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는 마음으로 생일마다 자선 콘서트 열어요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3.06.01. 10:21

수정일 2023.06.01. 18:52

조회 642

[우리동네 시민영웅] 노래로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싱어송라이터 고효경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해마다 11월 11일에는 서점의 날을 기념하여 '사울서점주간'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2021년 11월, 가끔 들르곤 하는 동네 책방 '서울의시간을그리다'에서 '서울서점주간' 기념 북 콘서트가 열렸다. 코로나19 상황이어서 제한된 인원만 모였는데 그 자리에 동네 주민으로 참석한 적이 있다.

이 날 북 콘서트를 연 주인공은 두 사람이었다. 라이프코치 원현정 작가싱어송라이터 고효경 가수의 협업 공연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원현정 작가가 쓴 책 <나이답게가 아니라 나답게>에서 발췌한 문장을 읽어주면서 객석에 있는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가 있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싱어송라이터 고효경 가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노래를 불렀다. 이후 두 사람은 조용하고 묵직한 존재감을 남기며 기억 속에 각인되었다.
가수 고효경은 해마다 5월 8일 자신의 생일에 자선 토크 콘서트를 연다. ⓒ윤혜숙
가수 고효경은 해마다 5월 8일 자신의 생일에 자선 토크 콘서트를 연다. ⓒ윤혜숙

고효경 가수는 자선 토크 콘서트를 열고 참석한 사람들로부터 자발적으로 모금한 돈을 애서원에 전달한다고 하니 뜻깊은 행사였다. 애서원은 미혼모와 미혼 양육모를 위한 시설이다. 미혼모들의 안전한 분만과 미혼 양육모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사회 재적응과 자립 준비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 및 실천하는 곳이다.

선행에 동참하고자 5월 8일 저녁 7시 노들역 인근에 있는 '허스토리 스튜디오'로 향했다. 평일 그것도 어버이날 저녁인 데다 무료로 여는 토크 콘서트였다. 5월 8일은 고효경 가수의 생일이기도 하다. 10년 전이었던 2013년부터 자신의 생일에 자선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모일 수 없었을 때도 방역을 준수해 가면서 콘서트를 열었다고 한다.
자선 음악회 수익금으로 필리핀 두마게티에 펌프와 쌀을 지원했다. ⓒ고효경
자선 음악회 수익금으로 필리핀 두마게티에 펌프와 쌀을 지원했다. ⓒ고효경

그에게 기억나는 자선 콘서트에 대해 물었다. 2021년 여름에 열었던 온·오프라인 콘서트를 꼽았다. 고효경 가수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소소한 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필리핀 두마게티에 펌프 지원을 목표로 하는 음악회였다. 당시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염려가 되기도 했지만, 미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고효경과 그의 팬클럽 달빛사람들이 동참하여 100만 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았다. 애초에 목표했던 필리핀 펌프 지원은 물론이고, 쌀도 지원할 수 있었다.
고효경 가수가 묻고 원현정 작가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자선 토크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윤혜숙
고효경 가수가 묻고 원현정 작가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자선 토크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윤혜숙

고효경 가수의 선배인 박종필 가수가 첫 무대를 열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모든 것들이 소중한 순간이길 바랍니다”라면서 ‘지금 이 순간’을 불렀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나오는 대표 곡이다. 그의 열창에 객석에 있는 관객들이 모두 큰 박수를 보냈다.
싱어송라이터 고효경 가수는 자신이 만든 곡을 디지털 피아노 반주를 곁들여 열창했다. ⓒ윤혜숙
싱어송라이터 고효경 가수는 자신이 만든 곡을 디지털 피아노 반주를 곁들여 열창했다. ⓒ윤혜숙

오늘의 자선 토크 콘서트는 오디오북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요일별 소주제에 대해 두 사람이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대화를 나눈 뒤 고효경 가수가 직접 디지털 피아노를 반주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월요일, 벌써 마흔입니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마흔은 불혹이라고 했는데, 가장 유혹에 흔들리는 나이가 아닐까라는 화두를 던진다.

