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탈북 청소년의 선생님이자 인생 어른을 만나다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3.03.29. 15:20

수정일 2023.05.15. 20:00

조회 2,394

[우리동네 시민영웅] 학교 밖 선생님이자 상담자, 광진교육운동네트워크 조웅 대표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서 수많은 영상과 자료를 찾아도 
모순을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답답한 제 마음을 풀어준 건 '꿈드림 인문학수업'입니다.
저의 인생 강의입니다.
- 인문학수업을 들었던 학교 밖 청소년이 쓴 글 중에서 -

10대 청소년들이 부모님께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거리가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래 친구들도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다면 자칫 심각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럴 때면 머리에 떠오르는 어른이 있고, 그를 찾아가서 상의할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 주변에 그런 어른이 있다. 그를 알고 있는 청소년들은 이구동성 “우리 동네 믿을 수 있는 어른”이라고 말한다. 청소년에게 해결사와도 같은 어른, 조웅 대표를 소개한다.
조웅 대표가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수업하고 있다. ©조웅
조웅 대표가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수업하고 있다. ©조웅
학교 밖 청소년이 쓴 글 ©조웅
학교 밖 청소년이 쓴 글 ©조웅

조웅 대표와의 인연은 지난 2018년 연말 광진구 청소년센터 꿈드림을 방문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인문학 동아리 ‘끄적끄적’의 출판 기념회 자리에서 강사였던 조웅 대표를 만났다. 조웅 대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1년간 인문학 수업을 했고, 청소년들이 수업 시간에 쓴 글을 모아서 책으로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청소년들이 쓴 글은 다양한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사정상 학교를 그만두었지만, 10대 청소년이 느끼는 친구 관계, 학업, 다가올 미래 등을 고민하고 있었다. 자신의 글이 담긴 책을 출간하는 행사에 인문학 수업을 수강했던 학교 밖 청소년들 모두가 참석했다. 청소년들 모두 책에 있는 자신의 글을 확인하면서 환한 표정으로 그 자리를 자축하고 있었다.
조웅 대표의 인문학 수업을 수강했던 학교 밖 청소년들이 쓴 글을 모아서 책을 펴냈다. ©윤혜숙
조웅 대표의 인문학 수업을 수강했던 학교 밖 청소년들이 쓴 글을 모아서 책을 펴냈다. ©윤혜숙

조웅 대표는 논술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학원에 다니던 학생 한 명이 “친구가 학교에 다니지 않아서 낮에 갈 곳이 없는데 학원에 와 있어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조웅 대표는 “낮에는 학원이 비니까 학원에 와 있어도 괜찮다”고 했다. 처음엔 청소년 한두 명이었는데 나중엔 소문이 나서 10여 명의 청소년이 학원을 드나들게 되었다. 학원에 앉아 있는 청소년들에게 공부도 가르쳐주고 이야기도 해주고 밥도 먹이곤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웅 대표 혼자서 여러 청소년을 맡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인근 청소년상담센터에 연락해 학교 밖 청소년들을 모아서 강의도 하고 상담도 해주게 됐다.

2015년에 학교 밖 청소년을 학원에 오게 해서 검정고시 공부를 가르쳤던 적이 있다. 그 청소년은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전문대에 입학하게 됐다. 이 일이 주변에 알려지자 여러 청소년이 그를 찾아왔다. 조웅 대표는 이왕 청소년을 지도하려면 전문성이 필요하리란 생각에, 이듬해 온라인으로 심리상담사를 공부해서 자격증을 취득했다.
조웅 대표는 낮 동안 학원에 온 학교 밖 청소년들을 모아서 공부를 가르쳤다. ©조웅
조웅 대표는 낮 동안 학원에 온 학교 밖 청소년들을 모아서 공부를 가르쳤다. ©조웅

그러다가 광진정보도서관에서 탈북 청소년들의 인문학 수업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게 2년 전의 일이다. 조웅 대표도 부모님이 황해도 출신인 실향민 2세라서 탈북 청소년들을 보자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탈북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탈북 청소년은 대부분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외로움을 많이 타고, 그래서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 몇몇은 일대일 상담도 하고, 그 자신도 실향민 출신으로서 살아왔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줬다. 그 청소년은 인문학 수업이 끝난 뒤에도 조웅 대표를 잊지 않고 종종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자신의 근황을 알려주고 있다. 몸이 불편한 그 청소년은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렸다.
조웅 대표는 학교 밖 청소년이나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 및 상담을 진행한다. ©윤혜숙
조웅 대표는 학교 밖 청소년이나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 및 상담을 진행한다. ©윤혜숙

조웅 대표가 거주하는 지역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다. 과거에 길을 가다가 외국어가 들리면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두리번거리곤 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어눌한 우리말에 섞여 간간이 나오는 중국어에 왠지 모를 다급함이 느껴져 가까이 가봤다. 택시기사가 택시비를 받지 못했다면서 외국인 학생의 트렁크를 내주지 않고 있었다. 택시비를 내야 하는 학생은 지인들에게 여기저기 전화를 했지만, 마땅히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 보였다. 조웅 대표는 택시기사에게 학생의 택시비를 건네주고 트렁크를 받아들었다. 꼭 답례하겠다며 조웅 대표에게 연락처를 묻는 학생에게 “택시비를 되돌려주지 않아도 괜찮아요"라며 "대신 고국을 떠나 멀리 한국에 온 만큼 한국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많은 것을 배우세요”라고 말했다.
조웅 대표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믿을 수 있는 어른이자 선생님, 상담자이다. ©윤혜숙
조웅 대표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믿을 수 있는 어른이자 선생님, 상담자이다. ©윤혜숙

“첫째 아이가 지금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어요. 낯선 나라에서 적응하며 생활하기 쉽지 않겠지요. 아이는 현지인들과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하지만, 아이가 귀국할 때까지 마음이 쓰이고 걱정이 됩니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학생을 둔 부모님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또래 외국인 유학생들을 보면 아이가 생각나요. 국적과 언어가 달라도 자녀를 외국에 보내놓고 노심초사하고 있을 부모님의 마음은 같을 겁니다.” 조웅 대표는 자녀들 또래의 청소년들을 보면 내 아이가 생각나서 쉽게 지나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마음이 학교 밖 선생님으로서의 그를 존재하게 한 것 같다.

조웅 대표는 현재 광진교육운동네트워크 대표를 4년째 맡고 있다. 또 서울시 학부모교육네트워크에서 3년 동안 부회장을 역임했던 적이 있다. 광진교육운동네트워크광진구의 행복한 교육 환경을 위해 마을 교육과 혁신 교육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는 주로 시민 교육이나 학생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조웅 대표는 광진교육운동네트워크 대표로서 시민 교육과 학생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조웅
조웅 대표는 광진교육운동네트워크 대표로서 시민 교육과 학생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조웅

한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가정과 학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그 아이의 성장을 이끌어줘야 한다. 학교에만 선생님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도 선생님은 존재한다. 조웅 대표는 학교 밖에서 믿을 수 있는 어른이자 선생님, 상담자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청소년들에게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어른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그러면서 청소년의 인생에 나침반이자 길잡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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