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울울창창한 숲을 거닐다…우이동 솔밭공원

시민기자 김종성

발행일 2022.05.10. 10:12

수정일 2022.07.06. 16:06

조회 2,531

개발의 위기에서 지켜낸 소나무 숲
울창한 소나무숲 솔밭공원 ⓒ김종성
울창한 소나무숲 솔밭공원 ⓒ김종성

도시에서 살다 보면, 초록빛 가득한 자연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런 때 누구나 쉽게 가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곳이 ‘근린공원(近隣公園)’이다. 서울 강북구에는 소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솔밭근린공원’(강북구 삼양로 561)이 있다. 소나무 숲 혹은 한자로 송림이라 하지 않고 솔밭이라 지은 우리말 이름이 정답다. 특히 돌보고 일구어야 하는 '밭'이 들어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우이신설선 경전철 솔밭공원역에 내리면 우람하고 울창한 소나무 숲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마치 한국화 화폭에서 옮겨온 듯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가지를 틀고 서 있다. 도심 속에 이렇게 울울창창한 솔숲 공원이 있다니 연신 감탄을 하며 솔밭을 거닐게 된다.
숲속 연못과 폭포 ⓒ김종성
숲속 연못과 폭포 ⓒ김종성
도서 대출 반납이 가능한 솔밭 스마트 도서관 ⓒ김종성
도서 대출 반납이 가능한 솔밭 스마트 도서관 ⓒ김종성

솔밭공원에는 실개울, 생태연못, 산책로, 운동 시설, 놀이터 등을 갖추고 있어 어르신부터 아이들까지 많은 주민들이 사시사철 찾아온다. 연못에 돌들을 차곡차곡 쌓아 아담한 폭포를 만들었다. 창포나 옥잠화 등의 수생식물도 자란다. 이곳은 주변 동네사람들의 휴식공간이자 문화행사가 열리는 축제의 장이다. 솔향기를 맡으며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솔밭 스마트 도서관도 공원 안에 있다. 

경북 예천의 금당실 마을 소나무 숲, 경남 하동 송림이 떠올라 멀리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 드는 곳이다. 예로부터 마을 숲은 홍수로 인한 물난리와 겨울철 북서쪽에서 사정없이 불어오는 추운 칼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했다. 그래서 근린공원이라는 뜻 모를 한자이름을 붙이기보다는 ‘마을공원’이라는 우리말이 더 어울리지 싶다.
나무 사이로 산책하기 좋은 솔밭공원 ⓒ김종성
나무 사이로 산책하기 좋은 솔밭공원 ⓒ김종성
우이동 지명의 유래가 된 삼각산(북한산) 봉우리 ⓒ김종성
우이동 지명의 유래가 된 삼각산(북한산) 봉우리 ⓒ김종성

소나무 군락 곁에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숲을 이루어 사는 공원은 본래 사유지였다. 서울의 개발 붐이 이곳까지 이어져 1990년에는 아파트 개발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칫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숲을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보존운동을 벌였고, 1997년 서울시와 강북구가 땅을 매입하여 2004년에 솔밭근린공원으로 개장했다.

솔밭공원 뒤로 멋들어지게 펼쳐진 북한산의 만경봉, 백운봉, 인수봉 3개 봉우리는 공원을 품고 있는 동네 우이동의 지명과 관련이 있다. 우이(牛耳, 소의 귀)라는 이름은 북한산(당시엔 삼각산)의 한 봉우리가 마치 소의 귀처럼 생긴 것에서 유래했다. 우이동은 조선시대에도 불렸던 오래된 지명으로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옮길 때부터 서울에 속한 동네다. 북한산이 가까운데다 솔밭공원 덕택에 우이동은 대표적인 '숲세권' 동네가 됐다.
소나무에 둘러싸인 쉼터 정자 ⓒ김종성
소나무에 둘러싸인 쉼터 정자 ⓒ김종성
원초적 예술미를 품고 있는 솔밭 ⓒ김종성
원초적 예술미를 품고 있는 솔밭 ⓒ김종성

공원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넓다. 3만 4,955㎡(약 1만5,000평) 규모로 소나무의 수도 1천여 그루나 된다. 공원 안 소나무에 둘러싸인 한옥 정자에 앉으니 소나무의 그 묵직한 느낌 덕택에 산속에 자리한 오래된 절에 온 듯하다. 나무들이 구불거리며 저마다 다른 포즈로 서있는 모습이 벽화를 마주한 것 같은 원초적인 예술성마저 느껴진다. 1천 개의 나무가 1천 개의 수형을 갖는 게 소나무다. ‘나무의 완성은 명목이나 낙락장송이 아니라 수많은 나무가 함께 살아가는 숲이다’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의 말을 떠올려보게 하는 곳이다.

