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같은 스카이라인 그만! 여의도의 잠재력을 상상하라
박혜리 도시건축가
발행일 2022.09.30. 14:01
여의도와 한강변 주요시설 위치도
박혜리의 별별 도시 이야기 (10)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통해 상상해본 여의도 스카이라인
한강다리를 건너며 자주 보게 되는 여의도가 언젠가부터 스케일감이 다르게 느껴졌다. IFC 블록 옆에 고층빌딩 파크원이 함께 들어서며 63빌딩과 균형을 맞추면서 스카이라인이 달라지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다른 곳이 낮게 보이면서 빌딩 사이 공간이 비어 보이게 됐다.이 빈 공간은 현재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여의도의 오래된 아파트 지역이다. 아직 미완으로 보이는 이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이 어떻게 완결될까 기대가 된다. 물론 이 기대와 같은 선상에 동일한 무게의 우려도 있다. 한강 어디에나 볼 수 있는 아파트 장벽의 여의도 버전이 탄생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한강철교에서 바라본 현재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위)과 한강변의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장벽 스카이라인(아래)
여의도는 지형적으로 독특한 도시공간 구조를 지닐 수 있는 장점을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다. 한강으로 둘러싸인, 그야말로 ‘섬(島)’이기 때문에 사방에서 조망이 가능한 도시 경관상 중요한 지역이다. 기능적으로도 ‘금융경제 허브’라는 명확한 아이덴티티가 있다. 뉴욕의 ‘미니 맨하튼’과 이미지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격자 그리드의 계획도시라는 점, 수공간으로 튀어나온 곶(Cape)과 같은 지형 등 많은 부분에서 같은 어휘를 공유하고 있다.
스카이라인으로 유명한 다른 도시들의 경관 사례를 보면, 일률적 디자인의 유사한 높이를 지닌 한강변 아파트의 덩어리 스카이라인과는 다르다. 오히려 현재 여의도의 경관과 비슷하다. 왜일까?
경관을 지배하는 대다수의 건축물들은 단지형이 아닌 개별 개발단위의 집합으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예외적인 몇몇 랜드마크 타워가 정점을 찍어주어 스카이라인을 잡아주고, 그 외의 건축물들은 개별 개발단위의 집합으로 다양함을 부여하고 있다.
여의도의 오래된 아파트들은 고층 재건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 도시에 고층을 허락한다면, 그 고층은 일률적인 고층 스카이라인이 아닌 다양함에 기반한 고층, 중저층의 혼합이어야 할 것이다.
스카이라인으로 유명한 다른 도시들의 경관 사례를 보면, 일률적 디자인의 유사한 높이를 지닌 한강변 아파트의 덩어리 스카이라인과는 다르다. 오히려 현재 여의도의 경관과 비슷하다. 왜일까?
경관을 지배하는 대다수의 건축물들은 단지형이 아닌 개별 개발단위의 집합으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예외적인 몇몇 랜드마크 타워가 정점을 찍어주어 스카이라인을 잡아주고, 그 외의 건축물들은 개별 개발단위의 집합으로 다양함을 부여하고 있다.
여의도의 오래된 아파트들은 고층 재건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 도시에 고층을 허락한다면, 그 고층은 일률적인 고층 스카이라인이 아닌 다양함에 기반한 고층, 중저층의 혼합이어야 할 것이다.
다른 도시들의 다이나믹한 스카이라인들: 뉴욕 맨하튼, 로테르담, 상하이, 홍콩(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여의도의 그리드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격자도시의 특유한 가로공간 활성화 및 개방성을 확보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평평하고 지형의 고차가 적어 자전거도로만 잘 갖춰져 있다면 대안교통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내재된 가능성을 현재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도로 및 보도에 불균질하게 설치되어 있는 자전거도로는 보행과 혼재되거나, 버스와의 충돌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또한 아파트단지를 차지하는 가로변은 대부분 담장이 둘러쳐져 있기 때문에, 가로와 전혀 상호연관성이 없고 무미건조한 가로환경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개발은 이러한 혼동과 문제점을 바로잡을 기회다.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경계, 여의도 그리드의 선 하나하나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획이 밑바탕이 된다면, 여의도는 잠재력이 폭발하는 도시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하지만 이 내재된 가능성을 현재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도로 및 보도에 불균질하게 설치되어 있는 자전거도로는 보행과 혼재되거나, 버스와의 충돌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또한 아파트단지를 차지하는 가로변은 대부분 담장이 둘러쳐져 있기 때문에, 가로와 전혀 상호연관성이 없고 무미건조한 가로환경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개발은 이러한 혼동과 문제점을 바로잡을 기회다.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경계, 여의도 그리드의 선 하나하나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획이 밑바탕이 된다면, 여의도는 잠재력이 폭발하는 도시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여의도의 애매한 자전거도로. 평평한 지형에 걸맞는 제대로된 자전거도로 시스템이 필요하다.
부족한 주차공간(좌)과 가로활성화에 저해되는 가로변 형태. 가로에 놓인 아파트 담장(우)
2022년 봄학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도시공간연구스튜디오(이제승 교수, 박혜리 소장)에서는 학생들의 설계 과제로 ‘여의도의 재건축 아파트단지’를 제시했다. 이 제안들은 모두 필자가 앞서 말했던 스카이라인과 가로환경에 대한 고민을 기본적으로 담았다. 오늘 칼럼에서는 이와 더불어 우리가 주목할 만한 이슈 및 아이디어를 공유하고자 한다.
