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할 때 가볍게 타세요! '마음안심버스'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2.05.04. 14:00

수정일 2022.05.04. 17:03

조회 5,664

많은 시민들의 마음이 행복해지도록 마을안심버스가 점차 확대되길 바란다.
많은 시민들의 마음이 행복해지도록 마을안심버스가 점차 확대되길 바란다. ⓒ김윤경

지난 4월 28일 오후 12시, 서울 중구청 후문 주차장에 새로운 차량이 나타났다. 식사를 마친 구청 직원들과 시민들이 기웃거리다 물어보는 모습도 보였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차량은 ‘마음안심버스’다.
서울 중구청 후문 주차장에 마음안심버스가 서있다.
서울 중구청 후문 주차장에 마음안심버스가 서있다. ⓒ김윤경

마음안심버스는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서울시민을 위해 올해 3월부터 도입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여러 회의를 통해 계획하고, 지난 3월 성동구 성동보건소에 처음으로 마음안심버스가 찾아왔다. 4월에는 중구청을 찾아오면서, 중구청 직원 중에서 희망 의사를 보인 사람들이 마음안심버스를 이용했다. 마음안심버스에 대해 궁금해 하던 차에, 마침 가까운 곳으로 버스가 와 직접 이용해볼 수 있었다.
마을안심버스 내부
마을안심버스 내부 ⓒ김윤경

이 버스는 서울시민 누구나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 버스가 1대이기 때문에 자치구별로 단체예약을 받아 이동하고 있다. 물론  버스 운행 계획표를 보고 찾아오거나, 지나가다 궁금해서 찾은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 마음안심버스에서는 스트레스나 우울, 불안 등 자신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으며, 정신건강 전문가가 들려주는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심박변이도 측정(HRV)을 통해 스트레스를 검진하고, 가상현실기기(VR)로 마인드 힐링 등 휴식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상담에 앞서 자가진단 설문지를 작성한다.
심리상담에 앞서 자가진단 설문지를 작성한다. ⓒ김윤경

마음안심버스에 오르기 전 먼저 중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마련한 자가진단 설문지를 작성했다. 9문항으로 구성된 이 설문지는 우울증 자가진단용 설문지(PHQ-9)로 지난 2주 동안 자신을 체크해볼 수 있다. 희망과 흥미 여부, 불면, 식욕, 피로 등에 관한 내용은 물론 자해에 관련한 질문도 있었다. 
버스 내부는 상담실 두 개로 구분되어 있다.
버스 내부는 상담실 두 곳으로 구분되어 있다. ⓒ김윤경

설문지 작성을 완료한 후 비로소 마을안심버스에 올랐다. 버스 내부는 문을 닫자, 꽤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버스에는 두 곳의 상담실이 있었다. 안쪽에 있는 상담실로 들어가 체험을 시작했다. 심박변이도 측정기(HRV)와 가상현실기기(VR)가 마련돼 있었다. 담당자는 먼저 심박변이도를 측정해 스트레스를 검진하기 위해 기기를 머리에 쓰라고 했다. 앞머리를 올려 헤드셋을 이마에 밀착되게 썼다. 헤드셋에 연결된 센서는 오른쪽 귀에 부착했다. 
심박변이도를 측정하는 기기
심박변이도를 측정하는 기기 ⓒ김윤경

알려주는 대로 눈을 감고 1분 동안 있었을까. 맥파와 뇌파가 측정을 시작했고 1분이 지나자 두뇌와 신체 컨디션을 알려주는 종합결과가 나왔다. 기기 시작에 앞서 미리 체험자의 연령을 적는데, 필자는 연령에 비해 젊게 나와 은근 기분이 좋았다. 사회복지사가 측정결과를 자세하게 보면서 설명을 해줘 세부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진한 결과는 메일이나 앱으로 받아 볼 수 있다.
검진한 결과는 메일이나 앱으로 받아 볼 수 있다. ⓒ김윤경

결과지는 힐링 앱이나 이메일을 통해 받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직무 스트레스, 특성불안검사, 사회적 회피 및 불안척도, 한국형 감정노동평가검사 등 다양한 검사가 가능하다.  
VR기기 체험을 시연하는 모습
VR기기 체험을 시연하는 모습 ⓒ김윤경

“VR기기를 체험해 보셔도 좋아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힐링된다고 하시더라고요.” VR기기를 쓰고 바닷속, 숲길 등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이곳 프로그램은 4가지로 힐링 여행, 마인드 힐링, 치매 예방, 생활 건강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각각의 프로그램 안에는 하위 메뉴가 있어 실제 프로그램은 더 다양하다. 