고효경 “사람들에게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20년 동안 노래를 만들고 불렀어요. 그러면서 견뎌냈어요. 그러다 보니 마흔이 되었어요.”
원현정 “인생은 원래 버티는 거예요. 애 키우고 살림하고 일하느라 40대까지 아등바등하면서 살았어요. 60이 되니 참으로 편합니다. 이제야 나 아닌 누군가를 도와주고 응원해 주는 삶을 살 수 있어요.”

두 사람이 차분하게 주고받는 대화 내용에 객석에 앉은 사람들도 점점 감정이입이 되고 있다. 그렇다. 누구든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마흔이고 예순이다. 그 나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 고효경 가수는 30대였던 10여 년 전의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어느 날 갑자기 제 몸에 마비가 왔어요. 병명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거의 1년간 병상에 누워서 지냈어요. 당시 자원봉사활동하던 장아람(장애인 아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장애인 아동들이 생각났어요. 저도 이러다 장애인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 이후 그는 기적적으로 완치해 퇴원했다.

그때부터 그는 남은 인생을 덤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장애가 생기거나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보시다시피 멀쩡해요. 다시 태어난 기분입니다. 그러니 하루하루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요"라며 "그래서 제 생일날을 맞아 자선 콘서트를 열고 참석자들이 기꺼이 낸 돈을 모금해서 취약계층을 위해 전달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함에 기부하고 있다. ⓒ윤혜숙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함에 기부하고 있다. ⓒ윤혜숙

그는 “제가 자선 콘서트를 열면서 참석자들이 기부한 돈이 엄청 큰 액수는 아니지만 적은 돈이라도 우리 사회를 위한 뜻깊은 일에 쓸 수 있어 좋습니다"라며 "자선 콘서트에 참석해 공연도 즐기고 돈도 기부하신 많은 분이 계셔서 저도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참석한 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고효경 가수가 1시간의 공연을 위해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제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대본도 구성하고 노래도 선곡해야 한다. 그에게 자선 콘서트를 열면서 힘든 점을 물었다.

“자선 콘서트라서 참석하겠다고 한 분들이 불참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정작 참석하고 싶었던 분들이 제 공연에 오시지 못하잖아요. 앞으론 입장료를 받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요. 그러면 노쇼(No show)가 줄어들지 않을까요? 물론 그 입장료 전액은 기부할 겁니다.”
고효경 가수는 해마다 자신의 생일날에 자선 콘서트를 열고 수익금을 기부하고 있다. ⓒ윤혜숙
고효경 가수는 해마다 자신의 생일날에 자선 콘서트를 열고 수익금을 기부하고 있다. ⓒ윤혜숙

“저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아티스트입니다. 대다수의 아티스트가 그러하듯 저 또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고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지 않아서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저와 같은 아티스트가 잘할 수 있는 게 공연입니다. 저는 공연을 통해 미약하나마 우리 사회에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의 실상을 알리고 또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을 보듬어 나가는 공연을 하고 있어요.

그 공연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했다. “제가 노래를 부르는 한 오늘과 같은 자선 콘서트를 열고, 거기서 마련된 모금액을 기부할 계획입니다”라고 당차게 포부를 밝힌다.
고효경 가수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누고 있다. ⓒ윤혜숙
고효경 가수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누고 있다. ⓒ윤혜숙

우리는 누구든 각자 가진 재능이 있기 마련이다. 그 재능을 발휘해 각자 전문 분야에서 일하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또 각자의 생활을 꾸려 나간다. 고효경 가수는 자신의 재능을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도 기꺼이 나누고 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고효경 가수의 자선 콘서트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고효경 가수의 공연을 두 번 관람했다. 그가 만들고 부른 노래 '그대는 위로'의 노랫말처럼 그의 콘서트는 관객들에게 진솔하게 다가온다. 누구든 과거에 주저앉고 싶을 만큼 힘들어 했던 그런 시기가 있었고 또 미래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힘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건네는 콘서트였다.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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