① 학교 블록 재배치에 대한 고려
현재 여의도고, 여의도중, 여의도초, 여의도여고 등 총 4개 학교가 한강변으로 줄지어 있다. 첫 번째 안은 한강으로의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고 한강공원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4개의 학교를 하나로 묶어 ‘오픈캠퍼스’란 이름의 통합학교를 제안했다.
폐쇄적인 학교에서 좀 더 주민들에게 개방적인 ‘캠퍼스’의 모습을 선사하자는 좋은 아이디어다. 학교의 재배치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학교와 주민이 함께 상생하는 방향으로 고민해 볼 만한 거리다.
폐쇄적인 학교에서 좀 더 주민들에게 개방적인 ‘캠퍼스’의 모습을 선사하자는 좋은 아이디어다. 학교의 재배치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학교와 주민이 함께 상생하는 방향으로 고민해 볼 만한 거리다.
여의도 한강변에 위치한 학교들(좌) 여의도 대상지 현황(우)
기존 학교의 기능을 통합해 주민에게 개방적인 '캠퍼스'를 선사하자는 제안
②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보존 및 재구성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시공 당시 최첨단의 설계가 적용된 우리나라 최초의 단지형 고층 아파트단지다. 두 번째 안은 증개축을 통해 시간이 중첩된 단지를 구성한다는 아이디어다. 기둥식 구조인 점을 활용해 다양한 주거유형을 공급한다.
또한 단지 내 공공보행로를 한강까지 확장한 선형공원을 조성하고, 아케이드형 상가를 확장해 새로운 상업축으로 단지의 개방성과 프로그램 복합화를 꾀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철거에 대해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계획안이다.
또한 단지 내 공공보행로를 한강까지 확장한 선형공원을 조성하고, 아케이드형 상가를 확장해 새로운 상업축으로 단지의 개방성과 프로그램 복합화를 꾀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철거에 대해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계획안이다.
한강까지 이어지는 공원, 아케이드형 상가 확장 등 시범아파트 단지를 재구성한다는 아이디어
③ 가로환경과 한강변 초고층에 대한 고려
한강변에 초고층이 들어온다면 어떤 조건으로 가능할까? 한강변에 고점을 둘 것인지, 한강변으로 점차 내려가도록 할 것인지, 스튜디오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각자 맞는 해법을 내놓았다. 세 번째는 초고층 아파트 장벽에 대안적인 안이다. 초고층을 짓되, 통경축을 확보토록 했다.
또한 주변 맥락과 일조 등을 감안한 배치로, 답답한 고층군의 형태가 되지 않도록 계획했다. 중심부에는 양 옆 단지보다 높은 랜드마크타워를 계획해서 스카이라인의 고점을 한번 더 만들어 주어 단조로움을 피했다.
가로변은 기존 여의도 그리드를 충실히 따라 대규모 단지를 가로로 분절하고, 한강 방향의 녹지축 및 통경축으로 개방감을 더했다. 각 영역에 맞는 가로변 프로그램 및 가로환경은 다공성의 여의도를 만들어 줄 것이다.
또한 주변 맥락과 일조 등을 감안한 배치로, 답답한 고층군의 형태가 되지 않도록 계획했다. 중심부에는 양 옆 단지보다 높은 랜드마크타워를 계획해서 스카이라인의 고점을 한번 더 만들어 주어 단조로움을 피했다.
가로변은 기존 여의도 그리드를 충실히 따라 대규모 단지를 가로로 분절하고, 한강 방향의 녹지축 및 통경축으로 개방감을 더했다. 각 영역에 맞는 가로변 프로그램 및 가로환경은 다공성의 여의도를 만들어 줄 것이다.
분절과 개방을 통해 다공적 가로환경을 만들고, 초고층을 짓되 통경축을 확보하자는 제안
④ 개발과 경관의 공공성
마지막으로 현재 도심을 단절하는 폐쇄적인 주거단지에서 도시와 소통하고 개방적이면서도 복합적인 기능을 담는 복합단지로의 전환을 꾀한다는 안이다. 이 계획안은 여러 단지를 관통하는 오픈스페이스를 시퀀스로 두었다. 결절점은 광장이 되며 그간 부족했던 공공 및 문화시설을 기부채납으로 신설하도록 했다. 또한 각각의 광장부에 랜드마크 타워로 앵커지점을 확실히 하도록 했다.
이 계획안은 학교를 내부측으로 재배치했고, 한강변은 아예 워터프론트 경관형 건축유형을 적용했다. 한강공원측에서 보았을 때도 위압감이 없도록 뒷편으로 점차 계단형으로 올라가는 독특한 건축유형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경관이 되도록 했다. 기존 아파트 단지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는 독특한 경관 및 프로그램을 부여하고 있다.
이 계획안은 학교를 내부측으로 재배치했고, 한강변은 아예 워터프론트 경관형 건축유형을 적용했다. 한강공원측에서 보았을 때도 위압감이 없도록 뒷편으로 점차 계단형으로 올라가는 독특한 건축유형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경관이 되도록 했다. 기존 아파트 단지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는 독특한 경관 및 프로그램을 부여하고 있다.
복합단지로의 전환을 꾀한 아이디어. 여러 단지를 관통하는 오픈스페이스를 시퀀스로 두었다.
한강변의 아름다운 경관과 계획도시의 장점을 두루 품은 여의도가 이러한 고민과 아이디어를 통해 현재의 아쉬운 부분들을 보완하고 매력적인 도시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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