힐링 여행을 선택하자 고요한 숲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전에 가상현실은 여러 번 체험해 봤는데도 버스 안이 조용해서일까, 실제 숲속에 온 듯 편하게 쉴 수 있어 잠시 꿈을 꾸듯 숲 여행을 다녀온 듯했다. 프로그램은 한 사람당 보통 15분 정도 걸리지만, 상황이 되면 30분 정도 머물기도 한다. 
'마음봄 365'  키트에는 여러 가지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들이 들어 있다.
'마음봄 365'라는 키트에는 여러 가지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들이 들어 있다. ⓒ김윤경

검사를 마친 사람에게는 ‘마음봄 365’라는 키트를 주는데, 집에서도 계속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해주는 각종 용품이 들어 있다. ‘마음봄 365’ 키트 속에 있는 마음 나눔차를 따뜻하게 우려내 마시니, 향긋한 페퍼민트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키트 속에 있는 마음봄 노트를 꺼내 오늘부터 일상을 기록해도 좋지 않을까. ‘마음봄 365’ 키트는 버스 체험은 물론 마음터치 프로그램을 이수해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마음안심버스’는 자치구별로 신청을 받아 시기에 따라 상황 등이 유동적이라, 참여를 원한다면 자치구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문의해보는 것이 좋겠다. 
코로나 19 이후 마음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하는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오현아 팀장
코로나19 이후 마음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하는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오현아 팀장 ⓒ김윤경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심리지원팀 오현아 팀장은 “코로나19 겪은 후가 더 중요한 시점이에요. 코로나19 회복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우울감이 길어지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이전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곳에서는 정신건강 위험군을 찾아내 적시에 알맞게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고.

이어 “마음안심버스는 정신건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발굴·연계하는 걸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1인 가구나 청년, 한부모 등 취약계층이 많은 곳을 보다 더 잘 아는 건, 자치구잖아요. 그래서 자치구 기관이나 센터 등에서 어느 곳으로 와달라고 저희에게 신청하면 나가게 되는 시스템이에요. 여전히 정신건강에 관한 문턱이 높잖아요? 그럴 때 이 버스를 통해 검사해 보면 좋겠어요. 앞으로 마음안심버스가 확대된다면 좀 더 취약계층이 많은 곳을 찾아가게 될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한 오팀장은 국가 트라우마센터에서 하는 마음안심버스와 다른 점도 정확히 짚어줬다. “국가 트라우마센터의 ‘마음안심버스’요? 이름은 같은데 차이가 있어요. 그건 정부에서 전국에 어떤 재난이 일어났을 때 투입되는 버스라고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저희는 좀 더 심리지원이라는 요소를 더해 확장됐다고 할까요.” 필자는 그곳도 체험해 보았었는데 확실히 기기뿐만 아니라 치료 대상도 달랐다. 자치구별로 진행되는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가 좀 더 세분화된 자가진단과 영상을 통한 심리지원 등이 가능하다.

또한 “저희가 코로나 대응 인력에게 찾아갔을 때, 그분들이 버스에서 앉아 있다 가도 것만으로도 쉬는 것 같다고 했던 얘기가 기억에 나요. 마음안심버스를 통해 시민들이 좀 더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서울시에서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지지하고 있고, 생각보다 가까이 찾아가는 서비스가 있다는 걸 더 많은 분들이 알게 되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정신건강 통합 플랫폼 '블루터치' 메인 화면
서울시 정신건강 통합 플랫폼 '블루터치' 메인 화면 ⓒ블루터치

서울시에는 마음안심버스뿐만 아니라 여러 정신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블루터치’라는 서울시 정신건강 통합 플랫폼을 비롯해 ‘마음터치’ 프로그램도 그 중 하나다. 서울시 정신건강 브랜드인 ‘블루터치’는 정신건강정보, 자가검진, 자가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마음터치’는 온라인상에서 가벼운 우울감과 불안감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2018년부터 운영한 ‘마음터치 그린’은 가볍게 불안감을 경험한 경우, 스스로 관리하는 능력을 향상시켜 심각한 문제(불안장애)로 이어지는 걸 예방하고 있다. 또한 2011년 개발한 '마음터치 블루'는 일상적 우울감이 우울증으로 심각해지기 전에 막고 우울에 대한 자가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이 행복해지도록 마음안심버스가 점차 확대되면 좋겠어요. 올해 시작이 성공적이길 바라고요.” 오현아 팀장은 마음안심버스에 대한 기대감도 잊지 않고 말했다.
블루터치 플랫폼을 통해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 서비스 정보를 알 수 있다.
블루터치 플랫폼을 통해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 서비스 정보를 알 수 있다. ⓒ블루터치

때마침 서울시 정신건강통합센터 개관소식도 들린다.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대상자를 조기발견해 상담치료와 재활 및 주거 연계 등을 돕는다면, 정신건강통합센터는 대상자에게 평생교육, 복지, 취업지원 등을 통해 직업재활을 돕고 가족과 시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정신건강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정신건강서비스 거점센터 역할을 한다. 

엔데믹으로 나아가는 시기, 마음 상태가 좋지 못하다면 서울시의 다양한 정신건강프로그램에 문을 두드려보자.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우울한 감정을 혼자 끙끙 앓으면서 마음의 병을 키울 필요는 없다.    

서울시 정신건강지원 관련 정보

정신건강 통합 플랫폼 블루터치
마음안심버스 5월 운영 일정
마음터치
 *'마음 봄' 키트는 블루터치 홈페이지->정신건강 자기관리->마음봄->마음봄 활용방법을 통해 신청 가능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 홈페이지
○ 문의 : 02-3444-9934(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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