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곳뿐인 '서울 속 대장간', 세월을 두드려 미래유산을 벼리다

내 손안에 서울

발행일 2022.01.13. 15:40

수정일 2022.01.1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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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은 대장간을 다룬 최초의 조사 보고서 <서울의 대장간>을 발간했다 (사진은 동명대장간 강영기)
서울역사박물관은 대장간을 다룬 최초의 조사 보고서 <서울의 대장간>을 발간했다 (사진은 동명대장간 강영기)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4곳의 대장간을 조사해 기록한 보고서 <서울의 대장간>을 발간했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대장간은 2013년 은평구 대조동의 불광대장간, 2015년 강동구 천호동의 동명대장간, 은평구 수색동의 형제대장간, 동대문구 전농동의 동광대장간 등 총 4곳이다.

해방 이후 을지로 7가 일대는 우리나라 철물산업의 중심지이자 대장장이를 양성하는 교육의 장이었다. 1970년대 말에는 을지로 7가에 70여 곳의 대장간이 있었지만 1980년대 서울운동장 확장과 지하철 공사로 대다수 대장간이 철거됐다.

이 과정에서 을지로 7가에 모여 있던 대장간은 점차 주변부로 밀려나 일부는 중구 신당동에 터를 잡았다. 1980년에 서울운동장 뒤편 신당동 일대에 20여 개의 대장간이 있었지만, 현재는 충남대장간, 경남대장간만 남아있다.

오직 손으로 만드는 ‘불광대장간’

불광대장간 박경원, 박상범 부자
불광대장간 박경원, 박상범 부자
1965년쯤에 리어카로 대장간을 시작할 때는 굴레방다리(아현역) 밑에서 리어카 대장간 하는 걸 보고 시작했어요. 리어카 대장간이어도 곡괭이도 벼리고 못 하는 게 없었어요. 화덕은 사과 궤짝에다가 진흙을 바르고 바람구멍을 만들었어요. 풀무질은 다 손으로 했어요.
박경원(1938년생, 불광대장간 창업주) 인터뷰

불광대장간은 은평구 대조동에 위치해 있다. 강원도 철원에서 상경한 박경원 씨가 을지로7가 대장간에서 일하며 기술을 익혀 1960년대 중반 불광초등학교 개천가에서 손수레를 이용한 이동식 대장간을 연 데서 시작했다.

1973년 불광동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앞에 불광대장간을 개업했으나 개발로 인해 1978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 2대째 운영하고 있다. 현재 불광대장간은 주택가에 섬처럼 자리하고 있다.

강남 유일의 ‘동명대장간’

동명대장간 강영기, 강단호 부자
동명대장간 강영기, 강단호 부자

동명대장간은 강동구 천호동에 있는 강남 4구의 유일한 대장간이다.

1940년대 초반 강원도 철원에서 1대 강태봉(1927~2002)씨가 상경해 해방 이전 지금의 장소에서 ‘서울 동쪽 제일가는 대장간’이란 뜻에서 동명대장간을 창업, 현재까지 3대째 운영하고 있다.

동명대장간 맞은편은 천호4촉진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제자를 키워가는 ‘형제대장간’

형제대장간 류상준, 류상남 형제
형제대장간 류상준, 류상남 형제

형제대장간은 은평구 수색동 수색역 앞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지방에서 상경한 아버지가 대장간을 열고, 아들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다른 3곳의 대장간과는 달리 이곳은 서울 모래내(남가좌동) 출신 형제가 대장간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뿐만 아니라 가족이 아닌 제자를 양성하여 후계를 도모하고 있다.

서울을 떠나는 ‘동광대장간’

동광대장간 2대 이일웅
동광대장간 2대 이일웅

동광대장간은 경상남도 밀양에서 상경한 이흔집(1949~2020)씨가 중구 신당동에서 대장간 일을 배워 1978년에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대장간을 창업한 것이 시초다.

이후 개발로 인해 동대문구 제기동으로 이전했다가 1996년부터 동대문구 전농동에 자리를 잡고 15년간 운영했다. 하지만 재개발로 2021년 3월 전농동을 떠나 10월에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현재는 아들 이일웅씨가 대를 잇고 있다.
‘서울의 대장간’은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 또는 서울책방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울의 대장간’은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 또는 서울책방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울의 대장간은 도시인들의 생활환경과 소비문화 변화에 능동적으로 반응해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 내거나 개량함으로써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기존에 제작하던 연장을 여가생활에 적합하도록 작고, 가볍게 만들어 휴대성을 높이거나, 두 가지 이상의 연장을 조합해 복합기능을 가진 연장을 새롭게 만들어 편리성을 극대화했다.
경량형 수제 도끼 같은 경우엔 오지 캠핑하시는 분들이 요청해서 만들어 줬어요. 그분들은 배낭만 들고 다니니까 연장이 작고 가벼워야 해요. 이런 연장은 옛날에 만들지 않았는데 캠핑이 유행하면서 만들고 있어요.
박상범(1969년생, 불광대장간 2대) 인터뷰

최근에는 캠핑 인구가 늘면서 손도끼나 망치, 장도리 같은 캠핑용 장비를 대장간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텃밭을 가꾸거나 등산, 약초 채취 등에 필요한 도구를 찾는 이들도 늘어나 전에 없던 새로운 도구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서울의 대장간> 보고서는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 상단 메뉴 '학술자료'→'발간도서'에서 열람할 수 있으며, 서울책방에서는 도서 구입도 가능하다.

홈페이지: 서울역사박물관
문의: 조사연구과 02-724-0139, 서울책방(도서구입 관련) 02-739-7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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