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년이 강릉에서 창업한 까닭은? (feat. 넥스트로컬)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2.05.16. 13:10

수정일 2022.05.16. 10:46

조회 2,450

서울시 지역연계형 청년창업지원사업 '넥스트로컬' 도전기
넥스트로컬 덕분에 창업할 수 있다고 밝힌 '주룩주룩' 박영건 대표와 김항욱 팀원
넥스트로컬 덕분에 창업할 수 있다고 밝힌 '주룩주룩' 박영건 대표(좌)와 김항욱 팀원(우) ©조수연

서울시는 서울청년들이 타 지역에서 창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역연계 창업 인큐베이팅 상생 프로젝트 ‘넥스트로컬(NEXT LOCAL)’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청년이 지역으로 내려가 지역 특산물, 지역 내 문제를 가지고 창업하는 프로그램인데, 2021년에는 강릉, 영월, 공주, 목포, 나주, 강진, 경주, 문경, 의성, 고성, 제주 등 11개 지역을 기반으로 41팀이 참여했다.

지난 3월 25일 '넥스트로컬' 3기 활동을 마무리하는 성과공유회가 DDP 서울 온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성과공유회에서는 다양한 사례 발표가 이어졌는데, 이들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듣고자 강릉을 방문했다. 넥스트로컬 강릉 우수사례로 선정된 '주룩주룩' 박영건 대표와 '감자혁명' 권태연 대표를 만나 짧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감자혁명'의 권태연 대표, '주룩주룩'의 박영건 대표의 창업 지역은 모두 강릉 월화거리에 인접해 있다.
'감자혁명' 권태연 대표, '주룩주룩' 박영건 대표의 창업 지역은 모두 강릉 월화거리에 인접해 있다. ©조수연

Q. '주룩주룩'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술과 관련된 이름을 지어보자는 생각에서 '주룩주룩'이라고 기업명을 정했습니다. 술이 주룩주룩 내리는 세상을 꿈꾼다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넥스트로컬 3기에서는 막걸리로 만든 떠먹는 요거트를 주력 제품으로 삼았습니다. 강릉의 제철 과일을 활용해서 말이죠.

Q. 떠먹는 디저트를 만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셨나요?
A. 동료들과 함께 ‘창업을 해보자’라고 했을 때, 어떤 아이템을 선택할까 고민되더라고요. 그때 디저트를 판매하는 예쁜 카페에 들어갔는데, 문득 ‘막걸리와 같은 술을 이용해서 디저트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오른쪽부터 차례로 주룩주룩의 박영건 대표와 팀원 한빛찬, 김항욱
오른쪽부터 차례로 주룩주룩의 박영건 대표와 팀원 한빛찬, 김항욱 ⓒ주룩주룩

Q. 막걸리를 활용한 떠먹는 디저트, 상상이 잘 안되는데요.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A. 떠먹는 디저트를 만들면서 '디저트'라는 맛과 질감을 뽑아내기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질감이 부드럽고 매끄럽지 않으면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죠. 또한 디저트라는 특성상 술맛이 강해도 곤란했습니다. 디저트로 즐길 때는 막걸리 향과 맛이 많이 나지 않아야 했지요. 실패를 계속하면서 어려움도 있었고,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완성만 시키면 성공할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과 긍정적인 마음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실패해도 내일은 성공하리라'고 다짐했고, 실패와 노력을 거듭한 끝에 디저트로서의 맛과 질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술을 활용한 떠먹는 요거트. 실패를 거듭한 끝에 탄생했다.
술을 활용한 떠먹는 요거트. 실패를 거듭한 끝에 탄생했다. ⓒ주룩주룩

Q. 서울시의 지역연계형 청년창업지원사업인 '넥스트로컬' 3기에 지원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어느 정도 맛과 질감을 잡은 상태에서 '넥스트로컬' 3기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술이라는 것 자체가 지역색과 밀접하다보니, 지역 창업과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넥스트로컬 3기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Q. '넥스트로컬'에 참여하면서, 강릉의 과일을 활용했다고 들었습니다.
A. 지역자원조사를 하면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강릉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 물어보니 오징어, 감자가 다수였습니다. 과일은 없었습니다. 사실 강릉은 딸기, 블루베리, 무화과 등의 주산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강릉 주요 관광지에도 지역 과일을 활용한 가게는 없었습니다. 왜 그럴까 고민했더니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더라구요. 농산물 브랜드 파워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농산물을 활용함으로써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자 했습니다. 그러면 농가도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고 판로 개척 등 특색을 찾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강릉의 특산물 중 ‘과일’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양조장에서 술을 빚고 있는 박영건 대표
양조장에서 술을 빚고 있는 박영건 대표 ©조수연

Q. 넥스트로컬에서 창업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지원이 좋았나요?
A. 많은 지원이 도움이 됐지만, 굳이 꼽자면 지역자원조사와 금전적 지원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역자원조사 단계에서 직접 지역에 내려가 어떤 자원이 있는지 살펴보고, 먼저 세웠던 가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금전적인 지원도 도움이 됐습니다. 소규모 양조장을 마련해야 했기에 장소가 무조건 있어야 했고, 주류 제조를 위한 설비도 필요했습니다. 서울시 덕분에 기초를 탄탄하게 만들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강릉의 다양한 과일을 활용한 떠먹는 요거트
강릉의 다양한 과일을 활용한 떠먹는 요거트 ⓒ주룩주룩

Q. 현재 다른 팀과 콜라보레이션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A. 넥스트로컬에 참여했던 팀이 있습니다. 그 팀도 양조장이 있는데 해당 팀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합니다. 넥스트로컬에서 마련한 커뮤니케이션이 또 다른 사업을 낳을 수 있었죠. 사업 확장이 용이하게 됐습니다.

