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확진으로 코로나 확진! 자택격리와 비대면 진료 후기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2.03.11. 14:33

수정일 2022.03.11. 16:44

조회 44,770

“엄마. 저 양성이에요.“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딸의 목소리는 몹시 어두웠다. 주말 아르바이트 때문에 자가 진단 키트 검사를 했던 딸은 양성이 나오자 곧바로 PCR 검사를 받았다. 외출했다가 그 소식을 들은 나는 일정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의 일인 줄 알았던 일이 끝내 우리집까지 쳐들어온 기분이었다.
집에서 검사할 때 사용한 자가 진단 키트 Ⓒ박은영
집에서 검사할 때 사용한 자가 진단 키트 Ⓒ박은영

다음날 딸은 확진 문자를 받았다. 밀접 접촉자인 나는 바로 자가 진단 키트 검사를 했다. 음성이었다. 잠복기를 고려하여 이틀 후 다시 검사했을 때도 역시 음성이었다. 

증상이 나타난 것은 딸의 전화를 받고 3일 후부터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졌다. 보통 세 차례 이상 음성으로 나온 후에도 양성이 나왔다는 선례가 적지 않다고 들었고, 자가 진단 키트로 다시 검사해 볼까 하다가 가족 중 확진자가 있으면 3일 안에 PCR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별검사소에 갈 때에는 가족 확진 문자 캡쳐본과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고 한다. 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검사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준비를 마친 후 선별검사소로 향했다.  
선별 검사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전자 문진표 작성을 도와 주고 있다. Ⓒ박은영
선별 검사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전자 문진표 작성을 도와 주고 있다. Ⓒ박은영

바람이 많은 오후,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드디어 줄이 줄어들고, QR코드 스캔 후 전자 문진표 작성을 해야 한다는 현수막을 보고 문진표를 작성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돕고 있었다. 문진표에 이름, 주민번호, 휴대폰 번호, 주소와 검사 이유 등을 입력하니 PCR 검사 대상자라는 문구가 떴다. 

문진표를 제출하고 검사 순서가 다가오니 관계자가 가족 확진 문자와 가족관계증명서, 신분증을 확인했다. 자가 진단 키트 존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는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 앞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순순히 콧구멍을 내주었다. 
전자 문진표 작성을 위한 QR코드 현수막 Ⓒ박은영
전자 문진표 작성을 위한 QR코드 현수막 Ⓒ박은영

다음날, 나는 공식 확진자가 됐다. 세상의 질서를 무너뜨린 진범과 맞짱을 뜨는 기분이었다. 확진 문자를 받은 후 담당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요양 시설에 방문한 적이 있는지, 그리고 복용하고 있는 약이 있는지와 가족 관계 등을 물었다. 

이후 문자가 이어졌다. 재택 치료자 일반 관리군에 해당한다는 문자부터 시작됐다. 일반 관리군이 아닌 집중 관리군이란 60세 이상과 50대 기저 질환자를 말하며, 당뇨, 심혈관 질환, 만성 심폐 질환자, 종양 또는 혈액암 치료 중인 경우, 먹는 치료제를 처방 받은 경우로 지자체가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를 칭한다고 한다.  
선별검사소 내의 자가 진단 키트로 검사하는 곳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박은영
선별검사소 내의 자가 진단 키트로 검사하는 곳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박은영

