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장애인기능올릭픽' 서광민 선수 "장애가 실력까지 앗아갈 순 없어요"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3.04.18. 15:13

수정일 2023.11.0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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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치과 기공 분야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서광민 선수 ⓒ서광민 제공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치과 기공 분야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서광민 선수 ⓒ서광민

서광민 선수(45세)는 고등학교 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와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프레스금형 분야로 지역대회에 출전했고,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는 꿈을 이뤘다. 하지만 그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수상하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사고로 장애를 겪고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서광민 선수는 올해 3월에 열린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국가대표로 출전해서 치과 기공 분야 동메달을 수상했다. 그는 청소년 시기에 비장애인으로 출전해서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못다 이룬 꿈을 중년이 된 지금, 마침내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실현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장애 여부와 무관하게 순전히 실력으로 당당히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프랑스 메스에서 열린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 참가한 선수단 ⓒAbilympics2023.com
프랑스 메스에서 열린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 참가한 선수단 ⓒAbilympics2023.com

대다수 국민은 ‘국제올림픽대회’라고 하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선정하는 도시에서 열리는 종합스포츠 축제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 분야뿐만 아니라 기능 분야에서도 각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서 실력을 겨루고 있다. 그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이다.

그렇다면 서광민 선수가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했던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는 무엇일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International Abilympics)’는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장애인의 해’인 1981년에 시작되었다. 장애인의 기능향상 및 잠재능력개발, 사회경제활동 참가 의욕 고취, 장애인 능력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이해 확대, 국제 친선 및 지식과 프로그램 교류 등을 목적으로 4년마다 개최하고 있다. 이른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애인기능올림픽을 뜻하는 ‘Abilympic(어빌림픽)’은 ‘Abilities(능력)’와 ‘Olympics(올림픽)’의 합성어이다.

1981년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제1회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번 프랑스 메스 대회까지 10차례 모두 참가했던 우리나라는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종합우승 8회, 대회 7연패(제4회~제10회)를 차지하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이번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한국은 총 44개의 직종 중 34개 직종에 34명의 대표선수가 출전해 금 18개, 은 4개, 동 9개(직업기능 직종 기준 금 17개, 은 4개, 동 9개)를 획득하며 2위인 프랑스(금 10, 은 11, 동 8)를 큰 격차로 제치고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종합우승 8회, 7연패 등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서광민
우리나라는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종합우승 8회, 7연패 등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서광민

서광민 선수(싱아기공소 팀장)는 치과기공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3년부터 치과 기공 업무를 시작했으니 이제 10년 차에 이른다. 치과 기공은 치과 관련 보철물을 만드는 일을 뜻한다. 최근엔 치아 성형이나 치아 교정 시에도 치과 기공이 활용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치과에서 치과기공사에게 치과 기공을 의뢰한다.

이번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소감을 묻자 서광민 선수는 대뜸 "아쉽다"는 말을 내비쳤다. 이틀간 치러진 대회에서 첫날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둘째 날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고 한다.
서광민 선수는 지체 장애로 판정받은 뒤 앉아서 작업하는 치과기공을 생업으로 선택했다. ⓒ윤혜숙
서광민 선수는 지체 장애로 판정받은 뒤 앉아서 작업하는 치과기공을 생업으로 선택했다. ⓒ윤혜숙

서광민 선수는 후천적 장애인이다. 그는 2003년경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넘어져서 오른쪽 하지 무릎 연골과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아서 지체 장애로 판정받았다. 그 당시 소방안전학교를 졸업했지만, 다시 기공과에 입학했다. 어릴 적부터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가 지체 장애로 오른쪽 다리를 원활히 움직이는 게 어려웠던 그는 앉아서 일하는 직업으로 치과 기공을 선택했다.

그의 치과 기공 실력을 지켜보던 지인이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 참가해 볼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처음엔 치과 기공일을 하면서 또 대회출전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에 망설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 대회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쾌거를 이루었다.
서광민 선수는 생업과 병행하면서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할 준비를 했다. ⓒ윤혜숙
서광민 선수는 생업과 병행하면서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할 준비를 했다. ⓒ윤혜숙

치과 기공 분야는 국가대표 선수로 단 한 명을 선발한다. 대신 인원이 소수여서 지역대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렇기에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그는 선발전을 거쳐서 국가대표선수로 선발되었다.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3개월간 훈련소에서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도교사가 내어준 과제물을 완성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대회에 출전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철저히 연습하는 기간이다. 그래서 자영업자는 폐업하고 또 직장인은 휴직하고 훈련소에 입소하는 예도 많았다. 하지만 서광민 선수는 훈련소에 입소해서 오로지 국제대회 준비에만 전념할 수 없었다. 그는 생업과 병행해야만 하는 고충이 있었다.

반면 치과기공소를 운영하다 보니 이점도 작용했다. 그는 치과 기공과 연관된 모든 일을 현장에서 경험해봤다. 따라서 훈련소에 입소하지 않았지만, 지도교수가 주는 과제물을 받아보니 평상시 일하던 내용을 적용하면 과제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치과 기공 분야는 수작업에 의존하기 때문에 작업자의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 ⓒ윤혜숙
치과 기공 분야는 수작업에 의존하기 때문에 작업자의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 ⓒ윤혜숙

올해 3월 22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메스에서 국제대회가 열렸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지원으로 경기 직전까지 숙소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을 거듭할 수 있었다. 서광민 선수는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해도 막상 대회에 나가니 긴장했어요. 재료의 물성이 국내와 달라서 익숙하지 않았던 점이 컸어요”라고 아쉬웠던 점을 토로한다. 

서광민 선수는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절대로 긴장하지 마세요. 긴장하면 손이 잘 움직여지지 않고 실수할 수도 있어요. 평상시 생업에 종사할 때처럼 마음 편하게 주어진 과제를 완성하면 됩니다”라고 조언한다.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수상한 지 아직 한 달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도 그의 수상 소식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많이들 모르세요.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비해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종목이 제한적인 것도 아쉽습니다. 장애인이라고 실력 면에서 뒤처지는 게 아니니깐 다양한 종목에서 실력을 겨룰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밝힌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습니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제대로 하겠어?’라는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보다시피 저를 비롯한 많은 장애인이 자신의 분야에서 
제 몫을 당당히 해내고 있습니다
서광민 선수는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가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윤혜숙
서광민 선수는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가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윤혜숙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서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하는 게 좋을지 물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아왔어요. 
그러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말과 행동이 느릴 수밖에 없잖아요. 
장애인을 대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는 게 
우리 모두를 위한 배려일 것 같아요

서광민 선수는 “이번에 국제대회가 열렸던 프랑스에 가서 보니, 장애인 편의시설 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가 프랑스에 비해 결코 뒤처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특히 서울시가 공공기관에 적용하고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과 같은 정책은 앞서나가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국가대표 선수는 스포츠 경기를 겨루는 올림픽대회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있다. 서광민 선수를 비롯한 장애인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장애로 인해 신체적인 불편을 겪고 있지만, 장애가 그들의 실력까지 앗아간 것은 아니었다. 이처럼 장애가 있어도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면서 인정받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들이 우리 사회로 진입해서 비장애인과 더불어 일하면서 꿈을 펼쳐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도 장애인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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