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봐" 남산골한옥마을의 '봄달: 봄날에 뜬 달'

시민기자 김진흥

발행일 2023.02.10. 08:59

수정일 2023.02.10. 17:59

조회 513

‘입춘대길, 건양다경’ (봄이 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길 기원하다)

입춘을 알리는 입춘첩과 함께 정월대보름 행사를 4년 만에 시민들과 함께 맞이했다. 
입춘을 알리는 입춘첩. ‘입춘대길, 건양다경’라 쓰여 있다. ⓒ남산골한옥마을
입춘을 알리는 입춘첩. ‘입춘대길, 건양다경’라 쓰여 있다. ⓒ남산골한옥마을

서울시는 지난 4일과 5일, 2023 남산골 세시울림 입춘, 정월대보름 <봄달: 봄날에 뜬 달> 행사를 개최했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열린 대면 행사다.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2월 4일)을 맞아 남산골한옥마을 정문에 입춘첩을 붙이는 행사를 가졌다. 오랜 풍습들 중 하나인 입춘첩은 문이나 기둥, 벽 등에 써서 붙이는 글귀로 주로 복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입춘첩을 정문에 붙이는 것을 공식적인 행사로 삼는 곳은 서울시 중 남산골한옥마을이 거의 유일하다.
4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남산골한옥마을의 ‘봄달: 봄날에 뜬 달’ 행사 ⓒ김진흥
4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남산골한옥마을의 ‘봄달: 봄날에 뜬 달’ 행사 ⓒ김진흥
‘달집태우기’ 행사를 위해 시민들의 소원이 담긴 쪽지가 달집에 가득히 꽂혀 있다. ⓒ김진흥
‘달집태우기’ 행사를 위해 시민들의 소원이 담긴 쪽지가 달집에 가득히 꽂혀 있다. ⓒ김진흥

다음날, 오랜만에 시민들과 함께 한 정월대보름(2월 5일)에 참여했다. 우선, 시민들이 한켠에서 소원을 적었다. 각자의 꿈과 바람을 소원지에 적어 달집에 매달았다. 소원들이 모인 달집을 불에 태워 하늘로 올려보내기 위해서였다. 

여자친구와 함께 남산골 한옥마을을 찾은 20대 시민은 “올 한 해 저도, 여자친구도 원하는 것들 다 이뤄졌으면 좋겠다”라면서 소원지를 정성스럽게 달집에 매달았다. 

자녀들과 소원을 작성한 50대 시민은 “무엇보다 건강이 제일이다. 가족 모두 아프지 않고 무탈하는 마음으로 소원을 적었다”라고 말했다. 

옆에서는 ‘부럼깨기’가 한창이었다. 호두, 잣 등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무는 정월대보름의 한 풍속으로, 한 해 동안 각종 부스럼을 예방하고 치아를 튼튼하게 하려는 뜻을 지닌다. 견과류를 받은 남녀노소 시민들은 견과류를 깨물며 복을 기원했다. 
천우각 광장에서 진행된 ‘달집태우기’ 행사를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모였다. ⓒ김진흥
천우각 광장에서 진행된 ‘달집태우기’ 행사를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모였다. ⓒ김진흥

정월대보름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오후 6시부터였다. 태평소 소리와 함께 광개토 사물놀이패가 남산골 한옥마을 천우각 광장에 등장했다. 광장 중앙에 설치된 달집 근처에서 공연하던 사물놀이패는 남산골 한옥마을 내 가옥들로 향했다. 
광개토 사물놀이패는 남산골한옥마을 가옥을 누비며 ‘지신밟기’ 행사를 펼쳤다. ⓒ김진흥
광개토 사물놀이패는 남산골한옥마을 가옥을 누비며 ‘지신밟기’ 행사를 펼쳤다. ⓒ김진흥
‘지신밟기’ 행사에는 광개토 사물놀이패와 사자도 함께 했다. ⓒ김진흥
‘지신밟기’ 행사에는 광개토 사물놀이패와 사자도 함께 했다. ⓒ김진흥

정월대보름 지신밟기를 시작한 것이었다. 이것은 정월대보름 전후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집터를 지킨다는 지신(地神)에게 각 가정에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세시풍속이다. 사물놀이패는 가옥들을 누비며 한해의 평안과 만복을 기원하는 공연을 이어갔다.
광개토 사물놀이패 공연에 시민도 참여해 재미를 더했다. ⓒ김진흥
광개토 사물놀이패 공연에 시민도 참여해 재미를 더했다. ⓒ김진흥

지신밟기를 마친 사물놀이패는 다시 달집이 있는 광장으로 가서 본격적으로 공연을 펼쳤다. 판소리, 사자놀이 등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하며 흥을 똗웠다. 시민들은 ‘얼씨구!’, ‘좋다!’ 추임새들을 외치며 공연과 함께 호흡했다.
달집에 불을 붙이고 있는 모습 ⓒ김진흥
달집에 불을 붙이고 있는 모습 ⓒ김진흥
달집이 탈 때 고루 한꺼번에 잘 타오르면 풍년, 도중에 불이 꺼지면 흉년을 점치기도 한다. ⓒ김진흥
달집이 탈 때 고루 한꺼번에 잘 타오르면 풍년, 도중에 불이 꺼지면 흉년을 점치기도 한다. ⓒ김진흥

사물놀이패 공연이 마친 후 시민들 모두 소원지들이 가득한 달집으로 시선을 향했다. 달집태우기는 달을 불에 그슬려야 가뭄이 들지 않는다는 조상들의 믿음으로 복을 기원하는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이다. 정월대보름 행사들 중 메인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계자들이 달집에 불을 붙이자, 달집은 순식간에 타오르며 하늘을 찌를 듯한 불길을 내뿜었다. 시민들은 두 손 모아 소원을 빌거나 이 순간을 남기고자 사진을 찍는 등 다양한 반응들을 보였다. 
경찰이 난간에 기댄 시민들의 안전사고를 대비해 안내하고 있다. ⓒ김진흥
경찰이 난간에 기댄 시민들의 안전사고를 대비해 안내하고 있다. ⓒ김진흥
달집태우기 행사를 마치고 달집에 붙어있는 불을 끄고 있는 소방대원들 ⓒ김진흥
달집태우기 행사를 마치고 달집에 붙어있는 불을 끄고 있는 소방대원들 ⓒ김진흥

한편 서울시는 오랜만에 수많은 시민들이 정월대보름 행사에 참여하는 행사인 만큼 안전에 신경 썼다. 행사 전부터 경찰들, 안내원들을 배치하도록 했다. 경찰들과 안내원들은 행사 내내 시민들이 안전 사고가 나지 않도록 주의를 주면서 질서정연한 관람할 것을 당부했다. 

119 소방대원들과 소방차까지 준비시켰다. 불을 활용한 행사이므로 안전한 행사를 위한 조치였다. 달집태우기 행사가 끝난 이후 119 소방대원들은 불을 완전히 진화했다. 
남산골한옥마을에 떠오른 보름달을 기념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시민들 ⓒ김진흥
남산골한옥마을에 떠오른 보름달을 기념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시민들 ⓒ김진흥
정월대보름 행사를 마친 후 달빛과 남산골한옥마을 풍경을 즐기는 시민들 ⓒ김진흥
정월대보름 행사를 마친 후 달빛과 남산골한옥마을 풍경을 즐기는 시민들 ⓒ김진흥

수많은 시민들의 환호 속에서 4년 만에 열린 정월대보름 행사는 밝게 떠오른 달빛 아래 마무리됐다.

시민기자 김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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