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DDP에는 경계를 넘나드는 '매혹의 언어'가 있다!
발행일 2022.12.05. 14:40
수집된 매혹어들이 다양한 색, 모양, 패턴 등 시각적 요소들로 변형돼 조형작품으로 표현됐다. ⓒ이선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언제 가도 볼거리가 있다. 특별한 전시나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도심 한복판에서 느슨한 휴식이나 산책이 가능한 곳이다. 항상 접근이 가능한 어울림광장이나 잔디언덕은 물론이고, 한양도성과 이간수문 등 조선시대의 자취가 남아있고 그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동대문역사관1398’도 호젓한 시간을 허락한다.
DDP는 언제 가도 심심하지 않은 매력적인 공간이다. ⓒ이선미
DDP 미래로와 D-숲에서는 마르코 로돌라의 <미래의 빛>도 만날 수 있다. ⓒ이선미
언제 가든 DDP에서는 크고 작은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이제 곧 찾아올 ‘서울라이트 DDP’ 겨울 행사를 앞두고 상설 미디어아트 플랫폼인 미디어아트갤러리와 투명 미디어월에서는 <우주 백패킹(Backpacking to the Universe)> 전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라이트 DDP’ 겨울 행사를 앞두고 <우주 백패킹>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선미
DDP 뮤지엄 디자인둘레길에서는 <매혹의 언어>가 전시 중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이 계속하고 있는 ‘DDP 신진 전시 전시기획자와 디자이너 육성 사업’에 선정된 이번 전시는 그래픽디자이너 계정권과 미술가 박재환이 만든 팀 ‘오존’의 이름으로 열린다.
디자인둘레길의 멋진 나선형 통로를 걸어 들어가자 깊은 동굴 같은 디자인둘레길에 느닷없는 빛의 세계가 시작됐다. 순식간에 몽환적인 길로 발걸음이 이끌렸다. <매혹의 언어>가 전시 중인 공간이었다.
현란한 색채가 가득한 전시장은 디자인둘레길을 걷는 시민들의 시선도 붙잡는다. ⓒ이선미
몇 개의 계단도 이미 빛에 물들었다. 그런데 전시장에 내려서서도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봐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쏟아지는 조명과 그 빛에 물든 오브제들의 현란한 속삭임이 어지러웠다.
<매혹의 언어> 전시는 색깔과 조명, 소리가 뒤섞인 현란한 분위기다. ⓒ이선미
한 가족이 <매혹의 언어>를 관람하고 있다. ⓒ이선미
드문드문 배치된 걸 보면 각각의 작품인 것 같은데 도무지 작품의 제목도 없고 주제도 모르겠다. 결국 작가에게 다가갔다. 이날은 계정권 디자이너가 전시장을 지키고 있었다. 아직은 바쁜 시간이 아니어서 작가는 충분히 자신들의 작업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솔직하고 겸손하게 소개해 주었다.
"궁금했어요. 무엇이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건지요. 명품 브랜드나 선거판의 열광, 아이돌에게 매혹된 팬들의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매혹되는지 궁금했어요. 그 에너지는 마치 굿판의 뜨거움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들이 ‘매혹의 언어’를 찾기 위해 찾아간 곳들의 목록도 전시의 한 요소가 되었다. ⓒ이선미
작가들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그 무엇의 정체를 만나기 위해 무수한 곳을 탐방했다. 명품 브랜드 팝업스토어부터 무속의 현장인 점집과 무형문화재인 서해안 굿판까지, 그리고 아이돌의 공연장을 찾고 굿즈를 사기도 했다. 팬미팅에 함께하기도 했다고 한다.
몽환적이기도 한 <매혹의 언어>를 관람하고 있는 시민들. ⓒ이선미
대중문화와 무속 등 경계를 넘나들며 조사하고 이를 재해석한 결과가 영상과 조형 작품들로 탄생했다. 명품 브랜드의 표식과 진열 방식, 아이돌의 상징색과 응원봉, 전통 무속의 색채와 도구, 행위 예술 등이 다양한 색과 모양, 패턴으로 표현돼 우리 눈앞에 설치됐다. 입체적인 조형 작품으로 배치되기도 하고, 몽환적인 영상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BTS의 보라색은 어떻게 선택됐을까? 명품 브랜드의 상징은 어떤 의미기에 사람들을 홀리는 걸까? 무속인의 울긋불긋한 의상과 현란한 몸짓은 어떤 의미가 있어서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것일까?
BTS, 세븐틴 등 유명 아이돌의 상징색과 문양으로 얼굴을 가린 팬들의 인터뷰 영상 ⓒ이선미
"답을 찾은 건 아니죠. 질문을 던지고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다만 수집한 매혹의 언어를 시각적 요소로 변형해봤어요. 입체적인 조형 작품으로도 만들어보고 그 자투리로 제단의 촛대 같은 소품을 만들기도 했죠."
큰 조형물을 만들고 난 자투리로 제단을 밝히는 촛대 같은 작품이 만들어졌다. ⓒ이선미
‘매혹의 언어’는 보편적인 매혹의 요소들을 살펴보는 동시에 그 위험성에 대해서도 말하는 것 같았다. 매혹의 언어는 사방에 있지만 매혹은 때로 위험하기도 하다. 사방에 가득한 단편적인 매혹을 넘어 좀 더 본질적이고 좀 더 항구한 매혹을 생각하게 만드는 전시였다.
해당 전시는 뮤지엄 디자인둘레길에서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아이돌이나 정치인, 명품 브랜드만이 아니라 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매혹의 언어’는 필요하다. 목적과 이익을 위해 만들어내야 하는 언어가 아니라 따뜻한 삶을 위한 언어다.
추워지는 12월,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게 매혹될 수 있다면 가장 따뜻한 겨울이 되지 않을까? 무엇이 우리를 매혹할 수 있을지 <매혹의 언어> 전시에서 힌트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해당 전시는 뮤지엄 디자인둘레길에서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아이돌이나 정치인, 명품 브랜드만이 아니라 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매혹의 언어’는 필요하다. 목적과 이익을 위해 만들어내야 하는 언어가 아니라 따뜻한 삶을 위한 언어다.
추워지는 12월,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게 매혹될 수 있다면 가장 따뜻한 겨울이 되지 않을까? 무엇이 우리를 매혹할 수 있을지 <매혹의 언어> 전시에서 힌트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매혹의 언어
○ 기간 : 11월 18일~12월 31일
○ 장소 : 서울시 중구 을지로 281 동대문디자인플라자뮤지엄
○ 관람시간 : 10:00~20:00
○ 요금 : 무료
○ 문의 : 02-2153-0000
○ 장소 : 서울시 중구 을지로 281 동대문디자인플라자뮤지엄
○ 관람시간 : 10:00~20:00
○ 요금 : 무료
○ 문의 : 02-215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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