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일자리 통해 인생 2막 시작한 '시각장애인 운전원'의 하루
발행일 2023.02.20. 17:20
독일 문학사에서 G.E.레싱이나 괴테에 비견되는 소설가 '장 파울(Jean Paul)'이 남긴 명언이다.
인생 전반전을 성공리에 마치고 2년 전 퇴직한 김보람(가명, 62세)씨. 그 동안 부족했던 잠도 원 없이 자 보고 여행도 하며 퇴직 후의 꿀맛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럭저럭 1년이 지나가니 넉넉한 시간이 오히려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단 한 번밖에 읽지 못하는 인생이란 책, 나는 그 책장을 지금 아무렇게나 넘기고 있는 건 아닐까?
초등학교 시절 시각장애인 엄마와 유난히 정겹게 지내던 친구를 떠올리며 새로운 인생 후반기의 방향이 되어 줄 것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신청서를 냈다.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여 신청서를 제출했고, 서류 심사 및 면접 등 채용 절차를 거쳐 최종 합격을 통보 받았다.
내심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합격’이란 통보는 언제나 기쁨이다. 시각장애인 알기 체험, 고객 응대, 친절 교육, 차량 관리, 교통 법규 등 운전원으로서 필요한 교육을 받고 15일 현장 근무에 투입되었다.
첫 근무일, 근무 시작 40분 전에 차고지에 도착했다. 정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배차 받은 차량 내부의 청소와 소독을 했다. 엔데믹에 접어든 코로나19 상황이지만 여전히 소독과 청소는 중요한 일이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김보람 기사입니다. 지금 댁으로 출발합니다. 대략 15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도착하면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차고지를 벗어나 고객의 집으로 가는 길, 첫 콜이라 설레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하다. 새벽 공기는 유난히 상쾌했다.
출발지 현관에서 고객을 만난다. 차량을 요구한 고객임을 확인하고 한 팔을 내어준다. 이동 서비스가 제공되는 순간이다. 조심스럽게 차량 문을 열고 승차를 돕는다. 안전벨트와 마스크 착용을 확인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이른 시간이라 교통 흐름이 좋다.
올림픽도로에 올라서니 멀리 동쪽 하늘이 붉어진다. 퇴직 후 늦잠이 버릇이 되었는데 ‘이렇게 이른 시간, 내가 지금 일을 하고 있다니!’ 변화된 스스로에 놀라고 바쁘게 오가는 차량을 보고 또 놀란다. ‘오늘 하루, 내 인생 책장을 공 들여 읽고 있는 것 맞지!’
어느덧 고객의 목적지인 OO병원에 도착했다.
안전하게 주차를 하고 뒷좌석 차 문을 열었다. 비시각장애인보다 하차에도 시간이 더 걸린다. 하차 후 차 안에 두고 내린 물건은 없는지 살폈다. 그리고는 한 팔을 내어 준다. 지금부터 나는 다시 시각장애인의 흰 지팡이(white cane)가 된다.
“엘리베이터 앞인데 몇 층 안내할까요?” “9층이요, 여기서는 제가 갈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기사님!” “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첫 콜은 이렇게 끝이 났다. 휴~하며 한숨을 내뱉는데 보람이 느껴졌다.
근무 종료 시간인 10시까지 이런 콜이 몇 차례 반복되었다. 마지막 콜 운행을 마치고 차고지로 복귀했다. 가스 충전을 하고 실내외 청소를 깨끗이 했다. 다음 근무자를 위한 작은 배려이다.
첫 날 근무를 마친 동료 보람기사들이 믹스커피 한 잔씩을 들고는 첫 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오늘 커피 맛은 유난히 맛있고 달달하네요!” “첫날 근무를 잘 끝내서 그런 것 아닐까요? 하하 ”
주요 업무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직장 출퇴근 ▴병원 통원 ▴ 처리 시 동행 ▴외출 및 나들이 등을 지원한다. 현재 운전원 175명을 비롯하여 센터장, 사무원, 배차원 등 200여 명이 정규직원들이 근무 중이며, 이에 더하여 보람기사 90명이 단시간 근무 중이다.
이 외에도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는 현재 ▴치매 길 벗잡이단, ▴독거어르신 후견지원단, ▴건강코디네이터 사업단, ▴중장년 미디어지원단 등 다양한 종류의 보람일자리를 모집 중이다.
인생 전반전에서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활용한다면 국가와 사회에는 기여가 되고 스스로에게는 보람이 되는 1석2조의 삶,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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