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오래가게! '상생 스탬프 투어' 신촌 탐방기

시민기자 이준엽

발행일 2023.03.24. 14:57

수정일 2023.03.24. 16:56

조회 2,676

신촌의 오래가게와 서울미래유산을 돌아보는 '신촌 오래된가게 상생 스탬프 투어' ©이준엽
신촌의 오래가게와 서울미래유산을 돌아보는 '신촌 오래된가게 상생 스탬프 투어' ©이준엽

신촌의 활력이 예전 같지 않다. 상점마다 가득했던 사람들과 발 디딜 틈이 없던 거리는 어느새 옛 이야기가 되었고, '임대 문의'가 붙은 가게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신촌에서 학교도 다니고, 데이트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인생의 대부분을 지낸 터라, 코로나19도 야무지게 버텨낸 신촌에 다시 한번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때마침 서대문구와 모바일 앱 '워크온'이 함께 기획한 '신촌 오래된가게 상생 스탬프 투어' 챌린지가 시작됐다. 신촌의 유서 깊은 가게 7곳을 방문해 워크온 앱을 통해 스탬프를 찍고, 필요한 물건이나 음식을 소비한 다음 영수증을 등록하는 미션이다. 참고로 이 챌린지는 2023년 5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챌린지를 통해 방문해야 할 7곳의 상점은 신촌에 자리 잡은 '오래가게'와 '서울미래유산'이다. 6·10민주항쟁의 성지이자 '최루탄 해장라면'으로 유명한 종합 분식집 ▴훼드라, 손수 개발한 특수 렌즈로 취업 준비생의 증명사진을 예쁘게 찍어주는 ▴미도사진관, 서울미래유산으로 2대째 가업을 이어 문을 열고 있는 1세대 헌책방 ▴공씨책방, 신촌 대학가의 랜드마크 ▴홍익문고, 신촌 추억 1번지, 청춘들의 소통과 만남의 메카 ▴독다방, 원조 원두커피 전문점으로 1970년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미네르바, 3대째 가업을 승계하며 병원 가운의 패턴 작업을 직접 하고 있는 ▴연희까운이 그곳이다.
6·10민주항쟁의 성지이자 ‘최루탄 해장라면’으로 유명한 분식집 '훼드라' ©이준엽
6·10민주항쟁의 성지이자 '최루탄 해장라면'으로 유명한 분식집 '훼드라' ©이준엽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날씨에, 손목닥터9988과 함께, '신촌 오래된가게 상생 스탬프투어'를 시작했다. 출출하던 차에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1972년에 개업한 '훼드라'다. 1970년대 분위기 그대로인 '훼드라'에서 청양고추가 듬뿍 들어간 '최루탄 해장라면'을 주문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한 그릇 비우고 나니, 개운함과 동시에 힘이 불끈 솟는 듯하다.
1970년대 분위기 그대로, 청양고추가 듬뿍 들어간 ‘최루탄 해장라면’이 일품이다. ©이준엽
1970년대 분위기 그대로, 청양고추가 듬뿍 들어간 '최루탄 해장라면'이 일품이다. ©이준엽
1972년에 개업한 오래가게, '훼드라'. 서울시는 30년 이상 운영한 상점을 '오래가게'로 선정하고 있다. ©이준엽
1972년에 개업한 오래가게, '훼드라'. 서울시는 30년 이상 운영한 상점을 '오래가게'로 선정하고 있다. ©이준엽

다음 방문한 오래가게는 '홍익문고'다. 1960년에 개업해 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홍익문고'는 신촌 대학가의 역사를 간직한 서울미래유산이다. 이곳은 2012년 신촌 도시환경 정비 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놓였으나, 서울시민들의 노력으로 위기를 모면한 바 있다. '공씨책방'과 더불어 신촌 대학가의 역사를 간직하며, 서울미래유산으로서 지금의 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신촌 대학가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홍익문고' ©이준엽
신촌 대학가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홍익문고' ©이준엽
1972년에 창업한 1세대 헌책방, '공씨책방'은 1995년 신촌에 자리 잡았다. 고서적을 찾으러 오는 대학원생과 작가에게는 여전히 보물 창고다. ©이준엽
1972년에 창업한 1세대 헌책방, '공씨책방'은 1995년 신촌에 자리 잡았다. 고서적을 찾으러 오는 대학원생과 작가에게는 여전히 보물 창고다. ©이준엽
서울시는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할 가치가 있는 '홍익문고'와 '공씨책방'을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 ©이준엽
서울시는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할 가치가 있는 '홍익문고'와 '공씨책방'을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 ©이준엽