Q. 주룩주룩에게 넥스트로컬이란?
A. 탄탄한 동아줄 같았습니다. 전래동화에서 호랑이가 썩은 동아줄을 붙잡았다가 떨어지고 말았는데요. 저희는 넥스트로컬이라는 탄탄한 동아줄을 잡아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감자혁명의 권태연 대표
감자혁명의 권태연 대표 ©조수연

Q. '감자혁명'이라는 이름이 신선합니다.
A. 큰 고민을 하고 지은 건 아닙니다. 대학교 2학년 때 당시에 감자튀김을 주안주로 하는, 작은 호프집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그곳에서 감자튀김을 먹다가 튀김용 감자로 튀기면 더 맛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면 제대로 된 감자를 공급하자'라고 생각했고, 감자로 혁명을 일으키자라는 생각에 '감자혁명'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Q. 넥스트로컬에는 어떻게 지원하게 되었나요?
A.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개인 사업을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할까, 나의 사업을 할까라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사업을 선택하게 되면 강릉으로 완전히 이주해야 하고,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 직장생활하는 것보다 불안정한 상황이라 고민이 컸습니다. 그러던 중 강릉에 가서 제대로 된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정한 계기가 넥스트로컬이었죠. 넥스트로컬에 선정되면 지역 자원을 활용한 창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지원했습니다.
넥스트로컬로 강릉에 다시 돌아온 권태연 대표. 그는 못난이 감자로 감자칩을 만들었다.
넥스트로컬로 강릉에 다시 돌아온 권태연 대표. 그는 못난이 감자로 감자칩을 만들었다. ©조수연

Q. 도움 됐던 프로그램이 있나요?
A. 코칭 프로그램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실제로 제품을 출시하기 전 제품 피드백을 받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넥스트로컬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Q. 그런 과정에서 개발한 감자칩이 못난이 감자칩, ‘포파칩’입니다.
A. 감자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상품성이 없는 규격들은 시장에서 가격을 잘 받지 못하거나 폐기까지 됩니다. 못난이 감자가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탄생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되면 유통사의 재고도 해소되고, 농가의 재배 부담도 경감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못난이 감자와 작은 감자로 ‘감자칩’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Q. 크라우드 펀딩이 대박났습니다.
A. 저희는 목표가 500%였습니다. 3,000%를 넘겼을 때 매우 당황했었습니다. 감자칩 과자라는 역량을 봤을 때, 시중에 워낙 감자칩들이 많아서 경쟁력이 높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결과를 보면서 사람들이 못난이 감자와 소득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구나, 앞으로 이런 비즈니스들이 아예 불가능한 영역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대박났던 포파칩. 권태연 대표가 포파칩을 들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대박났던 포파칩. 권태연 대표가 포파칩을 들고 있다. ©조수연

주룩주룩 박영건 대표와 감자혁명 권태연 대표와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두 대표에게 각각 넥스트로컬 4기에 지원할 청년들에게 들려줄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누구나 사고싶은 매력적인 제품으로 만드는 고민을 했으면 합니다. 특산물이든, 특산물이 아니든 구매하는 사람들은 소비자입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면 좋은 아이템이 나올 겁니다."

"지역 창업은 정말 지역 안에 들어가 봐야 합니다. 저희는 강릉이라는 지역에 내려왔기에 보이는 게 있었고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넥스트로컬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나 창업에 성공한 '주룩주룩' 박영건 대표와 '감자혁명 '권태연 대표'. 이처럼 지역 자원을 활용해 새롭게 창업을 꿈꾼다면, 넥스트로컬의 문을 두드려보자. 체계적인 지원으로 ‘창업’이라는 꿈이 실현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5월 16일부터 6월 10일까지 서울시는 '넥스트로컬 4'기에 참여할 (예비)창업자를 모집한다.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비즈니스 활동을 진행하고, 서울시에 거주 중인 만 19~39세 청년 개인 또는 3인 내외 팀이면 신청할 수 있다. 선발된 창업자에겐 지원금과 창업교육 및 멘토링, 지역자원 연계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보다 자세한 모집 내용은 넥스트로컬 홈페이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지역연계형 청년창업지원사업, 넥스트로컬

넥스트로컬 홈페이지
○ 문의 : 넥스트로컬 운영사무국(02-739-7264), 서울시 도시농업과(02-2133-4457~8)

시민기자 조수연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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