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요금인상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3.01.31. 15:00

수정일 2023.01.31. 16:07

조회 11,378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32) 대중교통 할인 방법 및 어르신 무임승차 제도 개선에 대한 제안
서울시가 8년 만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검토하며 다음달 초 공청회를 개최한다. ⓒ뉴시스
서울시가 8년 만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검토하며 다음달 초 공청회를 개최한다. ⓒ뉴시스

물가는 매년 오르는데, 대중교통요금은 그렇지 않다. 몇 년에 한 번씩 몰아서 올린다. 마지막으로 오른 게 8년 전인 2015년이다.

사람도 8년 동안 월급이 오르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대중교통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 3년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대중교통의 이용객이 크게 줄었던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대중교통이 완전히 무너져서 회복하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제는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결단이 필요했다. 이에 서울시는 작년 말 요금 인상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4월을 목표로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쳐 요금인상을 준비 중이다.
대중교통 적자 현황 ⓒ서울시
대중교통 적자 현황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이 오른다는데 반가워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대중교통은 커피나 담배 같은 기호품이 아니고 생활필수품이나 마찬가지다 보니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지하철 적자가 1조 2천억원이라니, 요금 인상 없이 해결될 시기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지하철을 아주 안 탈 것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든 살려놓아야 할 것이다.

그럼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알뜰교통카드 소개 ©국토교통부
알뜰교통카드 소개 ©국토교통부

첫째는 스스로 대중교통 요금 할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항공권은 정가가 따로 없을 정도로 시기와 사는 곳에 따라 가격이 다양하다. 서울 대중교통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할인 방법을 찾아볼 수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에서 운영하는 알뜰교통카드(http://alcard.kr)다. 이것은 대중교통과 보행·자전거 이용거리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하여 최대 30%까지 대중교통요금을 할인해 준다. 특히 작년 여름부터 저소득층에 마일리지 지급이 추가된 데 이어, 올해부터는 34세까지 청년층에 대해서도 마일리지를 추가해주는 점이 특징이다. ☞ [관련 기사] 광역알뜰교통카드, 할인부터 적립까지 광역급 혜택!

꼭 알뜰교통카드가 아니더라도 일반 후불교통카드(신용카드) 중에서도 사용실적에 따라 대중교통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카드가 많다. 실적이 필요하긴 하지만, 건당 600원씩 깎아주거나 10% 할인을 해주는 카드도 있다.

선불식 티머니카드를 이용할 때도 여러 이벤트를 이용하면 몇천원이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저렴한 대중교통 요금 덕분에 이런 곳에 관심을 끊고 살았더라도 이제는 한번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2015년 지하철 운임인상 안내문. 지금 지하철 요금은 이때 인상한 요금 그대로이다. ©서울교통공사
2015년 지하철 운임인상 안내문. 지금 지하철 요금은 이때 인상한 요금 그대로이다. ©서울교통공사

두 번째는 요금제도 자체의 개선이다. 서울시 대중교통요금은 10㎞까지 기본요금, 이후로는 5㎞마다 100원이 추가되는 체제로 되어 있다. 이는 2004년 7월 1일에 서울대중교통 대개편을 시행하면서 도입된 것이다.

그 전에는 지하철과 버스 요금이 따로라서 환승을 할 때마다 손해였다. 환승을 안 하려고 일부러 돌아가는 버스를 고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합요금제가 시행되면서 이용한 거리만큼만 요금을 내게 되어 합리적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동안 세 번(2007년, 2012년, 2015년)에 걸쳐 요금이 인상될 때 거리요금은 그대로고 기본요금만 오르면서 다시 합리성을 잃어가고 있다. 통합요금제 도입 당시에 기본요금은 800원이었는데, 올해 4월 300~400원이 오르면 기본요금은 1,550~1,650원으로 두 배가 될 것이다.

이렇게 거리요금은 그대로이고 기본요금만 오르면, 장거리 이용자에 비해 단거리 이용자가 크게 불리해진다. 단거리일수록 대중교통을 기피하게 되며, 차라리 자가용을 타고 가겠다는 사람마저 늘어난다.

대중교통 운영사 입장에서도 단거리 요금을 조금 낮추어 짧게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늘리는 게 운영효율성 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 실제로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서울과 비슷한 대중교통망을 가진 도시들도 서울보다 기본요금은 낮고 거리요금이 비싼 체제로 되어 있다.

당장 알기 쉽고 편하다고 기본요금만 자꾸 올려 대중교통의 단거리 경쟁력을 훼손시키지 말고, 기본요금과 추가요금의 ‘황금비’를 찾아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르신 무임승차 제도에 대한 정부 지원 요청 포스터 ©서울교통공사
어르신 무임승차 제도에 대한 정부 지원 요청 포스터 ©서울교통공사

마지막으로 어르신 무임승차 제도 자체의 개선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 소식이 알려졌을 때, 인터넷 기사에는 지하철 어르신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거나 바꾸라는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

서울시도 보도자료에서 이번에 요금인상을 추진하게 된 계기가 지하철 무임손실 지원예산을 정부로부터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아쉬운 부분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었을 때 어르신 무임승차 제도를 개선하는 서울시의 자체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은 점이다.

물론 어르신 무임승차 제도가 복지나 교통권 측면에서 의미가 있고 필요한 정책인 것은 맞을 것이다. 하지만 지하철 운영에 어르신 무임수송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많은 시민이 이에 대한 개선을 원하고 있다면, 서울시나 서울교통공사도 이제는 검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어르신 인구 통계자료 ©국가통계포털
어르신 인구 통계자료 ©국가통계포털

지하철 어르신 무임승차 제도는 1984년에 시작되었는데, 이때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4.1%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년 기준으로 이 비율은 17.6%로 높아졌다. 4배 이상 높아진 것인데 당연히 지하철공사가 버티기 어렵다. 최소한 무임승차 대상 비율이라도 맞춰주어야 한다.

2022년 기준 인구 구성을 보면, 80세 이상이 4.2%다. 즉 무임승차 기준을 현 65세에서 80세로 높이면 어르신 무임승차 출범 당시와 동일한 무임비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어르신 무임승차 제도 개선의 한 가지 방법일 뿐이고, 백가쟁명식으로 수많은 제안이 있을 수 있다. 보통 시간적 제한(평시에만 무임수송), 공간적 제한(무임수송 거리 제한), 이용 횟수 제한, 일정 소득 이하자만 무임수송, 현 100% 할인을 정액 또는 정률 할인으로 변경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어르신 무임승차 제도에 대해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제도 자체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도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 [관련 기사] 노인무임승차 논란, 쟁점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지하철 어르신 무임승차가 시작된 1984년은 2호선 전 구간이 개통한 해이다. ©서울기록원
지하철 어르신 무임승차가 시작된 1984년은 2호선 전 구간이 개통한 해이다. ©서울기록원

오랫동안 서울시 대중교통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는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인구구조와 노후화되는 시설, 갈수록 높아지는 안전기준에 맞추어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요금제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

불가피한 요금 인상에 대해서 승객들은 스스로 할인방법을 찾고, 서울시는 요금제도의 개선 방향을 찾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민기자 한우진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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