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서울시장 공관 흔적과 함께 보는 한양도성의 역사

시민기자 이명은

발행일 2023.02.28. 09:50

수정일 2023.04.07. 18:49

조회 1,556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과 혜화역 중간에 있는 혜화문과 연결된 성곽길을 따라가 보면 옛 서울시장 공관이 나타난다. 얼핏 보면 높은 담장으로 가려진 단독주택 같다. 하지만 담장과 입구 앞 안내소에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가 적힌 간판이 있어 이곳이 어떤 곳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입구로 들어가 높은 나무 사이의 계단을 오르면 새하얀 벽과 통창이 인상적인 이층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통창의 정문에는 서울미래유산 간판이 보인다. 전시관으로 운영되는 이곳이 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 궁금해졌다.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는 긴 역사를 품고 있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말인 1941년에 경성부윤의 관사로 지어졌다가, 1959년 이후에 20년간 대법원장 공관으로 사용되었고, 1981년부터 33년간 서울특별시장의 공관으로 이용됐다. 이후에는 2014년부터 리모델링해 현재의 모습으로 새롭게 변모하여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 안내센터라는 이름으로 2016년 11월에 개관했다.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의 전시 내용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건축 형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일제강점기 당시 성곽을 해체한 자리에 지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건물 천장은 옛날 한옥에 쓰이던 나무를 활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80년 동안 개조 및 리모델링하면서 처음 지어진 형태와 많은 부분이 바뀌었지만, 1940년대에 지어진 적산 가옥 외관은 근대식 일본 주택의 전통적 형태를 띠면서 건물 구조 및 벽체 구성 등 기술적인 부분은 한국식 건축 구법이 사용됐다. 일본인이 성벽을 담장으로 사용하며 지은 건물인 만큼 논란이 많았으나, 1940년대에 지어진 희귀한 목조건축물이라는 점과 더불어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주민들에게 개방됐다.
성곽 담장에는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라고 적힌 간판이 설치되어 있다. ⓒ이명은
성곽 담장에는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라고 적힌 간판이 설치되어 있다. ⓒ이명은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 간판이 있는 전시장 입구 안내소. 왼쪽에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노선이 있다. ⓒ이명은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 간판이 있는 전시장 입구 안내소. 왼쪽에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노선이 있다. ⓒ이명은
옛 서울시장 공관이자 한양도성 전시장. 야외 입구로 들어가면 새하얀 벽과 통창이 있는 건물이 보인다. ⓒ이명은
옛 서울시장 공관이자 한양도성 전시장. 야외 입구로 들어가면 새하얀 벽과 통창이 있는 건물이 보인다. ⓒ이명은
서울미래유산 간판이 있는 전시장 입구. ⓒ이명은
서울미래유산 간판이 있는 전시장 입구. ⓒ이명은

전시장은 1층과 2층으로 나누어 5곳의 전시실로 구성됐다. 각 전시실에서는 한양도성과 혜화문의 역사와 역대 서울시장 공관의 흔적과 인터뷰를 관람할 수 있다.

1층의 1전시실에서는 한양도성과 혜화문의 역사를 다룬다. 조선 건국 당시부터 현재까지 한양도성과 혜화문을 둘러싼 환경을 엿볼 수 있다. 한양도성과 혜화동 주변의 변화를 시대별로 디지털 지도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성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 깊은 의미가 있으며, 일제강점기 당시 혜화문 유지 보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문루가 사라지고, 이후 혜화문이 완전히 철거됐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됐다. 현재의 혜화문은 실제 있던 곳과 다른 위치에 복원한 것이다.

2전시실은 야외로 나가야 하는데 벽면 없이 완전히 개방되어 있어 건축물 구조를 확인하기에 좋다. 한양도성 성곽의 흔적과 각자성석 그리고 부엌으로 추정되는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신발을 벗고 2층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추운 겨울에도 보일러가 틀어져 있어 따뜻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2층의 3, 4전시실에는 구 서울시장 공관에 대한 역사를 다룬다. 공관으로 활용되었을 당시 사용된 물건, 역대 시장들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역대 시장들이 현재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과 현재 모습으로 리모델링 되기 이전의 건물에 대한 고충도 엿볼 수 있다.

4전시실로 가면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건물의 역사와 혜화동 주변에 살았던 예술인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가운데에는 서적들이 있고 낮은 책상과 의자가 있어 아이들이 독서하기 좋게 배치되어 있다. 5전시실에서는 '도코노마'라는 일본식 구조를 엿볼 수 있다. 전시장을 쭉 둘러보면서 내부가 공적 업무를 본 공간치고는 사람 사는 주택 느낌이 강한 점이 흥미로웠다.