햇볕을 좋아해 햇살이 드는 양지가 아니면 살 수 없는 소나무 같은 나무를 양수(陽樹)나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솔밭공원 어디나 자연이 주는 천연보약이라는 세로토닌이 가득한 봄 햇살을 쬐기 좋다. 세로토닌은 우울증 해소와 다이어트에 좋은 호르몬이다. 특히 세로토닌은 식욕 억제 신호를 뇌에 발생시키는데,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면 식욕이 높아진다. 즉, 세로토닌 분비를 늘리면 식욕이 억제되는 것이다. 이 호르몬의 분비를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햇볕을 쬐는 것이다.
불그스름한 수피의 장대한 소나무 ⓒ김종성
불그스름한 수피의 장대한 소나무 ⓒ김종성

솔밭공원에는 100살이 넘은 고목도 많은데 구불구불 자라는 굽은 소나무와 달리 불그스름한 황톳빛 몸통을 한 키가 장대같이 뻗은 소나무다. 목재가 금강석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흔히 금강송, 금강소나무라고 부르는데 이는 일제강점기 때 산림학자 우에키 호미키가 명명한 이름이다. <조선왕조실록> 등에 나오는 본래 이름은 황장목(黃腸木)이다. 속살이 황톳빛을 띠고 있어 ‘누런 창자 나무’로 칭한 것이다.

크고 단단해서 건축 재료로써 가치가 아주 높은 나무로 임금의 관이나 궁궐 건물, 사찰의 대들보 기둥에 사용했다. 불타버린 숭례문의 복원공사도 이 나무가 쓰였다. 조선 시대에는 황장목을 함부로 베지 못하도록 하는 벌목 금지제도가 있었으며 635곳의 봉산(封山)을 지정하여 보호했다.
소나무에게 치명적인 재선충병 ⓒ김종성
소나무에게 치명적인 재선충병 ⓒ김종성

소나무는 이 땅의 수목 가운데 병해충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수종이기도 하다. 애국가의 가사 대로 철갑을 두른 듯한 강인한 소나무 모습이지만 재선충병으로 속절없이 죽기도 한다. 소나무 재선충은 크기 1mm 내외의 실 같은 선충으로 소나무, 잣나무 등에 기생해 나무를 갉아먹는 벌레다. 침입한 재선충은 빠르게 증식하여 소나무의 수분, 양분의 이동통로를 막아 죽게 하는 병으로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 아직까지 치료약이 없어 나무주사를 통해 영양제를 투여해 병을 예방하고 있다. 이는 소나무 숲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인간의 손길에 의해 지탱돼 온 것임을 보여준다.
북한산 둘레길이 지나가는 솔밭공원 ⓒ김종성
북한산 둘레길이 지나가는 솔밭공원 ⓒ김종성

도시 숲을 이루는 나무는 물, 공기, 흙을 보존해 도시 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이기도 하다. 무더운 여름에는 폭염 대피소 역할을 톡톡히 한다. 도시 숲은 여름 한낮의 평균 기온을 약 3℃ 낮춰주고, 습도를 상승시키는 등 친자연적인 기후조절 기능을 한다. 도심 숲은 시민들에게 병원 역할도 한다. 일상생활을 하다 생기는 권태와 탈진에 지칠 때 햇볕이 드는 숲길을 산책하면 신기하게도 새살이 돋듯 마음속에 삶의 의욕이 생겨난다. 

그저 앉아 이대로 나른한 봄 햇살을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몸이 근질거린다면 솔밭공원을 지나는 북한산 둘레길을 따라 산책같은 산행에 나서도 좋겠다. 길이 험하지 않고 급경사가 없어 등산화를 신지 않아도 편안하게 산속 숲길을 걸을 수 있다.

우이동 솔밭근린공원

○ 위치 : 서울시 강북구 삼양로 561
○ 교통 : 우이신설선 솔밭공원역 2번 출구에서 280m(도보10분)
○ 문의 : 02-901-6939

시민기자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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