커피 한 잔이 생각나는 나른한 봄날 오후,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신촌 '독다방'으로 향했다. '독수리다방'은 1971년에 개업해 3대째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신촌의 대표적인 커피숍이다. 신촌 추억 1번지, 청춘들의 소통과 만남의 메카였던 ‘독수리다방’은 2005년 수많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밀려 폐업했다가, 2013년 예전 '독수리다방'의 애칭인 '독다방'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1990년대 '독수리다방' 게시판은 항상 동문회, 과 모임, 동아리 모임 메모가 빼곡했다. 혹시나 모임에 늦어 2차 장소를 못 찾는 친구가 있을까 싶어 게시판에 메모 남겼다. 그 시절, 저녁이면 혹시나 놓친 모임이 없는지, 게시판 메모를 버릇처럼 훑어보던 기억이 떠올라 괜시리 웃음이 났다.

새 단장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연 이곳은 세련된 분위기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공부하고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곳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독다방의 구조를 책 읽는 '독방', 휴식 공간인 '수방', 토론방인 '리방'으로 나누었다. 독다방도 마찬가지로 1971년에 개업해 3대째 한곳에서 영업을 이어온 커피숍이자 대학가 신촌 일대의 시대적 모습을 보여주는 곳으로 꾸준한 관리와 보존이 필요한 서울미래유산이다.
1971년 창업한 '독수리다방'이 잠시 폐업했다가, 2013년 '독다방'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준엽
1971년 창업한 '독수리다방'이 잠시 폐업했다가, 2013년 '독다방'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준엽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독수리다방' 게시판은 메시지를 전하는 소통의 창구였다. ©이준엽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독수리다방' 게시판은 메시지를 전하는 소통의 창구였다. ©이준엽
1970~80년대 '독수리다방'의 옛 모습. 모닝빵을 데워주던 주인 아주머니의 모습이 정겹다. ©이준엽
1970~80년대 '독수리다방'의 옛 모습. 모닝빵을 데워주던 주인 아주머니의 모습이 정겹다. ©이준엽
1975년 신촌에 처음 생긴 원두커피 전문점, '미네르바'. 신촌에 가면 1970년대 대학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추억의 장소가 있다. ©이준엽
1975년 신촌에 처음 생긴 원두커피 전문점, '미네르바'. 신촌에 가면 1970년대 대학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추억의 장소가 있다. ©이준엽

이번 미션을 계기로 서울시에 '오래가게'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오래가게는 서울에서 명인과 장인들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상점으로 2017년부터 서울시와 시민이 뽑아 현재 120개의 가게가 지정됐다는 게 너무 반가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스탬프 투어 미션을 마치고 나니 오래가게 간판이 눈에 속속 들어왔다. 마치 명품을 알아보는 안목이 생긴 듯해서 뿌듯했다. 오래가게에 담긴 역사만큼, 오래오래 번창하기를 기원한다.

'신촌 오래된가게 상생 스탬프 투어'를 마치고, 옛 추억에 감성이 충만해져서인지 저녁에 다시 가족들과 신촌으로 나왔다. 가족들과 오랜만에 신촌 고깃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신촌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했다. 숯불 위에서 익어가는 갈빗살에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다. 식탁 위 뚝배기 넘치는 풍성한 달걀찜처럼, 신촌의 활기가 다시 살아나기를 다시 소망해 본다.

신촌 오래된가게 상생 스탬프 투어

○ 참여 기간 : 2023. 3. 18~5. 31
○ 참여 방법
- 걷기 앱 '워크온' 설치하기
- '신촌 오래된가게 상생 스탬프 투어 챌린지' 참여하기 버튼 클릭
- 신촌 오래된가게 스탬프 7개 중 6개 이상 수집하기
- 신촌에 있는 매장 이용 후 영수증을 챌린지 게시판에 업로드하기(마포구 소재 매장 제외)
- '응모권 받기' 누르기
○ 달성 상품 : 서울사랑상품권(1만원) 응모권
○ 결과 발표 : 2023. 6. 14 이후 400명 추첨 결과 개별 통보
서대문구청 누리집

시민기자 이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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