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플러스 '시니어인턴제'로 정년 이후를 준비하다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3.01.05. 16:00

수정일 2023.11.07. 11:07

조회 9,027

지난해 4월 문을 연 ‘성동50플러스센터’
지난해 4월 문을 연 ‘성동50플러스센터’ ©박은영

부모 부양과 노후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은퇴 시기가 빨라졌다.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현실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만큼 긴 공백이 기다리는 거다. 정년은 자신에게 오지 않을 줄 알았다는 김현서 씨(58)도 그랬다. 40여 년을 다양한 업종의 회사에서 재무회계 운영 및 관리자로 근무했던 그는 자신에게 정년은 아직 먼 얘기라고 생각했다.

“일반 사원으로 시작해서 회사 대표이사라는 최고 직위까지 경험하며 영원할 거라는 착각 속에 살아갔던 것 같습니다. 대기업의 자녀학자금이나 정년연장, 희망퇴직 등의 제도는 다른 나라 얘기일 뿐이었고, 자녀 교육비로 경제적 지출이 많은 50대 중반을 넘어서야 노후에 대한 현실적인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퇴직을 1년 앞둔 김현서 씨는 대표이사로 지내면서 불안함이 커졌다. 시간적 여유가 생겨 취업정보 사이트를 통해 300~400곳에 지원서를 제출했지만, 면접을 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50+인턴을 알게 됐다.

“우연히 50+ 재단을 알게 되었고 50+ 사회적경제 펠로우십 시니어인턴제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달에 57시간, 경험으로 쌓은 능력을 사회적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취업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덕분에 노후 준비 없이 살았던 이전 직장에서의 마지막 1년은 새로운 회사의 시니어 인턴과정을 겸하며 재직할 수 있었는데, 이 과정은 40년간의 사회생활 중 유일하게 나를 위한 투자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50플러스센터는 다양한 교육과 취업지원으로 중장년층을 응원한다.
50플러스센터는 다양한 교육과 취업지원으로 중장년층을 응원한다. ©박은영

김현서 씨는 50+ 사회적경제 펠로우십 시니어인턴제에 신청하기 위해 ‘서류를 제출하고 40~50여 개의 기업 중 하나를 선택해 면접을 보고 3개월의 인턴생활을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김현서 씨가 선택한 기업은 회계시스템을 도입, 운영을 준비 중이었고, IT기업에서의 경험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2020년 6월 서울50+인턴십 사회적경제 펠로우십 과정을 통하여 처음 매칭된 기업인 ‘울림두레’에 지원했습니다. 최초 약정된 3개월에 3개월 추가 연장을 하고, 6개월 프리계약을 거쳐 21년 6월, 정식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단순 회계업무에서 벗어나 사업 부서별 예산관리 및 사업계획 분야까지 확대된 업무였는데, 무엇보다 저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좋았고, 일을 하며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습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마련한 중장년 취업 지원을 위한 채용설명회 현장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마련한 중장년 취업 지원을 위한 채용설명회 현장 ©서울시

김현서 씨의 재취업 비결은 다양한 정보를 찾는 것에서 시작했다. 이를 위해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정부나 지자체의 신중년 재취업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하라고 전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교육 받으며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했고, 자기소개서 역시 인터넷을 통해 도움받을 곳을 찾았다. 아울러, 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에게 '꼰대짓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조언과 꼰대질은 백지 한 장 차이라고 합니다. 가고자 하는 기업의 조직과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개개인을 존중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또한, 재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인 인턴은 퇴직 후 취미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혹시 일을 안주면 왜 안 주는지 살피고, 불평 없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성북50플러스센터
성북50플러스센터 ©박은영

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층은 늘고 있다. 이에 서울시가 50플러스센터의 역할을 강화하고 새로운 제도를 보완, 중장년세대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이름하여 ‘다시 뛰는 서울런 4050’이다.

전국 최초로 4050세대 대상으로 지원하는 종합계획으로 총 5개 분야 48개 사업에 달한다. 4050세대를 40대와 50대로 나누고, 각각의 연령대 수요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구성했으며, 2022년~2026년 5년간 4,600억 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5개 분야는 ▲직업 역량 강화 ▲재취업·창업 등 일자리 지원 ▲디지털 역량 강화 ▲활력 있는 인생 후반을 위한 생애설계·노후준비 ▲4050 전용공간 ‘활력+행복타운’ 조성 등이다. ☞ [관련 기사] 일자리, 교육, 노후준비…전국 최초 4050세대 지원 종합계획
'다시 뛰는 중장년 서울런 4050' 주요사업
'다시 뛰는 중장년 서울런 4050' 주요사업 ©서울시

서울시는 바쁜 직장인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패키지 ‘미네르바형 직업전환 서비스’를 시작한다. 2023년 3월부터 '서울런 4050'에서 자격증, 취업 등 330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서울기술교육원과 SBA 등 서울 전역 108개 학습공간에서 실습할 수 있다.

또한, 참여자 개인별로 맞춤 컨설팅과 학습을 지원할 108명의 ‘온라인 직업훈련멘토단’을 운영하고, 모든 지원의 허브 역할을 할 ‘인생전환지원센터’를 중구 정동에 2024년 1월 개소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직·이직에 필요한 자격증·학점 취득을 위한 대학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취약계층에겐 직업훈련 장학금으로 연 60만 원을 지원한다.
전직과 이직을 위한 직업훈련 역량 강화
전직과 이직을 위한 직업훈련 역량 강화 ©서울시

서울시는 4050세대를 위한 재취업·창업교육과 맞춤 일자리도 제공한다. 수요 기업과의 매칭과 전직 특화 교육과정을 2022년 8개→2023년 20개로 확대 추진하고, 기술창업 전용 공간인 ‘창업·창직 사관학교’도 4개소에서 2026년 6개소로 확대·운영한다. 또 로봇과 드론, 인공지능 등 미래일자리에 도전할 수 있도록 교육 규모를 확대해 2026년까지 3만 4,000명을 지원한다. 50대에겐 인생 2막을 위한 생애설계와 노후준비를 지원하기 위해 ‘중장년 인생설계학교’를 2024년 개설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금융과 법률, 건강관리 등 노후생활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방침이다.

더불어 4050세대의 재충전을 위한 전용공간 ‘중장년 활력+행복타운’도 강북 수유영어마을 부지에 2025년까지 조성한다. 이곳에선 부부·가족관계 회복을 위한 1박 2일 캠프 같은 숙박형 프로그램과 마음 힐링을 위한 명상실, 북한산과 연계한 치유숲길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경력 맞춤 일자리 확대와 디지털 역량 지원
경력 맞춤 일자리 확대와 디지털 역량 지원 ©서울시

서울시는 지역 인구의 38.9%, 경제활동 인구의 약 59%를 4050세대가 차지한다고 밝혔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사회 속 고독사와 자살 역시 중장년층이 많다는 통계다.  "저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좋았다"는 김현서 씨의 말이 여운처럼 남았다. 일상의 활력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사실에서 시작되는지 모른다. 김현서 씨는 자신의 인터뷰가 일을 찾고 있는 많은 중장년 분에게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더불어 ‘다시뛰는4050’이 노후를 계획하지 못한 채 정년을 맞게 된 분들에게 구체적인 대안이 되길 기대해 본다.

성동50플러스센터

○ 주소 :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241(서울숲 더샵) 3층
홈페이지
○ 문의 : 02-2292-5060

성북50플러스센터

○ 주소 : 서울시 성북구 지봉로 24길 26 (보문동 5가 35번지) 3-4층
홈페이지
○ 문의 : 02-923-5060

시민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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