의 <우리의 빛> ⓒ노인숙

'2023 문화비축기지 해설사와 함께 하는 시민투어'화·목·토요일에 1일 2회 운영하며(1회차 14:00~15:00, 2회차 16:00~17:00) 1회에 30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누리집을 통해서 신청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무료이다.

문화비축기지에서는 오디오 가이드 투어도 가능하다. 매주 화요일에서 토요일 10:00~17:00까지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오디어 가이드를 대여할 수 있다. 어린이와 함께 방문하여 스스로 탱크를 탐험하고 퀴즈를 풀어 보는 '탱크야 놀자!' 프로그램, 매주 토요일에 T6 에코라운지에서 운영되는 독서클럽, 온라인 프로그램 '생태친환경 건축가' 등도 준비되어 있다. 자료는 안내동에서 무료로 배부한다.
2023 문화비축기지 해설사와 함께 하는 시민투어 예약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2023 문화비축기지 해설사와 함께 하는 시민투어 예약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4월 29일 토요일 1회차(14시~15:00)를 예약하고 참여하기 위해 30분 전에 문화비축기지에 도착하여 주변 풍경을 둘러보았다. 투어 시간이 가까워오자 해설사가 나와 시민투어 신청자들의 인원 파악을 했다. 이곳 문화비축기지가 탄생하게 된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투어가 시작되었다.

1973년 전 세계 석유파동 이후, 1978년과 1979년 유사시에 서울 시민들의 에너지로 사용할 석유를 이곳에 보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총 5개의 석유탱크에 약 6,907만 리터의 석유를 보관했다. 그러나 2002년에 월드컵이 개최되고 건너편에 월드컵경기장이 자리하면서 안전 문제로 석유비축기지로서의 기능은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에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서 2017년 9월 문화공원으로 재탄생했다.
문화비축기지 안내 현수막 ⓒ노인숙
문화비축기지 안내 현수막 ⓒ노인숙

넓은 마당을 따라 먼저 소화액 저장실이 있었던 설비동으로 향했다. 마당 바닥의 콘크리트 색깔이 두 가지였는데,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 당시의 콘크리트 도로 일부를 그대로 활용했고, 다른 색깔은 새로 포장한 곳이라고 했다.

설비동은 거대한 소화액 저장고였다. 유류를 저장했던 시설이어서 화재 예방이 최우선이었던 것 같았다. 다섯 개의 탱크 중에서 맨 먼저 T5 쪽으로 올라갔다. TANK5는 등유를 보관했었는데, 지금은 1층은 360도 영상미디어관, 2층은 각종 전시를 하는 기획전시관으로 활용된다. 당분간 내부 수리 중이어서 겉에서만 보아야 했다.
커다란 소화액 저장고가 있었던 설비동 ⓒ노인숙
커다란 소화액 저장고가 있었던 설비동 ⓒ노인숙
등유를 보관했던 T5. 지금은 이야기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노인숙
등유를 보관했던 T5. 지금은 이야기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노인숙

두 번째로 향한 곳은 T4였다. 이곳은 등유를 보관했던 탱크 내부를 그대로 살려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 거대한 철제 외벽과 기둥, 공간의 울림 등이 있어서 다양한 공연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돌계단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탱크원형이 보존되고 있는 T3이 있었다. 경유를 보관했던 곳으로, 석유비축 당시의 탱크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등유를 보관했던 T4.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노인숙
등유를 보관했던 T4.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노인숙
복합문화공간 T4 내부 ⓒ노인숙
복합문화공간 T4 내부 ⓒ노인숙
탱크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T3.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노인숙
탱크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T3.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노인숙

다음으로 간 곳은 T2 공연장이었다. 경유를 보관했던 탱크로, 상부는 야외무대로 사용하고 하부는 공연장으로 음악, 무용, 강연회 등 다양한 행사를 한다고 했다.

