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만든 박물관을 찾아 떠나는 서울시간여행

시민기자 노인숙

발행일 2023.02.24. 09:35

수정일 2023.02.24. 17:51

조회 659

서울역사박물관 전경 ⓒ노인숙
서울역사박물관 전경 ⓒ노인숙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오늘 우리들의 삶은 내일이면 역사가 되어간다. 그렇게 서울에 사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오롯이 보존하고 있는 곳이 서울역사박물관이다.

지금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시민이 만든 박물관>을 전시하고 있어 찾아가 보았다. 많은 시민들이 자료수집과 전시에 직접 간접으로 참여하여 만든 <한티마을 대치동>이라는 전시도 함께 하고 있었고, 3층의 상설전시실에는 '600년 서울의 모습'이 전시되어 시민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민이 만든 박물관 안내 ⓒ노인숙
시민이 만든 박물관 기획전 안내 ⓒ노인숙
<한티마을 대치동> 기획전 안내 ⓒ노인숙
<한티마을 대치동> 기획전 안내 ⓒ노인숙

시민들이 기증한 유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B에서는 <시민이 만든 박물관>이 전시되고 있었다.'기증유물특별전 20년'이라는 부제로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시민들이 기증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었다. 20년 동안 755명의 기증자가 20만 6,974 점의 유물을 기증했다고 한다.

유물들의 전시는 2003년부터 기증된 순서대로 전시되고 있었는데, 동래정씨가(東萊鄭氏家)의 기증유물을 통해서는 조선시대 선비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으며, 진성이씨(眞城李氏)와 광주이씨(廣州李氏) 등 옛 종가의 유물들도 볼 수 있었다. 또, 한때는 첨단을 달리는 문명의 도구였던 트렌지스터 라디오나 CD플레이어도 있었다.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문명으로 인해 순식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들에 대해서는 좀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시민이 만든 박물관>은 2023년 4월 9일까지 전시된다.
음악감상용 카세트테이프와 음악 및 영상을 보관하고 들을 수 있었던 CD ⓒ노인숙
음악감상용 카세트테이프와 음악 및 영상을 보관하고 들을 수 있었던 CD ⓒ노인숙
쌀이나 보리를 사고 팔 때 계량 도구로 사용했던 '되'와 '말' ⓒ노인숙
쌀이나 보리를 사고 팔 때 계량 도구로 사용했던 '되'와 '말' ⓒ노인숙
떡 무늬를 만드는 데 사용했던 백자 떡살 ⓒ노인숙
떡 무늬를 만드는 데 사용했던 백자 떡살 ⓒ노인숙

대한민국 사교육 일번지 대치동의 과거와 현재

기획전시실A에서는 <한티마을 대치동>이 전시되고 있었다. ‘대한민국 사교육’이라는 의미의 일반명사가 되어버린 대치동 이야기였다. 1963년 서울에 편입되기 전까지 경기도 광주군 언주면이었다는 대치동의 옛날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아파트숲으로 변하는 과정, 8학군이 만들어지고 교육타운 대치동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대치동은 아직도 계속되는 이야기여서 더욱 흥미로웠다.
<한티마을 대치동> 전시실 입구 ⓒ노인숙
<한티마을 대치동> 전시실 입구 ⓒ노인숙
전시실에 들어서면 '수능만점 전략' 글귀와 함께 조명 밝힌 학원가의 빌딩 그림이 보인다. ⓒ노인숙
전시실에 들어서면 '수능만점 전략' 글귀와 함께 조명 밝힌 학원가의 빌딩 그림이 보인다. ⓒ노인숙
온통 학원 이름으로만 가득찬 건물 간판들 ⓒ노인숙
온통 학원 이름으로만 가득찬 건물 간판들 ⓒ노인숙