일반 관리군은 자택 격리 기간 중 건강 상태를 스스로 잘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가벼운 증상이 시작된 지 3일째부터였다. 열이 오르고 콧물과 코막힘, 기침과 재채기, 목의 통증으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약을 사야 했다. 보건소에서 받은 문자를 확인하니 발열 등의 증상으로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서울의료원의 비대면 전화 상담 및 약 처방을 받거나(02-2276-8750, 010-9763-2276, 010-9840-7022, 010-4289-7022) 동네 병·의원의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문자로 받은 링크를 클릭, 성북구의 자주 다니던 병원에 전화하여 전화 상담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증상을 물었고 꼼꼼하고 다정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처방약은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 수령해야 하여 지인이 문 앞으로 전달해 주었다. 문자에 의하면 1인 가구의 경우에는 택배나 퀵서비스로 수령할 수 있으며 비용은 1회 무료로 제공된다고 한다. 단 택배는 최소 2일 이상 소요된다. 또한 재택 치료 중이라도 대면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외래 진료 센터를 통해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확진 후 일반 관리군으로 분류되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의 링크 등을 문자로 받았다. Ⓒ박은영
확진 후 일반 관리군으로 분류되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 등을 문자로 받았다. Ⓒ박은영

일반 관리군은 자택 격리에 의한 재택 치료가 원칙이지만 재택 치료 미해당 요건인 경우도 있다. 감염에 취약한 주거 환경의 경우로, 고시원, 셰어 하우스에 주거하는 경우, 노숙인인 경우, 돌봄이 필요하나 단독 생활하고 있는 소아, 장애인, 70세 이상 등의 경우, 그리고 해열제로 조절되지 않는 38도 이상의 발열이 3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 투석을 받아야 하는 환자 등은 알림 문자 확인 후 바로 담당 보건소에 전화해야 한다.
성북구의 많은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었다. Ⓒ박은영
성북구의 많은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었다. Ⓒ박은영

가족 확진자 발생 시 같은 집에 머무는 것이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동거 가족이 감염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가족안심숙소’ 2개소를 지난 1월부터 운영 중에 있다. 단 예방 접종 완료자로 PCR 검사 결과가 음성 확인이 된 경우에 이용 가능하다. 입소를 희망하는 확진자의 동거 가족은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예약’에 증빙 서류를 첨부해 신청하거나 전화(02-2133-9635, 9636)로도 신청할 수 있다. 접수되면 서울시에서 적격 여부를 확인하여 승인하며, 결과는 문자 등으로 통지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확진자 증가로 경쟁이 치열할 듯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신청해 봐도 좋을 듯하다.
서울시는 확진자 동거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가족안심숙소’를 운영 중이다.Ⓒ공공서비스 예약 화면
서울시는 확진자 동거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가족안심숙소’를 운영 중이다. Ⓒ공공서비스 예약 화면

오미크론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관련 지침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3월 1일부터 문서 형태의 격리 통지서나 격리 해제 확인서는 발급이 중단되었고, 문자·SNS 등을 통해 확진자에게 관련 정보를 전송한다. 확진자는 PCR 추가 검사를 받지 않아도 재택 치료 7일이 되면 자동으로 격리 해제되며, 증상이 없는 확진자 동거인은 예방 접종력과 관계없이 자택 격리가 아닌 수동 감시로 전환된다. 단 3일 이내에 PCR 검사와 7일차에 신속 항원 검사를 권고한다. 10일 간 외출 자제 및 KF94 동급 마스크 상시 착용, 감염 위험도 높은 시설 이용 제한 및 사적 모임 제한 등이 권고된다.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 받은 약 Ⓒ박은영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 받은 약 Ⓒ박은영

처방약을 복용한지 이틀이 지나자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은 격리 기간은 유지해야 한다. 그 이름도 사이버스러운 오미크론을 지닌 채 나는 오늘 투표를 하고 왔다. KF94 마스크에 모자를 눌러쓴 채 보건소에서 받은 외출 문자를 제시했다.

'확진자가 이렇게 많은데 걸리는 게 대수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감기 정도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백신 3차 접종자였던 나도 동시다발적인 증상과 함께 며칠 간 한쪽 콧구멍에서는 맵고 뜨거운 바람이 나왔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지금도 중증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감염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만약 확진 후 증상이 심하다면 빠른 시간 안에 비대면으로 약을 처방 받도록 하자. 방역 당국은 확진자가 이번 주를 포함하여 앞으로 2주 동안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확산세는 결국 정점을 찍고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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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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