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억새밭에서 '야고'를 찾아라 (ft.서울억새축제)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2.10.18. 14:48

수정일 2022.10.18. 14:20

조회 4,252

억새밭에 있다는 '야고'...야고가 뭐지?

가을 하늘 아래 바람이 살랑 불었다. 토요일 오전, 아직은 이른 시간이어서 조금은 느긋했다. 서울억새축제가 열리는 하늘공원에 올랐다. 10시에 시작하는 ‘야고를 찾아라’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참이었다. 
하늘공원 정상 탐방안내소에 가기 위해 하늘계단을 올랐다.ⓒ이선미
하늘공원 정상 탐방안내소에 가기 위해 하늘계단을 올랐다.ⓒ이선미

탐방객안내소 앞에서 모여 억새밭 사이를 누비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난초와 지초가 피는 아름다운 섬이었던 ‘난지도’가 쓰레기 매립지에서 이토록 좋은 공원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로 탐방이 시작됐다. 
서울억새축제가 열리는 월드컵공원에서는 탐방프로그램 ‘야고를 찾아라’를 운영하고 있다.ⓒ이선미
서울억새축제가 열리는 월드컵공원에서는 탐방프로그램 ‘야고를 찾아라’를 운영하고 있다.ⓒ이선미

하늘공원을 복원하면서 전국 여러 곳에서 억새를 옮겨왔는데 제주도 억새와 함께 야고도 따라왔다. 야고는 억새 뿌리에 붙어 물과 영양분을 얻어먹고 사는 기생식물이다. 다른 식물에 기생하는 식물이 여럿 있는데 야고 역시 그렇다. 그런데 독특한 건 야고는 ‘내 뿌리에 붙어서 살아도 돼’라는 억새의 신호가 있어야 성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무조건 달라붙어 숙주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쑥부쟁이도 생태계 교란식물이다. 노란색 꽃은 우리나라 각지에서 피는 산국.ⓒ이선미
미국쑥부쟁이도 생태계 교란식물이다. 노란색 꽃은 우리나라 각지에서 피는 산국.ⓒ이선미

모든 식물이 그렇게 서로 양해하고 양보하며 자라는 건 아니다. 생태계를 교란할 만큼 생존력이 강력해서 유해종으로 분류되는 식물도 당연히 있다. 하늘공원에도 마찬가지다. 가을이면 예쁘게 피는 미국쑥부쟁이 역시 생태계 교란식물이다. 단풍잎돼지풀은 얼마나 막무가내인지 ‘조폭’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라고 한다. 

초등학생 참가자가 이내 야고를 찾았다. 아무래도 뿌리 쪽에 피다보니 어린이들의 시선이 유리했다. 거센 억새 속에서 얼핏 보이는 야고는 뜻밖에 예뻤다. 사진으로 본 적이 있지만 예쁘다기보다는 독특하다는 생각만 했는데 실제로 만나고 보니 느낌이 또 달랐다. 신기하고 신비로웠다. 부생식물인 나도수정초와 외관이 비슷한데 꽃에 빛깔이 물들었다. 
시선을 낮게 해야 볼 수 있는 야고. 그래도 한 번 찾으니 곧잘 눈에 띄었다.ⓒ이선미
시선을 낮게 해야 볼 수 있는 야고. 그래도 한 번 찾으니 곧잘 눈에 띄었다.ⓒ이선미

1시간 정도 이어진 탐방에서 물억새와 참억새, 자주억새 등 억새의 종류와 갈대와 다른 점 등을 나름대로 알게 되었다. 확실히 현장에서 배우면 한결 쉽고 가까워진다. 

은빛 물결 출렁~ 억새 보러 가지 않을래?

처음 하늘공원을 조성할 때 전국에 있는 23개 도시의 억새를 가져다 심었다고 한다. 그 억새들 사이로 넓고 좁은 23개의 사이길이 이어진다. 멋진 조망을 가능하게 해준 ‘하늘을 담은 그릇’은 안전상 이용이 어려워 환히 트인 억새밭 풍경이 아쉽기는 했다. 
북한산이 보이는 풍경. 시계가 조금 흐리다.ⓒ이선미
북한산이 보이는 풍경. 시계가 조금 흐리다.ⓒ이선미

잘 자란 억새들의 길이 많다 보니 저마다 조금씩 느낌이 다르다. 시끌벅적 수다 가득한 길이 있는가 하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가는 길 같은 고적한 곳도 있다. 
혼자 걷는 시민의 걸음에서 순례길 같은 고독과 여유가 느껴진다.ⓒ이선미
혼자 걷는 시민의 걸음에서 순례길 같은 고독과 여유가 느껴진다.ⓒ이선미

하늘공원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만들어지고 억새로 만든 조형물들도 인기를 끌었다. 
어디든 멋진 배경이지만 곳곳에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이선미
어디든 멋진 배경이지만 곳곳에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이선미
억새로 만든 조형물들. 꿀벌들과 6미터 높이의 반달가슴곰ⓒ이선미
억새로 만든 조형물들. 꿀벌들과 6미터 높이의 반달가슴곰ⓒ이선미

이른 시간이었지만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부스에도 시민들의 관심이 컸다. 기념엽서로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억새로 꽃다발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춤추는 억새, 행복여행’이라는 주제로 21일까지 열리는 3년 만의 억새축제에는 체험 프로그램과 문화공연도 줄을 잇고 있다.
여러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도 준비되어 있으니 잘 챙겨보고 즐기면 좋겠다.ⓒ이선미
여러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도 준비되어 있으니 잘 챙겨보고 즐기면 좋겠다.ⓒ이선미

물론 딱히 축제나 이벤트가 아니어도 하늘공원은 언제나 좋은 곳이다. 억새만이 아니라 넓지는 않지만 핑크뮬리와 댑싸리도 볼 수 있다. 코스모스도 한껏 사랑스럽게 피었다. 
지금 하늘공원에는 억새밭 말고도 많은 풍경이 있다.ⓒ이선미
지금 하늘공원에는 억새밭 말고도 많은 풍경이 있다.ⓒ이선미
하늘공원이 넓고 사이길이 많아서 지도를 보고 찾아가면 도움이 될 것 같다.ⓒ이선미
하늘공원이 넓고 사이길이 많아서 지도를 보고 찾아가면 도움이 될 것 같다.ⓒ이선미

난지도에서 쓰레기 매립산이 되었다가 이제 하늘공원으로 돌아온 이 공간은 사람들의 수고로 자연이 복원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거 하는 놀랍고도 고마운 현장이다. 자연은 때로 지치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자신의 힘을 보여주며 ‘괜찮다’고,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말해준다. 
 ‘하늘을 담은 그릇’은 안전점검 결과 이용이 어렵지만 멋진 배경은 되어준다.ⓒ이선미
‘하늘을 담은 그릇’은 안전점검 결과 이용이 어렵지만 멋진 배경은 되어준다.ⓒ이선미

가을 하늘공원에는 고개를 숙이면 볼 수 있는 야고가 피고, 은빛 억새의 찬란한 물결이 출렁인다. 억새는 이제 절정을 향해 피어나는 중이다. 지금 하늘공원을 찾으면 ‘절대 후회할 일 없다.’

서울억새축제

○ 일시 : 10.15.(토) ~ 10.21.(금) 10:00~22:00
○ 장소 :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 일대
○ 행사내용
- 억새 라이팅쇼(19:00~21:00/매시 정각)
- 문화공연(14:00~17:40)
- 체험프로그램(10:00~18:00)
○ 홈페이지 : 서울의공원
○ 문의 : 다산콜센터 120, 서부공원여가센터 02-300-5581, 5501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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