옛날부터 현재까지 대치동이 변화하는 모습을 토박이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의 생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재미있었다. 또 전시실 바닥도 주의 깊게 살피면서 봐야 했는데, 학원 지도를 바닥에 조명과 함께 약도처럼 그려 놓았고, 옛날 대치동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바닥 스크린에 비춰주고 있었다. <한티마을 대치동>은 2023년 3월 26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인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대치동 3대의 모습이다. ⓒ노인숙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인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대치동 3대의 모습이다. ⓒ노인숙
전시실 바닥에는 옛날 대치동 사람들의 생활 장면이 상영되고 있었다. ⓒ노인숙
전시실 바닥에는 옛날 대치동 사람들의 생활 장면이 상영되고 있었다. ⓒ노인숙

'600년 서울'의 모습을 만나다

'600년 서울'의 모습을 담은 상설전시는 3층에 넓은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건물 중앙의 시원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3층이었는데, 5개의 구역(Zone)으로 나뉘어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1층과 3층 사이 계단의 장식 ⓒ노인숙
서울역사박물관 1층과 3층 사이 계단의 장식 ⓒ노인숙

1구역의 주제는 '500년 왕도를 세우다'로 1392년부터 1863년까지 조선시대인 개항 이전의 서울을 소개하고 있었다. 1구역 옆에는 설치된 스마트기기를 이용하여 직접 서울의 옛 모습을 경험해볼 수도 있었다. 또 2,3,4 구역으로 건너가는 곳에는 '정보의 바다'라는 공간이 있어 자료를 찾아서 독서를 하거나 작업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좋았다.
조선시대 한양을 도성으로 정하던 때의 지도 ⓒ노인숙
조선시대 한양을 도성으로 정하던 때의 지도 ⓒ노인숙
조선시대 한강을 다니던 황포돛대의 모습 ⓒ노인숙
조선시대 한강을 다니던 황포 돛대의 모습 ⓒ노인숙
서울의 옛 모습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도록 준비된 스마트기기 ⓒ노인숙
서울의 옛 모습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도록 준비된 스마트기기 ⓒ노인숙

2구역은 '전통을 딛고 황도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개항과 대한제국기의 서울, 1863년부터 1910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3구역은 '도시근대화의 그늘'로서 일제강점기의 서울(1910~1945)의 암울했던 모습이 전시되고 있었다. 특히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의 장면을 디오라마 형태로 만들어서 당시의 생활상을 볼 수 있게 하였다.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에 나오는 '이발소의 소년' 을 표현한 모습 ⓒ노인숙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에 나오는 '이발소의 소년' 을 표현한 모습 ⓒ노인숙

4구역은 폐허 위에 자라난 거대도시로서 고도 성장기(1945~2002) 서울의 모습이었다. 1970년대 이후 급속하게 이루어진 산업화의 과정을 요약해 놓은 구로동공업단지의 모습도 있었다. 특히 종로의 도심이 재개발되면서 사라진 낭만적이었던 공간, 피맛골의 청일집을 그래도 옮겨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5구역은 도시모형영상관으로 서울의 오늘, 내일의 모습이었다. 1500분의 1로 압축해놓은 실제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산업화와 노동의 상징인 구로공단의 모습 ⓒ노인숙
산업화와 노동의 상징인 구로공단의 모습 ⓒ노인숙
사라진 피맛골의 술집 '청일집'도 옛 모습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노인숙
사라진 피맛골의 술집 '청일집'도 옛 모습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노인숙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1층 휴게 공간에는 많은 시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서울역사박물관이 단순히 서울의 옛날 모습을 보존해 놓은 공간이 아니고, 지금 서울 시민들의 삶이 함께 하는 살아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특히 어린이들은 놀이처럼 즐겁게 서울의 역사를 학습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틈 나는 대로 들러서 서울의 옛 이야기를 듣고, 오늘의 서울 이야기도 함께 만들어가는 가는 것이 서울시민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내부를 옮겨와 전시하고 있다. 사진은 거실 부분 ⓒ노인숙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내부를 옮겨와 전시하고 있다. 사진은 거실 부분 ⓒ노인숙

서울역사박물관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55
○ 운영일시 : 화~일요일 09:00~18:00,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누리집
○ 문의 : 02-724-0274

시민기자 노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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