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고 밝은 골목 디자인으로 '안전마을' 되었어요

시민기자 심재혁

발행일 2023.03.31. 15:02

수정일 2023.11.07. 14:09

조회 1,684

공포 영화를 볼 때면, 항상 어두운 골목길을 걸을 때 범죄자와 맞닥뜨린다. 그리고 범죄자는 시민을 대상으로 강력 범죄를 저지른다. 왜 그럴까? 이는 ‘깨진 유리창 법칙’에서 유추할 수 있다. 구석진 골목에 같은 차량 2대를 주차하고, 한 대의 차량에만 유리창을 깨고 관찰했는데, 유리창이 깨진 차량만 파손된 결과를 보였다. ‘환경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결과로 어둡고 으슥한 골목길 환경이 범죄에 더 노출되기 쉽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부터 자치구와 함께 '범죄예방디자인'을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생활안심디자인',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라고도 불리는 범죄예방디자인은 디자인을 통해 범죄 심리를 위축시켜 범죄 발생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즉, 환경을 변화시켜 지역의 방어 공간이라는 특성을 높이고 범죄의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벽화, 비상벨, CCTV 등 골목 디자인을 변화시키는 것으로도 범죄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심재혁
벽화, 비상벨, CCTV 등 골목 디자인을 변화시키는 것으로도 범죄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심재혁

서울에서는 2012년에 마포구 염리동에서 처음 시작했으며, 현재도 서울 곳곳에서 생활안심디자인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1인가구가 많은 원룸촌, 대학가에서는 범죄예방디자인으로 안전한 골목길, 안전한 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이중 성동구는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모든 동에 범죄예방디자인을 적용한 ‘안전마을’ 조성 을 완료했다. 한양대학교를 끼고 있는 왕십리동과 사근동 일대는 1인가구가 많아 1인가구를 위한 안전마을을, 언덕과 골목길이 많은 곳은 지역의 특성을 살려 알맞은 범죄예방디자인을 활용했다.
응급상황 시 누르면 바로 경찰관이 출동한다. ⓒ심재혁
응급상황 시 누르면 바로 경찰관이 출동한다. ⓒ심재혁

금호2·3가동 금남시장 뒤는 좁고 굽은 골목길과 경사진 주택으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넓은 도로가 정비된 인근 아파트 단지보다 안전에 취약했지만, 지금은 생활안심디자인을 적용해 개선했다.

어떠한 안전시설물이 있는지 확인했다. 먼저 안전시설물로 비상벨과 CCTV가 설치됐다. 비상벨은 유사시 벨을 누르게 되면 성동경찰서 112 종합상황실과 직통으로 연결되고, 인근 파출소에서 경찰관이 출동한다. CCTV는 어두운 골목길, 가로등과 함께 골목길의 안전을 지키는 ‘수호자’인 셈이다.
시민을 지키는 CCTV ⓒ심재혁
시민을 지키는 CCTV ⓒ심재혁

비상벨과 CCTV가 경찰과 관련된 안전시설물이라면, 소방과 관련된 안전시설물은 '보이는 소화기'다. 안전마을 조성과 함께 골목 곳곳에 ‘보이는 소화기’를 비치해 화재 시 초기 진화가 가능하도록 했다.
쉽게 볼 수 있는, 보이는 소화기 ⓒ심재혁
쉽게 볼 수 있는, 보이는 소화기 ⓒ심재혁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를 알리는 안내판도 설치했다. 여기서 왜 안전시설물에 이러한 시설물도 포함될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중요하다. ‘깨진 유리창 법칙’에 따르면, 쓰레기가 쌓여 있지 않은 지역은 지나치지만, 쌓여 있다면 무단투기가 계속돼 범죄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를 알리는 안내판과 소음 주의 안내판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안내판 ⓒ심재혁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안내판 ⓒ심재혁

또한, 특수형광물질을 도포해 도난을 방지하고 범죄자를 쉽게 체포할 수 있도록 했다. 특수형광물질이란, 평상시 육안으로는 식별되지 않고, 자외선 특수램프나 특수장비로 비추면 식별된다. 즉, 스파이더 범죄의 표적인 골목길 주택가의 배관이나 침입이 쉬운 공간에 도포함으로써 범죄를 억제하고 옷과 신발 등에 특수형광물질이 묻어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금남시장 뒤 금호동 2·3가동 일대가 범죄예방디자인을 도입해 안전마을로 변화한 까닭은 서울시의 아낌없는 지원도 있었다. 서울시는 2012년 생활안심(범죄예방) 디자인사업을 시작했는데, 성동구는 서울시의 생활안심(범죄예방) 디자인사업에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선정돼 예산 지원을 받아 모든 동(洞)에 안전마을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특수형광물질을 도포해 도난사고를 예방한다. ⓒ심재혁
특수형광물질을 도포해 도난사고를 예방한다. ⓒ심재혁

범죄예방디자인은 각종 통계자료에서 그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실제 주민들도 범죄예방디자인을 통해 안전한 동네를 반긴다. 어두운 밤, 골목길에도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돕는 범죄예방디자인. 주민들의 노력과 자치구, 서울시의 지원으로 탄생한 ‘안전마을’과 같은 사례가 서울시 모든 자치구에 확대되기를 바란다.

시민기자 심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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