야외공연장의 외부는 칡넝쿨로 우거진 벽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유명한 가수들도 자연이 만들어준 음향 시스템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공연장으로 들어갈 때 외부 콘크리트 밑이 잘려나간 것 같은 부분이 있었는데 콘크리트 양생 당시에 그 부분에 큰 바위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이 되었다고 했다.
T2 공연장으로 올라가는 시민투어 일행 ⓒ노인숙
T2 공연장으로 올라가는 시민투어 일행 ⓒ노인숙
T2 야외공연장의 모습. 객석 뒤쪽이 자연 그대로의 음향 장치였다. ⓒ노인숙
T2 야외공연장의 모습. 객석 뒤쪽이 자연 그대로의 음향 장치였다. ⓒ노인숙
T2 외부의 콘크리트벽이 당시 있었던 바위로 인해 잘려 있는 모습 ⓒ노인숙
T2 외부의 콘크리트벽이 당시 있었던 바위로 인해 잘려 있는 모습 ⓒ노인숙

다섯 개의 탱크 중에서 가장 위험했던 탱크는 T1이었다고 한다. 그곳에 휘발유를 보관했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휘발유의 특성으로 인해 당시에 근무했던 분들이 이 탱크에 들어올 때는 매우 긴장했었다고 한다.

'실측을 하러 갈 때, 안전 담당자로서 수십 배의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1번 탱크에 갈 때는 몇 십 년 동안 일을 한 저도 겁이 나요.' 라는 당시 근무했던 분의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었다.

지금은 탱크를 해체하고 유리로 벽체와 지붕을 얹은 파빌리온이 되어 있다. 이곳에서도 전시와 공연 워크숍 촬영 등을 진행한다고 했다.
T1 파빌리온으로 향하고 있다. ⓒ노인숙
T1 파빌리온으로 향하고 있다. ⓒ노인숙
T1 파빌리온의 내부 모습 ⓒ노인숙
T1 파빌리온의 내부 모습 ⓒ노인숙

마지막으로 가장 웅장하고 멋진 탱크가 있었는데, T6 커뮤니티 센터였다. 이 탱크는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T1과 T2를 해체한 철판을 활용하여 새롭게 건축한 탱크라고 한다.

해설사에 의하면 애초에 건축설계를 맡았던 분의 의도는 T1과 T2 탱크 외벽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 놓는 것이었는데, 용접 작업을 하던 인부들이 실제 작업과정에서 주문대로 작업을 하지 않아서 애초의 모습 대신 뒤죽박죽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않은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창의적인 디자인이 되어서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한다.

이곳에는 카페테리아, 원형회의실, 생태랩, 작은 생태도서관 등이 있어서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T6의 옥상마루에서 동그란 하늘을 가슴에 담아 오는 일은 꼭 하라고 안내해 주었다.
새로 건설된 T6은 또 하나의 문화 공간이 되고 있었다. ⓒ노인숙
새로 건설된 T6은 또 하나의 문화 공간이 되고 있었다. ⓒ노인숙
T6의 에코라운지. 시민들이 휴식도 하고 독서도 하고 있었다. ⓒ노인숙
T6의 에코라운지. 시민들이 휴식도 하고 독서도 하고 있었다. ⓒ노인숙
T6 옥상마루에서 만난 동그란 하늘 ⓒ노인숙
T6 옥상마루에서 만난 동그란 하늘 ⓒ노인숙

T6 커뮤니티 센터의 탄생과 역할에 대한 설명을 마지막으로 '2023 문화비축기지 해설사와 함께 하는 시민투어'는 마무리되었다. 상암동 매봉산의 초록빛 기운을 받으면서, 석유가 문화로 변한 놀라운 모습을 접하는 기회가 되었다. 

투어는 끝났지만 투어에 참가했던 시민들 모두 발길을 돌리지 않고 삼삼오오 관심 있는 장소로 발길을 옮기는 모습이었다. 앞으로 자주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마다 생활에 활력을 주는 문화적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을 것 같다.

2023 문화비축기지 해설사와 함께하는 시민투어

○ 장소 : 서울시 마포구 증산로 87 문화비축기지
○ 교통 :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2·3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 일시 : 매주 화·목· 토요일 14:00~15:00 / 16:00~17:00
 ※ 6-8월(혹서기) 10:00~11:00 / 16:00~17:00
○ 신청 : 서울 공공서비스 예약 누리집 ☞바로가기
문화비축기지 블로그
○ 문의 : 02-376-9340, 8737

시민기자 노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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