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들면 맛도 두 배 더 좋다! 전통 장 담그기 도전~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23.02.14. 14:20

수정일 2023.02.14. 16:28

조회 4,040

우리 고유의 장맛을 널리 알리는 ‘강서마을 장독대’ ©박분
우리 고유의 장맛을 널리 알리는 ‘강서마을 장독대’ ©박분

옛 선조들에게 ‘장’은 1년 열 두 달,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천연 조미료였다. 건강한 밥맛을 책임지는 것은 장맛이라 생각해 길일을 택해 장을 담그는 등 온갖 정성을 들였다.

우리 고유의 전통 장 담그기는 보통의 주부들이 웬만해선 엄두를 못 낼 만큼 어려운 일임에도 지난 2월 9일, 강서구 주민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직접 전통 장 담그기에 도전했다. 장 담그기에 앞서 참여자들에게 전통 장에 대한 유래와 함께 다양한 장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장 담그기에 앞서 전통 장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박분
장 담그기에 앞서 전통 장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박분
2월 9일 ‘장 담그기’ 행사가 열린 서울 강서구 공항동 주민센터 옥상 전경 ©박분
2월 9일 ‘장 담그기’ 행사가 열린 서울 강서구 공항동 주민센터 옥상 전경 ©박분

음력 정월인 만큼 아직 바람이 찬 강서구 공항동 주민센터 옥상 마당에 잘 씻어 말린 메주가 바구니에 수북하다. 앞치마를 두른 주민들이 메주에 묻은 곰팡이와 잡티 등을 물에 씻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소금 포대와 항아리 등을 맞들어 옮기며 장을 담글 만반의 채비를 하고 있었다.

행여 이물질이 빠질세라 위생 모자를 착용한 이들은 이번 장 담그기를 진두지휘할 ‘강서마을 장독대’ 회원들과 30여 명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다.
행사장 테이블에 장을 담그기 위한 주재료인 메주가 놓여 있다. ©박분
행사장 테이블에 장을 담그기 위한 주재료인 메주가 놓여 있다. ©박분
흰 곰팡이와 노란 곰팡이가 섞여 있으면 잘 띄운 메주라 할 수 있다. ©박분
흰 곰팡이와 노란 곰팡이가 섞여 있으면 잘 띄운 메주라 할 수 있다. ©박분
강서구 공항동 주민센터 옥상에 장을 담글 항아리가 준비돼 있다. ©박분
강서구 공항동 주민센터 옥상에 장을 담글 항아리가 준비돼 있다. ©박분

“여기 소금 좀 더 부어주세요”
물이 담긴 커다란 용기에 포대 속 소금을 쏟아붓자 모두들 바삐 움직인다. 용기 하나에 대여섯 명씩 한 조를 이뤄 ‘장 담그기’는 일사분란하게 진행됐다. 나무 주걱으로 휘저어 소금물을 녹인 다음, 체로 불순물을 밭쳤다. 장을 담글 때 염도는 중요한 관건으로 서울은 기후상 17보메(소금의 농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염도계가 없을 경우에는 날달걀 하나를 띄워서 500원짜리 동전 정도 크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적절한 농도가 된 것이다.
전통 장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는 ‘강서마을 장독대’ 대표 서덕순 씨 ©박분
전통 장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는 ‘강서마을 장독대’ 대표 서덕순 씨 ©박분
장을 담글 때 날달걀을 넣어 소금물 농도를 맞추기도 한다. ©박분
장을 담글 때 날달걀을 넣어 소금물 농도를 맞추기도 한다. ©박분

전통장의 유래에 대한 ‘강서마을 장독대’ 대표 서덕순(한국발효명인) 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장은 담그는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예부터 경칩을 전후해서 장을 담그는데 오늘은 입춘을 지난 지 닷새째가 되니 지금 여러분들과 함께 담그는 장은 정월장이 되겠죠?”

우리 고유의 전통 장은 정월에 담그는 ‘정월장’과 2월에 담그는 ‘이월장’, 3월에 담그는 ‘삼월장’이 있다. 이 중 추위가 가장 덜 풀린 때 담그는 정월장을 우리 선조들은 최고로 쳤다. 소금이 덜 들어가고 더 오랜 기간 숙성 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메주에 붙은 잡티와 먼지를 물로 씻어내는 모습 ©박분
메주에 붙은 잡티와 먼지를 물로 씻어내는 모습 ©박분
햇볕에 말린 메주가 바구니에 수북하다. ©박분
햇볕에 말린 메주가 바구니에 수북하다. ©박분
메주를 씻어 말린 후, 참여 주민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박분
메주를 씻어 말린 후, 참여 주민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박분

2015년 강서구에 살고 있는 중년 여성 20여 명이 주축이 돼 만든 ‘강서마을 장독대’는 전통 장 문화를 널리 알리고 장 담그기를 통해 함께 소통하고자 뜻을 모았다. 결성 첫 해에 ‘엄마손 장 담그기’ 프로그램을 진행해 홀몸 어르신들에게 장을 전달하면서 마을 공동체 사업으로 성장하게 됐다.