한양도성 전시장을 나와 건너편에 보이는 성곽을 따라가 보면 혜화문으로 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오르면 옛 서울시장 공관이자 한양도성 전시장 건물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건물들의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다. 현재만큼 높은 건물이 없었던 조선시대 당시에 이 위치에서 보이는 한양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1층 1전시실 전경. 가운데에는 모형이 크게 설치되어 있다. ⓒ이명은
1층 1전시실 전경. 가운데에는 모형이 크게 설치되어 있다. ⓒ이명은
도성의 방어와 관리를 맡은 훈련도감, 금위영과 어영청의 삼군문에서 관리하도록 표시된 1751년에 제작된 '도성삼군문분계지도'. ⓒ이명은
도성의 방어와 관리를 맡은 훈련도감, 금위영과 어영청의 삼군문에서 관리하도록 표시된 1751년에 제작된 '도성삼군문분계지도'. ⓒ이명은
1전시실 가운데에 크게 자리한 혜화문의 훼철과 복원 과정을 빛으로 보여주는 모형. ⓒ이명은
1전시실 가운데에 크게 자리한 혜화문의 훼철과 복원 과정을 빛으로 보여주는 모형. ⓒ이명은
18세기 중반에 겸재 정선이 혜화문을 보고 그린 '실경산수화 동소문도'. ⓒ이명은
18세기 중반에 겸재 정선이 혜화문을 보고 그린 '실경산수화 동소문도'. ⓒ이명은
1층 전시실 창문에 설치된 블라인드에 그림자가 예쁘게 드리워 동양적인 미가 돋보인다. ⓒ이명은
1층 전시실 창문에 설치된 블라인드에 그림자가 예쁘게 드리워 동양적인 미가 돋보인다. ⓒ이명은
목조건축 형태를 볼 수 있는 1층 천장. 나무 사이로 2층 공간이 엿보인다. ⓒ이명은
목조건축 형태를 볼 수 있는 1층 천장. 나무 사이로 2층 공간이 엿보인다. ⓒ이명은
1744년에 제작된 옛 혜화문 현판 ⓒ이명은
1744년에 제작된 옛 혜화문 현판 ⓒ이명은
1962년에 여행 안내용 지도로 제작된 '서울입체전경도'. 필요 정보를 도식화하였지만 세밀함이 돋보인다. ⓒ이명은
1962년에 여행 안내용 지도로 제작된 '서울입체전경도'. 필요 정보를 도식화하였지만 세밀함이 돋보인다. ⓒ이명은
한양도성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디지털 스크린 맵 ⓒ이명은
한양도성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디지털 스크린 맵 ⓒ이명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한다. ⓒ이명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한다. ⓒ이명은
 2층 4전시실 전경. 혜화동의 역사와 이 가옥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알아볼 수 있다. ⓒ이명은
2층 4전시실 전경. 혜화동의 역사와 이 가옥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알아볼 수 있다. ⓒ이명은
1995년 조순 서울시장 거주 당시 공관의 모습. 현재와 많이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명은
1995년 조순 서울시장 거주 당시 공관의 모습. 현재와 많이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명은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 안내센터 레노베이션 콘셉트 모형 ⓒ이명은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 안내센터 레노베이션 콘셉트 모형 ⓒ이명은
혜화동 주변에 살았던 예술인들의 작품들. 유명한 예술인들의 작품들이 있다. ⓒ이명은
혜화동 주변에 살았던 예술인들의 작품들. 유명한 예술인들의 작품들이 있다. ⓒ이명은
4전시실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독서 자리. 낮은 책상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이명은
4전시실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독서 자리. 낮은 책상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이명은
아이들의 독서자리 맞은편에는 성인들이 앉을 수 있는 통창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이명은
아이들의 독서자리 맞은편에는 성인들이 앉을 수 있는 통창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이명은
3전시실에서는 역대 서울시장들의 흔적들과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이명은
3전시실에서는 역대 서울시장들의 흔적들과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이명은
5전시실에는 일본식 구조인 도코노마 형태를 볼 수 있다. ⓒ이명은
5전시실에는 일본식 구조인 도코노마 형태를 볼 수 있다. ⓒ이명은
야외에 있는 2전시실이 보이는 건물 전경. 2전시실로 가면 넓은 정원이 있다. ⓒ이명은
야외에 있는 2전시실이 보이는 건물 전경. 2전시실로 가면 넓은 정원이 있다. ⓒ이명은
바닥에 성곽이 있었던 흔적을 볼 수 있는 2전시실 ⓒ이명은
바닥에 성곽이 있었던 흔적을 볼 수 있는 2전시실 ⓒ이명은
성돌에 글자를 새긴 각자성석. 실제로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이명은
성돌에 글자를 새긴 각자성석. 실제로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이명은
전시장 건너편 성곽길을 따라가 보면 혜화문 가는 길의 입구가 나타난다. 올라가는 계단이 바로 이어진다. ⓒ이명은
전시장 건너편 성곽길을 따라가 보면 혜화문 가는 길의 입구가 나타난다. 올라가는 계단이 바로 이어진다. ⓒ이명은
성곽 계단을 오르면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 안내센터 건물과 주변 건물들이 보인다. ⓒ이명은
성곽 계단을 오르면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 안내센터 건물과 주변 건물들이 보인다. ⓒ이명은
성곽길을 따라가면 보이는 혜화문 문루 ⓒ이명은
성곽길을 따라가면 보이는 혜화문 문루 ⓒ이명은
혜화문 전경 ⓒ이명은
혜화문 전경 ⓒ이명은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옛 서울시장 공관)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35길 63
○ 운영시간 : 09:00~17:30(자유 관람)
- 해설 관람 : 10:00, 14:00, 15:30(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현장 접수)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 관람료 : 무료입장
○ 문의 : 02-766-8520~1

시민기자 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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