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도 괜찮네! '수정과 만들기' 배웠어요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1.09.27. 12:00

수정일 2021.09.27. 18:16

조회 489

서울농업기술센터 온라인 요리강좌 체험기

지난 8월,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전통음식 비대면 무료강좌’가 진행됐다. 각 강좌별로 100명씩 신청해 화상으로 요리를 배워보았다. 이날은 여름에 즐기는 ‘전통간식 이해교육’이 있었는데, 한식 디저트 3종인 오미자청과 수정과, 원소병을 만들었다. 신청자에게 미리 레시피가 전달돼 내용을 예습하고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요리를 비대면으로 배운다는 게 낯설었다. 과연 어떤 강의가 될까 기대와 의구심이 섞인 채 줌을 켜 접속했다. 시간이 되자 화면에 강사 윤인자 교수가 등장했다. 신청한 시민들도 영상으로나마 북적북적했다. 
윤인자 고려직업전문학교 교수의 진행으로 여름 디저트 3종을 배워보았다.
윤인자 고려직업전문학교 교수의 진행으로 여름 디저트 3종을 배워보았다. ⓒ이선미

필자는 수정과를 여러 번 만들어 봤지만 ‘요리강습’으로 배운 건 처음이었다. 하나하나 제대로 알아가는 게 꽤 재미있었다. 다른 신청자들의 열띤 관심도 덩달아 재미있었다. 신청자들은 매의 눈으로 이런저런 부분들을 살펴보며 열심인 모습이었다. 

“보내주신 레시피보다 생강과 계피의 양이 많아 보이는데요?”
“생강 껍질은 안 벗기나요?”
“계피와 생강의 가열시간은요?”
쏟아지는 질문에 채팅창이 분주했다.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이 가능하다보니 강의가 한결 생동감 있었다.
비대면 강의지만 참여자들의 열성이 대단했다.
비대면 강의지만 참여자들의 열성이 대단했다. ⓒ이선미

수정과의 기본 재료는 계피와 생강이다. 중요한 점은 두 재료를 각각 끓여서 합하는 게 한결 맛을 좋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꺼번에 끓인다고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따로 끓여 나중에 합하면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계피와 생강은 가열시간도 조금 달리해야 한다. 마른 계피는 한 시간 정도, 생강은 30분 끓여 쓴맛이 우러나기 전에 불을 끄면 된다. 따로 끓인 두 재료를 합하고 적당량의 설탕을 잘 녹인 후에 가열한다. 이때는 한소끔만 끓이면 된다. 
강사가 계피를 솔로 깨끗이 씻고 생강은 껍질째 사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강사가 계피를 솔로 깨끗이 씻고 생강은 껍질째 사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선미

수정과는 사실 간단하다. 그런데 제대로 맛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음식이란 정말 오묘하다. 똑같은 양을 계량하고 같은 시간을 조리해도 맛은 제각각이다. 불의 세기 조절 등도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이걸 내가 만든 게 맞아?’ 싶을 만큼 제대로 성공할 때도 있다. 늘 이번에도 그 맛이 나오기를 바라며 음식을 하게 된다.
더 좋은 맛을 원하면 생강과 계피를 각각 끓여 합하는 게 좋다고 한다.
더 좋은 맛을 원하면 생강과 계피를 각각 끓여 합하는 게 좋다고 한다. ⓒ이선미

오미자청은 간단하지만 요긴해 보였다. 일반적으로 말린 오미자를 물에 담가 우려서 차게 마시기도 하지만 청을 만들어 두면 더 간편하게 마실 수 있다. 생오미자의 경우는 우러나도록 2, 3개월을 둬야 하지만 건오미자에 물을 끓여서 붓는 이 경우는 2, 3일만 지나도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뜨거운 여름날 오미자청을 선물해도 좋을 것 같다. 
건오미자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오미자청은 여름날 선물로도 좋다.
건오미자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오미자청은 여름날 선물로도 좋다. ⓒ이선미

원소병은 찹쌀가루를 여러 가지 색으로 반죽해 소를 넣고 빚어서 삶은 것을 꿀물이나 오미자물에 띄워 먹는 화채다. 호박과 백년초, 자색고구마, 쑥가루 등으로 곱게 반죽한 찹쌀가루에 유자청과 대추를 섞은 소를 넣어 작은 경단을 빚는다. 끓는 물에 넣어 익으면 색이 더 화사해지므로 처음에 너무 진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원소병은 찹쌀가루에 여러가지 색을 입혀 만든 경단을 삶아서 차가운 꿀물 등에 넣어 먹는다.
원소병은 찹쌀가루에 여러가지 색을 입혀 만든 경단을 삶아서 차가운 꿀물 등에 넣어 먹는다. ⓒ이선미

예쁘고 정성이 가득한 원소병을 보며 참가자들의 즐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도란도란 모여 만들면 재미날텐데 아쉽네요.”, “색이 예뻐서 먹기 아까울 거 같아요.”, “정성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네요.”, “옛날 드롭프스 사탕 같아요.”
정성이 가득 배인 우리 전통간식 원소병이 완성됐다.
정성이 가득 배인 우리 전통간식 원소병이 완성됐다. ⓒ이선미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대면 강의를 들었지만 참여해보니 진행자와 참여자들의 열성이 현장 강의 못지않았다. 화면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수정과와 오미자청, 원소병으로 먹음직스러운 디저트 한 상이 차려졌다.
수정과와 오미자청, 원소병으로 먹음직스러운 디저트 한 상이 차려졌다. ⓒ이선미

강의를 듣고 수정과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정작 가을 장맛비가 종일 내리는 날 계피와 생강을 꺼냈다. 경동시장에서 사왔던 계피가 약간 남아 있고, 알맹상점에서 사온 조각 계피가 있었다. 계피는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면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사용하는 게 좋다. 
경동시장에서 사온 계피와 알맹상점에서 소량 사왔던 계피로 수정과에 도전했다.
경동시장에서 사온 계피와 알맹상점에서 소량 사왔던 계피로 수정과에 도전했다. ⓒ이선미

빗소리와 비바람 느낌 속에 퍼지는 계피와 생강 냄새가 좋았다. 일교차도 커지고 습도가 높아져 좀 으슬으슬했는데 따뜻한 수정과를 마시니 몸에 금세 온기가 느껴졌다. 차게 마시는 수정과도 좋지만 따뜻하게 차로 마시는 것도 괜찮았다.
가을비 내리는 날 따뜻하게 마시니 수정과 맛이 더 좋았다.
가을비 내리는 날 따뜻하게 마시니 수정과 맛이 더 좋았다. ⓒ이선미

옛날 어머니들이 겨울을 맞기 전 저장음식을 준비했던 것처럼 느리지만 더 자연친화적이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보는 시간이었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집콕시대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어쩌면 이 같은 느림과 충실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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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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