대표 사업인 ‘전통 장 담그기’ 프로그램을 해마다 진행해 주민들에게 전수하며 함께 담근 장을 지역 내 어려운 이웃과도 나누고 있다. 이밖에도 자치회관에 강좌를 개설해 ‘보리막장’과 ‘마늘 고추장’ 등 맛과 영양을 보강한 전통 음식을 만들고 마을 축제 때는 곤드레나물밥과 식혜 등 발효 음식을 선보이는 등 우리 고유의 장맛을 이어가고 있다.
달군 숯에 꿀을 태운 연기로 항아리를 소독하는 모습 ©박분
달군 숯에 꿀을 태운 연기로 항아리를 소독하는 모습 ©박분
소금물을 체에 밭쳐 항아리에 붓고 있다. ©박분
소금물을 체에 밭쳐 항아리에 붓고 있다. ©박분
장 담그는 과정을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분
장 담그는 과정을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분

옥상 장독대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달군 숯에 꿀 한 방울을 떨어뜨린 후 연기를 피워 올려 항아리를 소독하는 중이다. 장 담그기 전, 깨끗이 씻어 말린 항아리는 꼭 소독해야만 장이 변하지 않는다. 항아리를 옆으로 누이고 그 속에 볏짚을 태우며 굴려주는 예전의 방식이 있지만 도시에서는 볏짚 구하기도 쉽지 않고 화재의 염려도 있어 새로운 항아리 소독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윽고 소독을 마친 항아리에 참여자들이 메주를 차곡차곡 옮겨 담고 체에 밭쳐 깨끗이 걸러진 소금물을 메주가 잠길 정도로 부었다. 살균 효과와 나쁜 운을 막아준다는 의미로 말린 고추와 숯, 대추 한 움큼을 넣고 항아리에 새끼를 꼬아 만든 금줄도 둘렀다. “간수를 뺀 천일염을 썼고 청정 지역인 파주 장단에서 생산한 콩으로 쑨 메주를 사용해 맛도 좋을 것”이라며 모두들 활짝 웃었다. 장이 맛있게 익으려면 이제 햇볕과 바람에 맡기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볕을 쪼이고 통풍이 잘되게끔 장항아리도 부지런히 닦아줘야 한다.
장 담그기가 완성된 장항아리 속에 메주가 둥둥 떠 있다. ©박분
장 담그기가 완성된 장항아리 속에 메주가 둥둥 떠 있다. ©박분
항아리 둘레에 새끼를 꼬아 만든 금줄을 치고 주민들이 활짝 웃고 있다. ©박분
항아리 둘레에 새끼를 꼬아 만든 금줄을 치고 주민들이 활짝 웃고 있다. ©박분
이웃과 함께하는 ‘강서마을 장독대’가 해를 거듭할수록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박분
이웃과 함께하는 ‘강서마을 장독대’가 해를 거듭할수록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박분

이날 행사에 참여한 주민들은 “장을 담그며 선조들의 과학적 사고와 지혜를 알게 됐고 이웃과 함께할 수 있어 더욱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40대 주민 이현수 씨는 “처음 해보는 장 담그기가 어렵고 힘들었지만 장 가르기(장과 된장 분리)와 장달이기 등 앞으로 남은 다음 과정까지 확실하게 배워 가족들에게 엄마 손맛을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서마을 장독대’에서는 4월 말쯤 ‘장 가르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강서구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재료비 등 소정의 본인 부담금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강서구 보건소 누리집을 참고하거나, 의약과(02-2600-5836, 5875)에 문의하면 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강서마을 장독대’의 마을 공동체 사업이 전통 장 문화 보급뿐 아니라 우리 식탁에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길 기대한다.

2023년 강서장독대 사업 안내

○ 위치 : 서울시 강서구 송정로 45 공항동 주민센터 옥상
○ 일시 : 총 3회로 진행
- 장 담그기 2월 9일
- 장 가르기 4월 중
- 장 나누기 10월 중
○ 참가비 : 4만 5,000원(된장 3kg, 간장 1kg)
강서구 보건소 누리집 
○ 문의 : 의약과 02-2600-5836, 5875

시민기자 박분

현장감 있는 생생한 기사를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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