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역사를 간직한 '한양도성 유적전시관'을 찾아서

시민기자 이상돈

발행일 2022.05.25. 10:53

수정일 2022.05.25. 16:58

조회 2,048

한양도성 유적지 상단에서 과거 조선신궁이 있던 자리를 내려다본 모습 ⓒ이상돈
한양도성 유적지 상단에서 과거 조선신궁이 있던 자리를 내려다본 모습 ⓒ이상돈
한양도성 유적지로 가기 위해 들어선 남산공원 입구 계단 들머리 ⓒ이상돈
한양도성 유적지로 가기 위해 들어선 남산공원 입구 계단 들머리 ⓒ이상돈

봄꽃이 온누리에 진한 향기를 내뿜고 있는 화창한 오후. 서울도서관 앞 넓은 광장 가운데 설치된 무대에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외치는 영원한 청춘 가수 안치환의 열창을 들으며 걸음을 멈추는 것도 잠깐. 서울시 공공예약시스템을 통해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관람 예약을 했기에 몸을 돌려 남산공원을 향해 발걸음에 속도를 더한다.

대략 10분을 걸어 일제강점기 우리네 민족의 아픈 사연을 간직한 남산공원 계단의 들머리에 섰다. 이곳은 100년 전 일본제국의 앞잡이들이 우리 민족의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서울역과 경복궁에서 훤히 보이는 남산 중턱에 건설한 조선신궁의 입구였다. 목멱산(지금 남산의 옛 이름) 자락을 마구잡이로 폭파해서 파헤치고 신사를 거대하게 지어놓고 이름도 신궁이라고 지었다.

신사참배를 강요당한 우리 조상들은 이 계단을 오를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잠시 숙연한 마음이 밀려와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고 성곽 길을 따라 오른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안중근의사기념관’을 지나 김구 선생과 이시형 선생의 동상이 서 있는 백범광장공원을 가로질러 해설사가 기다리는 한양도성 유적전시관에 다다랐다.
남산공원 오름길에 넓게 조성된 백범광장공원 ⓒ이상돈
남산공원 오름길에 넓게 조성된 백범광장공원 ⓒ이상돈
한양도성 유적전시관에서 해설을 듣고 있는 방문객 ⓒ이상돈
한양도성 유적전시관에서 해설을 듣고 있는 방문객 ⓒ이상돈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내 복원된 성곽 ⓒ이상돈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내 복원된 성곽 ⓒ이상돈

한양도성 유적전시관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의 발굴 조사를 통해 드러난 성벽 유적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관이 자리 잡은 남산 자락은 한양도성 유적(1396년), 조선신궁 배전 터(1925년), 이승만 대통령 동상(1960년), 남산 분수대 및 식물원(1969년) 등 오랜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이다. 태조(14세기), 세종(15세기), 숙종 이후(18~19세기)에 쌓았던 부분들이 하나의 성벽을 이루고 있어 시대별 축성양식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신궁 배전터의 흔적 ⓒ이상돈
조선신궁 배전터의 흔적 ⓒ이상돈
일제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며 파놓은 방공호 ⓒ이상돈
일제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며 파놓은 방공호 ⓒ이상돈
성을 축조할 때 새긴 각자성석 ⓒ이상돈
성을 축조할 때 새긴 각자성석 ⓒ이상돈

좀 더 오르면 일제강점기 일본이 경성(현재의 서울)에 1만 개의 방공호를 만들겠다는 계획 아래 건설한 약 33㎡의 방과 긴 통로의 방공호가 있다. 현재는 관람객 안전을 위해 내부 관람을 제한하고 있다. 유적지 상단에 다다르면 축성과 관련된 글자를 새긴 돌이란 의미의 ‘각자성석’이 있다. 천자문 순서로 표시된 축성구간 명칭(14세기), 축성 담당 지방(15세기), 공사 관계자의 이름(17세기 이후) 등을 새겼다. 

임진왜란 이후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남한산성에서 내려온 인조가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면서 청나라 숭덕제에게 굴욕적인 항복을 하였으며, 청나라는 조선에게 한양도성 등 산성 보수도 못하게 하였다. 남산의 산성도 훼손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가 숙종 시대에 이르러 중건을 했는데 일제는 아예 도성의 흔적까지 땅 속으로 묻어버렸다. 아팠던 격변의 역사를 회상하며 유적지의 윗머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나라사랑의 열기가 마음을 뜨겁게 달군다. 
남산 정상의 남산팔각정 모습 ⓒ이상돈
남산 정상의 남산팔각정 모습 ⓒ이상돈
정상에서 바라본 북악산과 북한산 ⓒ이상돈
정상에서 바라본 북악산과 북한산 ⓒ이상돈

열기를 식힐 겸 초록이 가득한 남산 팔각정에 오른다. 저 멀리 북악산과 북한산이 서울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한양도성유적전시관

○ 주소 : 서울시 중구 회현동1가 100-267
○ 교통 : 지하철 4호선 회현역 3번 출구에서 800m 
○ 운영시간 : 3월~10월 09:00 ~ 19:00, 11월~2월 09:00 ~ 18:00 
○ 문의 : 02-779-9870~1 

시민기자 이상돈

서울 토박이로 '우리 서울'을 열렬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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